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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중에도 중동 상황은 불안정할 것이다

트럼프의 재등장으로도 중동 상황을 안정시키기가 어려운 요인들에 대해 김인식이 들춰 낸다.

2019년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통치권을 인정해 준 트럼프 ⓒ출처 이스라엘 총리실

트럼프 재선을 이용해 전쟁을 확대하려는 이스라엘

“트럼프는 네타냐후에게 ‘내가 당선되면 내년 1월 대통령 취임 전까지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길 바란다’고 말했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 10월 30일 자)

트럼프가 지난 7월 자신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방문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당국(PA)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는 트럼프 당선 뒤 한 통화에서 트럼프가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압바스 수반 및 지역과 세계의 관련 당사자들과 협력하여 지역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

제국주의자 트럼프는 세계에 평화와 정의를 가져다 주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에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핵 시설]이야말로 타격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가. … [바이든은] 핵을 먼저 타격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어야 한다.”

트럼프는 지난번 임기 때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고(2017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했다(2019년). 트럼프 정부 시절 국무장관이던 마이크 폼페이오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방문했다.

지금 이스라엘은 트럼프를 뒷배 삼아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하고 서안지구를 합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가 당선된 뒤 세 차례나 그와 통화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 2기에 대해 커다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리는 이란의 위협과 그에 따른 위험에 대해 견해가 완전히 일치했다. … 평화와 평화의 확장, 그 밖의 분야에서 이스라엘 앞에 놓인 큰 기회도 봤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7개의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자가 말하는 “평화의 확장”은 대체 뭐겠는가.

이스라엘 외무장관 기드온 사아르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비현실적”이라며 반대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하마스 국가를 건설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2025년은 이스라엘 주권이 서안지구에 미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봉쇄된 가자 북부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군 준장 이치크 코헨은 “아무도 북부 지역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고 “그곳에는 주민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아레츠〉 11월 8일 자).

오죽하면 이스라엘의 영자 일간지 〈하아레츠〉가 사설에서 처음으로 네타냐후와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지구 북부에서 “인종청소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겠는가(11월 10일 자).

레바논 전쟁: “이스라엘군은 단 하나의 마을도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

신임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레바논에서 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와 리타니강 너머 철수, 이스라엘 북부 주민의 귀환 등] 전쟁 목표 달성이 포함되지 않는 어떤 합의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헤르지 할레비는 11월 10일(이하 현지 시각), 레바논 남부의 새로운 지역으로 지상전을 확대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러나 레바논 지상전은 이스라엘의 계획대로 되고 있지 않다.

이스라엘군은 10월 레바논 남부 지상 작전에 병력을 추가로 배치하며 전선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레바논 전역에서 민간인들을 무자비하게 폭격하고 있다.(최근에는 시리아에서도 폭격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여전히 레바논 남부 지역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헤즈볼라 대변인 무함마드 아피프는 〈알자지라〉에 이렇게 전했다. “45일 간의 격렬한 전투에도 불구하고 적군은 여전히 단 하나의 마을도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11월 11일 자) 그는 이스라엘이 “공습만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아피프는 17일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사망했다.)

네타냐후는 요아브 갈란트를 국방장관직에서 해임했다. 갈란트는 가자지구와 레바논 전쟁에서 “군사적 단계”를 끝내기를 원하는 이스라엘 군 지휘부의 기류에 동의했다.

