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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
인종차별주의자 미셸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한 마크롱
프랑스 전역에서 항의 시위 분출

7일(토) 규탄 시위 소식을 반영해 필자가 기사를 개정·증보했다.

9월 7일 토요일 프랑스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 140개 시위에 참가했다. 시위대는 신자유주의적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반민주적 폭거를 맹렬히 규탄했다.

시위대는 “민주주의가 부정당했다”, “마크롱 퇴진하라”, “선거를 도둑맞았다” 같은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주최 측은 파리에서 16만 명이, 전국적으로 3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불복하는 프랑스’(LFI) 지도자 장뤼크 멜랑숑은 파리 도심 시위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프랑스 민중이 저항에 나서 이제 혁명에 돌입했다.

“멈추지도, 휴전하지도 않을 것이다. 기나긴 전투를 벌이자.”

”퇴진이 답이다” 마크롱 퇴진 요구를 적은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시위대. 9월 7일 낭트

9월 5일 목요일 마크롱은 미셸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했다.

바르니에는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RN)의 허락이 있어야만 프랑스를 통치할 수 있는 인종차별적 보수 정치인이다. 이는 올여름 많은 좌파가 파시즘을 저지할 방벽으로 내세운 민중전선 정책이 낳은 처참한 결과다.

바르니에는 파시스트가 부상하는 가운데 몰락한 주류 우파 정당인 공화당 소속이다. 바르니에는 브렉시트 당시 영국의 탈퇴 조건을 협상했던 유럽연합 집행위원이었다.

바르니에는 2021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 비유럽계 이민자의 프랑스 입국을 향후 3~5년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미 프랑스에 입국한 가족과 합류하려는 사람들의 입국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바르니에는 의회가 연간 이민자 유입 상한을 정할 수 있게 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도 했다. 또, 바르니에는 징병제 부활도 주장했다.

바르니에는 1981년 국회에서 동성애 비범죄화 법안에 반대 투표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마크롱이 한물간 우익 망령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바르니에는 총리에 임명된 후 한 첫 인터뷰에서 연금 개악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했다.이 연금 개악에 맞서 대중 파업과 수백만 규모의 거리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또 바르니에는 지금보다 더 인종차별적인 이민자 공격 조처를 약속했다.

“프랑스 국경이 구멍투성이라 이민자가 걷잡을 수 없이 유입되고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있다. 나는 국민연합의 이데올로기를 그다지 동의하지 않지만, 존중한다.”

지난 7월 총선에서 6.5퍼센트를 득표해 4위(원내 정당 중 꼴찌)에 그친 정당의 인물을 내각의 수반에 임명한 것은 반민주적 폭거다.

신민중전선(NPF)은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지만 과반 의석을 얻지는 못했다. 총선 당시 NPF는 1차 투표에서 3위를 한 후보들을 결선 투표에서 사퇴시키고 마크롱의 후보들에게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이것은 역겨운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노동계급의 적들을 지지하라고 촉구한 꼴이었다. 마크롱은 좌파의 표를 가져간 후 NPF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마크롱은 NPF 내에서 오른쪽에 있는 자들도 총리로 임명하기를 거부했고 결국에는 바르니에를 택했다. 온건 좌파 정부보다 보수-파시스트 야합을 선호한 것이다.

파시스트들이 바르니에를 지지할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바르니에가 얼마간이라도 총리직을 유지하려면 파시스트들의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마크롱은 자당 의원들도 바르니에를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9월 5일 국민연합 지도자 마린 르펜은 ‘엑스(옛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미셸 바르니에 정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곧 바르니에 총리 불신임안을 지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르펜은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미셸 바르니에가 균형 재정이라도 지켜낼 것인지 두고 볼 것이다.”

이는 파시스트들이 바르니에의 총리직을 부지시켜 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국민연합의 다른 인사들은 더 냉담하다.

국민연합 국회의원 장필리프 탕기는 73세의 바르니에가 “정치 경력을 쌓으며 화석화한” 자이고 “제5공화국 시대를 통틀어 가장 멍청한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향후 몇 주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든 프랑스 정치는 이웃 나라인 독일처럼 갈수록 불안정해질 것이다. 파시스트들은 정국의 혼란과 권력층에 대한 반발 속에서 성장하기를 바란다.

다음 달 바르니에가 제출해야 하는 정부 예산안은, 마크롱이 더 반민주적인 행정명령에 의존하지 않는 한 통과되기 어려울 듯하다.

사회당 지도자 올리비에 포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정치 시스템의 혼란기에 접어들고 있다.”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1930년대 초 독일과 프랑스의 정치 위기를 살펴보며 “부질없는 정치 야합의 천태만상”이 정치의 와해를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또 그런 야합은 “불안정, 불신, 휘발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트로츠키는 지적했다. 유일하게 효과적인 대응은 NPF의 전략과 단절하고 마크롱의 쿠데타에 맞서 거리와 일터에서 싸우는, 투쟁하는 좌파다.

토요일 시위는 마크롱을 퇴진시키고 2023년 강행된 연금 개악을 철폐하고 친기업 정치를 끝내는 진정한 압력의 시작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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