11월 30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 (서울):
레바논 휴전 후 가자 공격을 더 강화하려는 이스라엘에 맞서 운동 지속을 호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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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62번째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며칠 전 레바논에서 60일 휴전이 합의됐지만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에서, 또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 공격 수위를 높이겠다고 공언하는 가운데 열렸다.
집회는 이런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자리가 됐다.
사회자를 포함한 거의 모든 발언자가 레바논 휴전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이구동성으로 레바논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날 집회는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해 온 다양한 국적의 대학생들과 대학 모임들이 주관한 것이 특징이었다.
대학생들은 집회 사회와 주요 발언을 맡았고, 집회 장소 주변에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는 사진을 전시하고 부스를 차렸다. 많은 참가자들이 고무받고 이들을 격려했다.
사회를 맡은 팔레스타인인 고려대 학생 라니 씨는 “한국에서의 팔레스타인 연대 학생 운동이 굉장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고, 앞으로도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면서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그녀는 “굉장히 자랑스럽게 말씀드릴 게 있다”며 서울대(수박), 고려대(쿠피야), 연세대(얄라 연세), 한양대(자이투나)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휴전 합의에 대해 그녀는 휴전 성사가 “좋은 소식”이지만 “언제나 저항이 최우선 순위”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싱어송라이터 최양다음 씨는 억압에 굴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자는 노래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마음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고 팻말을 흔들며 호응했다.
첫 발언자는 최근 한양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를 만든 두니아 씨였다. 다른 대학생 참가자들도 함께 무대에서 연대의 현수막과 팻말을 들었다.
두니아 씨는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옹호 입장을 밝혔다가 주변에서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무슬림 혐오에도 시달렸다고 했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 않았고 그 덕분에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또한 한양대 동아리에 쏟아진 참여와 격려에 “시온주의자들의 혐오보다 팔레스타인 커뮤니티의 사랑이 더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고개를 당당하게 들고 여러분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세요. 혐오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둘째 발언자는 연세대에서 활동하는 임재경 씨였다. 그는 평범한 학생들의 광범한 팔레스타인 지지 정서를 전하며 거기에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짜 희망을 경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는데,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휴전하겠다고 한 말과 행동도 그 중 하나라고 했다.
그가 비판한 또 다른 대상은 한국 정부와 권력자들이었다.
“그저께 한국 국회에서 가자지구 휴전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환영할 것이 못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회 결의에는 팔레스타인들의 대의와 저항을 지지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미국의 책임은 하나도 말하지 않습니다. 이를 돕는 한국 정부의 책임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한국 민주당의 광주시장 강기정이 그 결의안이 통과된 그날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극진히 대접했겠습니까?”
셋째 발언자는 서안지구에서 온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였다. 그는 팔레스타인인 인종 학살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침묵을 꼬집었다.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네타냐후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지금까지 어떤 아랍 국가, 이슬람 국가도 이 영장을 실제로 집행하겠다고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나심 씨는 레바논 휴전 타결이 “아주 작지만 기쁜 소식”이라면서도 이렇게 강조했다.
“레바논에서 저항이 지속되지 않았다면 휴전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온주의 적들이 이해하는 언어는 오로지 우리들의 힘과 무기뿐이라는 것이 또 한 번 입증됐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이 휴전 발효 후에도 벌써 7차례나 합의를 어기며 레바논인들을 살해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피와 학살, 파괴와 살인” 본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언자는 이집트인 활동가 압둘무흐신 씨였다. 그는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이유가 “바로 가자지구의 저항 세력이 민족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레바논에서 휴전이 발효된 상황에서 우리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계속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종각역-명동-을지로입구-광교를 지나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까지 행진했다. 대학생들이 행진을 이끌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성 대학생들은 행진 선두에서 구호를 선창하며 대열을 이끌었다.
추운 날씨에 비도 잠깐 내렸지만 행진 대열의 기세와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호응 덕분에 참가자들은 힘을 내며 행진했다.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여했다는 한 30대 여성 한국인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평소 노엄 촘스키 교수님의 영상을 보며 팔레스타인 문제를 알게 됐고, 노동자연대 웹사이트를 통해 매주 토요일에 집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어요. 그러던 중 ‘이렇게 고민만 하지 말고 한번 참가해 보자’라는 마음에 직접 와 봤는데 걱정과 달리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명동에서 시민들이 우리 모습을 핸드폰에 담고, ‘잘한다’고 응원 말씀도 건네어 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 이예진(영화 전공 대학원생) 씨는 집회와 행진을 열심히 촬영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팔레스타인 연대 의미가 담긴] 〈가자 모노로그〉라는 연극을 준비해서 서울대에서 공연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라는 방식을 통해서도 팔레스타인을 알리고, 한국에도 팔레스타인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주최 측은 다음주 일요일인 12월 8일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리는 ‘집중 행동의 날’에 최대한 많이 모이자고 거듭 호소했다.
내일인 12월 1일 울산에서는 오후 3시에 남구 업스퀘어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린다. 같은 날 오후 2시에 서울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도 홍보전과 행진이 있다. 다음주 수요일인 12월 4일 오후 6시 30분에는 서울 신촌역에서 ‘신촌 행진의 날’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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