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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법원, 파시스트 마린 르펜 대선 출마 금지 선고:
좋은 일! 그러나 국가의 힘으로 극우 위협을 물리칠 수 없다

3월 31일에 프랑스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RN) 지도자 마린 르펜의 차기 대선 출마가 금지됐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활동가들은 위협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법원은 르펜의 공직 출마를 5년 동안 제한하고, 이 제한은 판결 직후부터 효력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르펜은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은, 유럽의회 지원금 수백만 유로를 횡령했다는 죄목으로 르펜과 국민연합 정당 자체와 당 지도부 수십 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판사는 “가집행”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르펜의 공직 금지를 명령했다.

가집행 제도란, 항소 과정과 무관하게 법원 명령이 즉시 효력을 갖는 것을 말한다. 판사는 르펜에게 징역 4년형(그중 2년은 집행유예)과 10만 유로 벌금도 선고했다.

징역형과 벌금형은 항소 절차가 종료된 후에 집행된다.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이자 인종차별 반대 운동 조직자인 드니 고다르는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전했다. “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에서 심지어 현 총리 프랑수아 바이루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관들과 최고위 정치인들이 법정에 섰습니다.

“르펜의 공직 출마를 금지시키는 것은 법이 중립적이라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로써 국민연합을 저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국민연합이 득을 볼 수도 있습니다.

“마린 르펜은 그녀의 진짜 죄인 파시스트라는 죄목으로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정의는 오직 우리 계급의 몫입니다. 즉 우리가 국민연합을 분쇄할 것입니다.“

프랑스의 또 다른 혁명가 마티유는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전했다. “국민연합과 르펜에게 한방 먹이는 것은 무엇이든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아래로부터의 반파시즘 운동이 없다면 이 판결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르펜을 대신해 국민연합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가 대선에 출마할 것이 유력하다. 바르델라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프랑스 민주주의가 처형당한 것”이라고 반응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 르펜은 이 재판을 언급하며 “저들이 노리는 것은 나를 정치적으로 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재판 결과가 파시스트들의 거리 시위를 촉발할 수 있다.

법원의 선고 전에 정치학자 장이브 카뮈는 르펜의 공직 진출 제한이 르펜 지지자들을 분노케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연합 지지자들은 자신이 ‘엘리트’에게 박해받는 피해자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즉각적인 자격 박탈 선고는, 국민연합 지지자들의 피해의식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법원은 국민연합 지도부가 당의 재정적 부담을 덜 목적으로 유럽의회 지원금을 유용하기 위해 유럽의회 보좌관을 허위로 등록했다고 했다.

유럽의회 활동을 명목으로 받은 자금이 국민연합 당직자들의 임금으로 유용됐을 뿐 아니라, 퇴직금 및 연휴 상여금 등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데에도 쓰였다.

또, 법원은 르펜이 이미 2014년부터 자당 소속 신임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의정활동 보조비를 당으로 돌리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국민연합이 보좌관 40명 이상을 허위로 등록해 400만 유로가 넘는 공금을 횡령했다고 법원은 추산했다.

국민연합 부대표 루이 알리오의 공금 횡령 혐의에도 유죄가 선고됐다. 알리오는 공직 출마 금지 3년을 선고받았다(가집행되지는 않았다).

국민연합 정당 자체에도 200만 유로의 벌금이 선고됐는데, 그중 절반은 집행이 유예됐고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100만 유로는 징수가 확정됐다.

국민연합은 사법부의 “정치화”를 규탄하고 나섰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연합은, 법원이 “감히” 가집행 조치를 내리지는 않을 것을 확신한다고 공공연히 떠들어 댔다. 그리고 르펜은 3월 30일에 한 인터뷰에서 가집행 제도가 판사들에게 “우리 운동의 생사여탈권”을 부여한다고 했다.

프랑스의 인종차별 반대자들은 법원이 프랑스 파시즘의 부상을 저지해 줄 것이라 믿어서는 안 된다.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을 부상케 한 조건은 여전히 그대로이고, 국민연합의 지지 기반도 사라지지 않았다.

프랑스 전역에서 13만 명 넘는 사람들이 거리 시위를 벌인 3월 22일 행동 같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날 시위는 프랑스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서 중대한 돌파구였다. 더 많은 대중 행동이 벌어지면 이번에 르펜이 입은 타격을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 전체에 대한 치명타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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