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휴전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폭격을 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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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수요일 새벽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60일 휴전이 발효됐다.
그러나 휴전 발효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은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60일짜리 한시적 휴전인 데다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위태로운 휴전인 것이다.
이스라엘은 휴전 이후에도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레바논인들을 체포했고, 하마스 거점 지역이라고 주장하며 폭격했다. 50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62개 마을로의 귀향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선언했고, 국경에 더 가까운 지역으로 접근하는 이들에게는 총격도 가했다.
수많은 레바논인들에게는 잠시 집에 돌아가 소지품을 가져오는 것조차 여전히 가능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휴전 위반이다. 알자지라와 인터뷰한 카타르의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은 먼저 휴전을 어긴 후 상대방을 비난한, 아주 길고 오래된 역사가 있습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둘 다를 상대로 말입니다. 그런 일이 벌써 벌어지고 있습니다.”
휴전이 위태로운 이유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등 레바논인들의 저항을 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휴전 합의에는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이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시킨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이런 구상은 2006년에도 이미 실패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9월 레바논으로 전쟁을 확대하면서 내세웠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테러를 가하고 폭격을 통해 인명 피해를 키울 수는 있었지만 레바논 남부를 장악하겠다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막상 지상전에 돌입하자 거센 저항에 부딪혀 전사자가 속출했고 결국 레바논 국경 안쪽으로는 거의 전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바논에 접경한 이스라엘 북부 지역 한 정작촌의 지도자인 마이클 카베사도 이렇게 말했다. “이건 휴전이라기보다는 항복 문서다. … 저들은 다시 성장하고 복원될 것이고, 20년 뒤에 다시 맞붙게 될 것이다.”(BBC 11월 28일 자)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휴전 합의가 “큰 실수”이자 “헤즈볼라를 근절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총리 네타냐후를 비판했다.
휴전이 지속되리라 낙관하기에는 불안하고 모호한 구석이 많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은 진정한 평화에 관심이 없다.
이스라엘은 이번 휴전으로 시간을 벌고,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들의 공동 저항 전선을 약화시키려 한다. 실제로 네타냐후는 휴전을 발표하면서 하마스를 더 압박하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한 미국 바이든 정부는 레바논 휴전이 발표되던 날 이스라엘에 대한 6억 8000만 달러어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 무기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위협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더 많이 죽이는 데에 쓰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멈출 때까지 자신들도 계속 싸울 것이라는 약속을 뒤로 한 채 단독으로 휴전에 합의한 것은 오판이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안팎의 여론과 자신을 지원하는 이란의 대외 정책 기조를 의식한 듯하다.
그러나 앞서 봤듯 이스라엘은 레바논인들을 평화롭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고 이는 다시금 저항을 촉발할 수 있다. 실제로, 휴전 첫날 자행된 이스라엘의 폭격에 대응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정착촌을 상대로 한 로켓포 공격으로 반격에 나선 바 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운동은 이런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서방에 맞서 운동을 강력하게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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