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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해지는 프랑스 위기:
마크롱을 쫓아내려면 노동계급 투쟁이 필요하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13일 새 총리를 임명했지만 정치 위기는 계속되고 있고, 파시스트가 기회를 노리고 있다.

마크롱은 낮은 지지율을 타개하고자 지난 6월 조기 총선을 실시했지만 참패한 이후 안정적인 정부 구성에 실패하고 있다.

“마크롱,퇴진!” ⓒ출처 La France insoumise

중도좌파 일간지 〈르몽드〉는 마크롱이 “1958년 제5공화국 출범 이래 가장 친기업적인 정부”를 이끌고 있지만 기업주들 사이에서는 “무능한 관리자”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지배자들의 이런 반응은 계속되는 공식정치의 위기로 경제 불안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한다.

현재 프랑스는 수년간 평범한 사람들을 괴롭힌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재정 위기가 심각하다. 올해 신용평가사 S&P와 무디스는 각각 11년과 9년 만에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프랑스 중앙은행도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1.2퍼센트에서 0.9퍼센트로 낮춰 잡았다.

또한 프랑스 자본가들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위기감도 크다.

기업주들은 이런 위기를 자신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타개해 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한다. 그래서 최근 프랑스경제인협회(MEDEF)의 전 대표 피에르 가타즈는 “도널드 트럼프, 일론 머스크, 하비에르 밀레이”가 프랑스에 필요하다고 썼다. 셋 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친기업 극우 인사들이다.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RN)은 이처럼 마크롱과 중도 우파가 지배자들의 신망을 잃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을 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세력으로 내세운다.

일부 기업주들은 이미 지난 6~7월 총선을 앞두고, 급진좌파인 ‘불복하는 프랑스’(LFI)보다 RN이 낫다고 선언한 바 있다. 첨예한 정치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계가 파시스트와 가까워지는 과정이 더 진척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프랑스 통신사 재벌인 사비에르 닐은 “한 줌의 중도파 인물들을 제외하면, 기업주들을 지원하는 합리적인 인사는 [RN의 당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주요 좌파는 이런 정치 위기에 민중전선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민중전선 전략은 중도를 포괄하는 광범한 연합으로 선거에서 승리해 파시스트와 우파를 물리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민중전선 전략은 의회 내 다수파 지위를 획득/유지하기 위해 중도파 세력과의 연합에 연연하는 탓에 어느 시점이 되면 노동계급의 투쟁을 억제하는 모순에 빠진다.

프랑스의 주요 급진좌파 정당인 장 뤽 멜랑숑의 LFI는 민중전선 전략에 따라 ‘신(新)민중전선’이라는 이름 아래 중도 정당들과 선거연합체를 꾸렸다. 신민중전선은 총선에서 마크롱의 정당을 꺾고 가장 많은 의석을 획득해 RN의 총리 배출을 막았다. 마크롱이 RN의 지지하에 지명한 우파 총리 바르니에가 강도 높은 긴축 예산을 밀어붙이려 하자, 신민중전선은 총리 불신임을 주도해 총리를 날려 버렸다.

마크롱은 이를 두고 중도를 거꾸러뜨리려는 극좌와 극우의 작당으로 묘사했지만, 총리 불신임을 주도한 것은 신민중전선이었다. RN은 인기 없는 내각을 지탱하는 세력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뒤늦게 불신임안을 지지했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줬고 12월 5일 20만 명이 모인 공공부문 파업 집회로도 나타났다. 11일에 시작된 무기한 철도 파업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14일 토요일에는 “이주민들의 권리와 존엄성을 방어하기 위한” 집회가 1만 5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들은 CGT 노총이 집회를 공식 지지한 것을 디딤돌 삼아 청년과 노동자들을 동원했다. 집회에 참가한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는 여기서 노동하고, 여기서 살고, 여기서 머물 것이다!“라고 외쳤다.

현재 프랑스의 계급 투쟁은 사태를 지켜보며 차기 정부와의 협상에 따라 투쟁을 조율하려는 노동조합 상층 관료의 통제를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멜랑숑의 LFI는 바르니에 내각이 붕괴하자 마크롱의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마크롱이 이를 무시하고 중도 우파 바이루를 임명한 지금, LFI는 다시 총리 불신임안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신민중전선 내 가장 온건한 세력인 사회당은 바이루 내각에 사회당을 끌어들이려는 마크롱의 구애에 갈수록 문을 열어 주고 있다. 사회당의 전 대통령이자 현 국회의원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12월 16일 한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며 ‘정국 안정’을 강조했다. LFI는 마크롱과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사회당에 촉구하고 있지만 위기가 첨예해질수록 신민중전선의 모순도 깊어질 것이다.

사실 올랑드 정부 이후 정치적으로 시체나 다름없었던 사회당이 지금과 같은 위치로 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민중전선 전략 덕분이었다.

공식정치만 바라보거나 관련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바깥에서 아래로부터 저항을 조직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거리 시위와 노동자 투쟁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그렇게 투쟁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을 통해서만 경제적·정치적 위기에 대한 노동계급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간계급이 (일부 자본가들을 따라) 파시스트들에게 이끌리는 것을 차단하는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좌파가 이 점을 경시한 채 공식정치 내 대응에 주력하는 것은 지나치게 한가하고 위험하다.

따라서 혁명가들의 구실이 중요하다. 각종 위기 속에서 분노하는 노동자와 청년들을 조직하고 아래로부터 운동을 고무해 노동계급의 잠재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만이 우파와 파시스트의 공세를 제대로 저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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