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말한다:
“바르니에 정부가 붕괴한 지금, 거리 시위와 파업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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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사회주의자 드니 고다르가 미셸 바르니에 정부 붕괴에 관해 토머스 포스터에게 전했다.
12월 4일 수요일 프랑스에서 우파 총리 미셸 바르니에 대한 불신임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정부가 붕괴했다. 바르니에의 퇴진으로 프랑스 국가의 정치 위기가 더 심각해졌다.
12월 2일에 바르니에는 프랑스 헌법에 있는 권위주의적인 조항인 49조 3항을 발동해 의회 표결을 건너뛰고 사회보장 예산안을 관철시켰다. 그 예산안은 600억 유로[약 90조 원] 규모의 지출 삭감과 증세로 노동계급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공격한다.
총리 불신임안은 전체 의원 577명 중 과반이 훌쩍 넘는 331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지난 9월 프랑스의 신자유주의자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노회한 우익 정치인 미셸 바르니에를 총리로 지명했다. 바르니에가 총리직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마린 르펜과 조르당 바르델라가 이끄는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RN)의 지지 덕분이었다.
7월 총선은 원내 세 주요 블록인 신민중전선(NPF)과 국민연합, 마크롱의 선거 연합인 ‘앙상블’의 교착 상태를 낳았다.
신민중전선은 의원이 193명으로 가장 많지만, 그 블록을 이룬 장뤼크 멜랑숑의 좌파 정당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LFI)와 주류 사민주의 정당인 사회당 등 이질적인 정당들 사이에서 분열이 있다. 마크롱의 선거 연합은 166석, 파시스트 국민연합과 그 동맹 세력은 142석을 갖고 있고, 바르니에가 속한 보수 연합은 47석을 갖고 있다.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드니 고다르는 이번 위기의 계기와 좌파의 과제를 설명했다.
“여름 총선 이후 프랑스 의회는 어느 쪽도 과반 의석을 점하지 못한 채 엇비슷한 세 세력이 분점한 상태입니다. 바르니에 정부는 마크롱의 당과 공화당과 파시스트들의 연합에 기초한 정부였습니다. 수십 년을 통틀어 가장 반동적이기로 손꼽히는 정부였습니다.
“바르니에 정부는 파시스트들의 지지에 전적으로 의존했어요. 파시스트들은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듯 이 정부를 쥐락펴락했습니다.”
“정부는 예산안을 짤 때 파시스트들에게 많은 것을 양보했습니다. 국민연합의 정치에 순응할 태세임을 보여 준 것입니다.
“마크롱은 국민연합에 갈수록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정부는 매 사안에 관해 국민연합과 협상했고, 그럼으로써 국민연합을 프랑스의 주요 세력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파시스트 정당인 이 국민연합의 기반은 중간계급에 있어서, 반동적인 인종차별·국수주의 정치를 지지하면서도 일정한 사회보장 조처를 옹호합니다.
“마크롱이 옹호한 예산안은 지극히 지배계급을 위한 것으로 연금을 개악하고 프랑스인 대부분 ─ 중간계급을 포함하는 ─ 의 삶을 악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층의 파시스트 지지자들은 이 정부와 연합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습니다.
“바르니에 정부와 마크롱은 대중의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지 기반도 없고 원내 다수당도 없어서 행정명령과 강제력으로만 통치할 수 있습니다.
“한때 파시스트들은 바르니에 정부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고, 대중의 원성을 살 조처들을 지지해 주려는 듯했습니다. 왜냐하면 프랑스 헌법에 따르면 의회 해산에 따라 조기 총선을 치르면 1년 이내에 또다시 선거를 치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마크롱이 7월에 의회를 해산했었죠. 하지만 모순이 너무 커서 파시스트들도 이 정부를 계속 유지시켜 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위기는 프랑스 좌파에게 첨예한 물음을 제기한다.
지난 조기 총선 결선 투표에서 신민중전선은 1차 투표에서 3위를 한 후보들을 사퇴시키고 마크롱의 선거 연합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실천적으로 이는 엘리자벳 보른 같은 인종차별·신자유주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뜻했다. 엘리자벳 보른은 대중 항쟁을 촉발한 연금 개악안의 설계자다.
신민중전선은 결선 투표에서 최다 득표했지만 과반 의석을 얻지는 못했다. 좌파의 표를 챙긴 마크롱은 우파를 총리에 앉혔다.
고다르는 좌파가 의회 밖 투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파는 정부 붕괴에 슬퍼할 이유가 없습니다.
“옳게도 좌파는 정부의 정치와 예산안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러나 좌파의 큰 약점은 의회를 중심으로 한 전략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사회당과 공산당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안정된 정부를 세우려면 극우에 맞서 마크롱과 협력해야 할지도 모른다.’
“멜랑숑의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는 더 투쟁적인 전략을 추구할 테지만, 그 전략도 여전히 마크롱으로 하여금 좌파 총리를 임명하게 하는 것을 중심에 놓을 것입니다.
“지난 9월 마크롱이 바르니에를 총리로 지명하면서 의회적 책략이 먹힐 여지는 사라졌습니다.
“그로써 기층에서 ‘이제 해법이 없으니 우리가 싸우겠다’ 하고 나설 기회가 열렸습니다. 임금, 노동 조건, 해고 등을 두고 여러 부문에서 파업이 늘어난 것입니다.
“지역 수준에서 우후죽순 늘어난 파업의 압력에 밀려 노동조합 지도부들은 쟁의를 명령했습니다. 이번 달 여러 부문에서 전국 파업이 벌어질 예정입니다.
“목요일에는 공공·교육 부문,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항만 노동자들이 전국 파업에 나섭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는 철도 노동자들의 무기한 파업이 시작됩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는 제조업 부문 하루 파업이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 5일 공공·교육 부문 파업이 실제로 크게 일었다. 파업 노동자 수만 명을 포함해 20만 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열악한 노동조건과 긴축에 항의했다. 반면,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은 취소됐다. — 12월 11일자 편집자 주]
“이제 ‘누가 권력을 잡는가’ 하는 포괄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향후 몇 주 동안 정부가 없을 테니까요. 프랑스 상황은 분명 불안정할 테지만 파업은 노동계급이 그 물음에 답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의회적 해법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파업과 투쟁으로 노동계급 조직을 건설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합니다.
“그러나 파시스트들도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마크롱이 더 우익적인 총리와 정부를 세우기 어렵게 하려면 거리의 투쟁이 중요합니다.
“시위와 파업을 되도록 크고 단호하게 벌여야 합니다. 파시스트들보다 강력한 세력임을 과시해야 하는 것이죠.
“프랑스의 운명이 더는 의회에서 정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외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