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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정 증보 프랑스:
퇴진 거부하는 대통령 마크롱에 맞서는 노동자들

프랑스에서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비민주적으로 권력을 부지하려고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마크롱은 지난 7월 자신의 위기를 돌파하려고 조기 총선 실시라는 도박에 나섰지만 오히려 대패하고 의석을 크게 잃었다. 좌파인 신민중전선이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다. 그러나 마크롱은 파시스트들의 지지하에 자신의 뜻대로 총리 임명을 강행했다.

“연금, 임금, 고용, 공공서비스” 12월 12일 파업과 시위에 나선 노동자들 ⓒ출처 UFSE-CGT

마크롱이 임명한 총리는 부자와 기업주를 위한 예산안을 의회 승인 없이 통과시키려다 불신임당했다. 프랑스 의회에서 총리 불신임안이 통과된 것은 62년 만에 처음이다. 한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퍼센트가 마크롱도 하야해야 마땅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대국민연설을 통해 하야 요구를 일축하며 모든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사람들 가슴에 불을 지른 그의 모습은 꼭 윤석열을 연상시킨다.

마크롱은 프랑수아 바이루를 후임 총리로 임명했지만, 정치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하단 박스 기사를 보시오.)

그리고 그럴수록 마크롱은 권위주의적 수단에 기대려 할 공산이 크다.

이미 마크롱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국회 동의를 건너뛸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국민 다수가 반대한 연금개악안을 밀어붙인 바 있다. (당시 거대한 항의 시위와 파업이 일었지만 운동 지도자들의 소심함 탓에 개악을 되돌리지 못했다.)

심각한 정치 위기를 이같은 권위주의적 수단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는 파시스트들을 고무할 것이다. 프랑스 공식 정치에서 파시스트들은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RN)은 전체 의석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RN 대선 후보 마린 르펜은 여론 조사에서 약 35퍼센트의 지지를 받고 있다.

파시스트가 대통령이 되거나, 마크롱과의 야합으로 총리로 임명이 된다고 해서 바로 국가의 성격이 바뀌지는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파시스트들이 자신의 지지 세력을 군과 경찰 등 국가기구 곳곳에 뿌리내리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극좌파도 만만찮은 세력을 이루고 있다.

장뤽 멜랑숑이 이끄는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는 지난 7월 총선에서 RN이 제1당이 되는 것을 막겠다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한 중도 좌파 정당인 사회당까지 포함하는 광범한 선거연합 ‘신민중전선’을 꾸렸다. 신민중전선은 총선 2차 투표 때 여러 선거구에서 자신의 후보를 사퇴시키고 마크롱의 후보를 지지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회에서 좌우를 망라하는 연합으로 파시스트에 맞선다는 전략은 파산했다. 좌파의 표를 얻은 마크롱이, 선거 후 신민중전선을 무시하고 RN의 지지에 기대어 인종차별적 보수 총리를 임명한 것에서 다시금 드러났다.

정치 위기의 뿌리는 마크롱과 전임 중도파 정부들이 수년간 노동자와 서민을 공격하는 정책을 펼친 것에 대한 광범한 분노에 있다. 파시스트들이 이런 상황에서 득을 보지 못하도록 하려면 좌파가 위기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대안은 바로 노동자와 청년 등 평범한 사람들이 거리와 작업장에서 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드니 고다르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누가 권력을 잡는가’ 하는 포괄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상황은 분명 불안정할 테지만 파업은 노동계급이 그 물음에 답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의회적 해법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파업과 투쟁으로 노동계급 조직을 건설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합니다.

“그러나 파시스트들도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마크롱이 더 우익적인 총리와 정부를 세우지 못하게 하려면 거리의 투쟁이 중요합니다.

“시위와 파업을 되도록 크고 단호하게 벌여야 합니다. 파시스트들보다 강력한 세력임을 과시해야 하는 것이죠.

“프랑스의 운명이 더는 의회에서 정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외쳐야 합니다.”

12월 5일 프랑스에서는 공공·교육 부문 전국 하루 파업이 일어나 파업 노동자 수만 명을 포함해 20만 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집결했다. 이들은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긴축에 주되게 항의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교사는 “프랑스의 부채는 우리 책임이 아니다. 수조 원을 버는 기업들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11일부터는 철도 노동자들이 부분 민영화 등에 반대해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좌파적 노조인 CGT-철도노조 지도부는 현재의 정치 위기가 자신들의 투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대정부 전선에서 강력한 압력을 유지해야 향후 누가 교통부 장관이 되든 더 큰 협상력을 갖게 될 것이다.”

12일에는 130여 개 금속 작업장에서 구조조정 등에 반대하는 파업이 벌어졌고 70여 곳에서는 대체인력 투입까지 저지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파리와 낭트 등 주요 도시에서 수천 명씩 시위에 나섰다.

지배자들의 위기를 기회 삼아 경제적 요구를 쟁취하려는 이런 시도가 더 많아져야 한다. 노동자들이 그런 파업에 나서는 것은 정부에 반대하는 운동 전체의 규모와 투쟁성을 높이는 데에 가장 효과적이다.

파시스트의 성장세가 만만찮은 만큼,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하는 투쟁도 중요하다.

그간 마크롱 정부는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고자 무슬림과 이주민·난민을 향한 인종차별을 갈수록 부추겨 왔다. 그러나 무슬림과 이주민·난민을 더욱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파시스트들의 성장을 돕는 결과만 낳았다. 따라서 파시스트들의 전진을 막으려면 무슬림 등을 방어하는 투쟁을 크게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윤석열의 위기와 프랑스 마크롱의 위기는 닮은 점이 있다. 두 곳 모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방향으로 현 위기를 해소할 해법은 의회에 기대지 말고 아래로부터 투쟁을 건설하는 데에 있다.

마크롱의 새 총리 바이루는 누구인가?

마크롱이 총리로 임명한 프랑수아 바이루는 중도 보수 성향임에도 사회당과도 주요하게 협력해 온 전력을 내세우는 노련한 정치인이다. 마크롱과 동맹 관계에 있는 ‘모뎀’당의 지도자이기도 한 그는 마크롱 1기 정부에서는 법무장관으로 임명될 만큼 마크롱의 측근이다.

마크롱은 바이루를 통해 극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를 고립시켜 정부를 유지할 심산인 듯하다. 실제로, 총리 임명을 앞두고 마크롱은 사회당, 공산당 등 중도좌파 정당 지도자들을 잇따라 만나 ‘극우와 극좌에 모두 반대하는 공화주의 전선’을 주장했다.

새 총리 임명에도 불구하고 마크롱의 정치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마크롱이 또 다시 자신의 측근을 총리로 임명한 것에 즉각 반발하고 있다.

전임 내각과 마찬가지로 바이루 내각이 살아남으려면 RN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특히 예산안 통과가 핵심적일 텐데, RN은 이주민 탄압, 국경 봉쇄 등 인종차별적 지출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RN은 “새 총리는 자신이 의회 다수파가 아님을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며 거듭 압박했다.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중도우파 정부가 의회 내 파시스트의 지지에 기대어 유지되는 상황은 하루라도 더 지속돼선 안 된다.

의회 내 책략이 아니라 거리와 작업장에서 투쟁을 벌이는 것으로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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