갈란트를 해고했지만, 네타냐후에 가해지는 압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11월 15일 미국은 휴전 협상안 초안을 서면으로 작성해 레바논 국회의장 나비 베리에게 전달했다. 나비 베리는 헤즈볼라가 자신들을 대신해 협상할 권한이 있다고 밝힌 인물이다. 나비 베리는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휴전 협상안 초안을 레바논 측에 전달하기 전에, 이스라엘 일간지 〈이스라엘 하욤〉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 제안에 다음 같은 원칙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리타니강 북쪽으로 군대를 철수하고 리타니강과 이스라엘 접경지 사이 지역에 다시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레바논 내 헤즈볼라 제1진지에서 철수해 국제 국경으로 복귀할 것이다.”(11월 10일 자)

이런 사태 전개는 이스라엘 군부가 동요하고 있고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최근에 이스라엘은 피란민 수십만 명을 가자지구 알마와시에 몰아넣고는 이곳의 “인도주의 구역”까지 폭격했다 ⓒ출처 UNRWA

이스라엘의 가자 북부 학살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약 1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살인적인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11월 17일 이스라엘군이 가자 북부의 베이트 라히야를 폭격해 최소 40명이 사망한 것은 가장 최근의 비보일 뿐이다. 그중 3분의 1은 어린이였다.

이스라엘은 10월에 베이트 라히야, 베이트 하눈, 자발리아로 탱크를 진입시켰다. 이곳들은 가자지구의 역사적 난민촌 8개(1948년 나크바로 살던 땅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이듬해 가자지구에 세워졌다) 중 가장 큰 난민촌들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싸우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들은 대부분 여성, 어린이, 노인이었다.

그리고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식량, 물,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해 굶어 죽었다. 독일 외무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2개월 동안 지금처럼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이 적었던 적은 없었다. … [이스라엘은] 수없이 많은 약속을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10월 13일 미국은 이스라엘에 “30일 안으로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0일 유예 기간이 만료되기 하루 전날인 11월 12일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어느 정도 개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했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비난했다. “우리 국민에 대한 잔혹한 대량 학살이 벌어지는 전쟁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완전히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지금 항복하지 않으면 파멸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미국은 하마스가 “휴전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하마스가 (일시 휴전이 아닌) 영구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전면 철수를 요구했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휴전 조건이다.

미국은 하마스가 휴전안을 거부한 것을 빌미로 하마스 지도부를 추방하라고 카타르 정부에 요구했다. 그래서 하마스 지도부는 지금 튀르키예에 체류하고 있다.

말만 번지르르한 아랍 지배자들: “아랍 국가들로부터 받고 있는 모욕과 수치는 이걸로 충분하다”(한 가자 주민)

11월 11일 아랍연맹과 이슬람협력기구의 정상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아랍·이슬람 국가 정상들은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 결의안에는 이스라엘군은 가자에서 철수하고,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동부꾸드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모든 결정이나 행동을 거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팔레스타인인들을 단결시키려는 이집트아랍공화국의 지속적인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팔레스타인인들의 유일한 합법적 대표임을 재확인[한다.]”

이집트 독재자 엘시시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빈 살만 등 아랍 지배자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원하겠다고 결의한 것은 번지르르한 말일 뿐이다. 그 자들이 결정한 38개 사항 어디에도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독립을 지지한다는 내용은 없다.

아랍 지배자들은 겨우 구호품 공중 투하나 할 뿐이다. 10월 22일 아랍에미리트 항공기가 가자지구에 떨어뜨린 구호품을 올려보려다 파편에 맞아 세살배기 아이가 죽었다. 그 아이의 할아버지는 분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아랍 국가들로부터 받고 있는 모욕과 수치는 이걸로 충분하다.”(YTN, 10월 23일 자)

그럼에도 아랍 지배자들은 말로라도 팔레스타인인 지지를 표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전쟁 확대의 위험과 무엇보다 자국 대중의 분노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의 전 외무부 장관이자 초대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마르완 무아셰르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요르단뿐 아니라 아랍 세계의 대중은 10월 7일을 통해 매우 급진화됐고, 지금 아무도 평화를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금 대다수 사람들은 무장 저항만이 점령을 끝낼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데이비드 허스트, 〈미들 이스트 아이〉, 11월 14일 자에서 재인용)

그래서 아랍 지배자들은 이스라엘에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서 지금처럼 고립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