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편집팀 논설):
프랑스 국민연합 등 극우의 부상은 서구를 넘어 국제적 현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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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에 일부 문구들을 수정했다.
유럽에서 극우가 중대한 전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4대 경제대국 중 가장 큰 두 나라가 프랑스와 독일인데, 만약 총선 결과가 나쁘게 나온다면 프랑스에서는 파시스트 총리(조르당 바르델라)가 등장하고, 독일의 9월 지방선거에서는 파시스트들이 중핵을 이루는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 AfD가 작센과 튀링겐의 주정부를 장악할 수도 있다.
영국에서 나이절 퍼라지의 극우 정당 영국개혁당(Reform UK)이 보수당의 위기로부터 득을 보려 하듯이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이 주류 중도우파 정당 공화당의 위기를 이용하고 있다.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은 집권당 사회민주당(SPD)을 3위로 밀어내는 성공을 거뒀다.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의 이탈리아형제당도 유럽의회 선거에서 성공을 거뒀다.
지금 시기는 1930년대를 어떤 점에서 실제로 재연하고 있다. 물론 똑같지는 않다. 특히 위기가 전개되는 속도가 1930년대와 같지 않다. 우리는 러시아와 유럽 혁명(1917~23)의 여파 속에 있지 않고 그래서 1930년대 초나 1920년대 초 이탈리아 등지에서처럼 파시스트들의 거리 동원 수준이 높지도 않다. 그보다는 주로 선거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거리 동원 형태로 빠르게 바뀔 수 있고, 지금은 그런 위험이 실제로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세계 어디에서든 극우의 부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일랜드를 보면, 2년 전만 해도 아일랜드 좌파들은 거리 동원하는 극우나 파시스트 세력이 아일랜드에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주민 반대 시위가 최근 선거에서 신페인의 득표가 붕괴한 핵심 이유가 됐다. 신페인은 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다른 많은 문제에서도 오른쪽으로 이동했지만 인종차별 문제에 대응하는 데서는 완전한 무능을 드러냈다. 다만 급진좌파 연합 ‘이윤보다 인간이 먼저다’는 지방선거에서 예상보다 괜찮은 성적을 거뒀는데 이주민 문제에서 원칙을 지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수년 동안 극우는 거리 동원을 시도해 왔고, 이제 선거를 앞두고 보수당 정부의 지지율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나이절 퍼라지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이 지지율 17퍼센트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총선에서 최소 한 석을 확보할 듯하다.
극우의 위협은 일반적이 되고 있다
이처럼, 그동안 여기저기서 진행되던 위기가 일반적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10년 전 그리스에서 시작된 위기가 최근에 이탈리아에서 멜로니가 집권한 것으로 이어지고, 이제 더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는 이제 대부분의 회원국뿐 아니라 심지어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아닌) 영국도 그렇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 만큼 지금 세계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서방 세계의 극우가 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세계(와 한국)의 좌파 전체를 향해 경종을 울려야 할 때다. 이 일이 조만간 한국의 정치에도 중요하게 될 것임을 주지시켜야 한다.
우리는 좌파들을 향해, 인종차별 반대 운동 건설과 인종차별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현실의 변화에서 핵심적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30년대 프랑스 계급투쟁의 핵심적 요소는 1934~1936년 파시즘 반대 투쟁이었다. 1936년 트로츠키는 “프랑스 혁명이 시작됐다”고 썼다. 물론 민중전선의 기회주의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당시 파시즘 반대 투쟁은 계급투쟁에서 좌파의 핵심적 과제였다.
그동안 적응하라는 압력이 좌파에게 꾸준히 가해져 왔다. “이주민 얘기는 하지 마라.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이주민에게 강경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극우의 전진을 막을 방법이다.” 하고 많은 좌파들이 말해 왔다. 그런 노선은 재앙적이었다는 증거가 바로 지금 상황이다.
유럽에서 극우가 부상하게 된 이유를 설명할 때에는 좌파들이 이 매우 중요한 전선에서 싸우는 것을 피한 것을 말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건설하는 데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며 이를 르펜의 부상 저지와 연결시키려 애쓴 활동가들에 대한 프랑스 좌파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지금 프랑스의 대다수 노동조합, 그리고 대다수 좌파들의 메시지를 들어 보면 이렇다. “극우와 파시스트들이 노동계급의 친구가 아니라는 점을 폭로하자. 그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주들의 편이다.” 물론 극우와 파시스트들이 실제로는 (그들의 언사처럼) 급진적이지 않고 기업에 맞서지 않는다는 등의 얘기는 중요하게 선전해야 할 것들이기는 하다.
그러나 파시스트와 극우에 맞설 때 인종차별 문제, 이주민 문제, 이슬람과 무슬림 혐오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논쟁하는 것을 피해서는 안 된다. 그런 문제에서 한치의 얼버무림도 없어야 한다. 노동조합과 좌파 대다수의 입장은 이와 전혀 다르다. “그런 쟁점은 괜히 꺼내지 마. 그 정당들의 실체가 친기업이라는 것만 제기하면 돼.”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본질적으로 파시즘과 극우는 이슬람/무슬림 혐오와 인종차별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런 문제들을 회피하지 말아야 하고 관련된 모든 쟁점에서 그들을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예컨대 프랑스의 많은 노조들의 접근법은 ‘저들의 친기업 본색을 들추되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독일의 좌파당 디링케 안에서 이 문제로 논쟁할 때, 자라 바겐크네히트는 잘못된 방향으로 길을 이끌었다. 그 결과 AfD의 지지율이 올라갔다.
영국에서는 조지 갤러웨이가 영국판 자라 바겐크네히트 같은 인물인데, 그는 가자지구 학살에 반대하고 시온주의에 반대하고 있지만 동시에 난민에 반대하고 있고,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에 반대하고 있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성장시키고 또 노동계급 안에 정착시키는 것은 모든 곳에서 만만찮은 도전일 것이다. 그러나 극우와 파시스트에 맞서면서 이 문제를 정조준하지 않는다면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주장이 설령 노동계급 안에서 인기가 없더라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태풍의 눈은 프랑스
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태풍의 눈은 물론 프랑스다. 프랑스는 현재 극우 정부의 등장 위협이 매우 실질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가 성과를 거둔 이후 열리는 이번 총선의 결과로 극우 정부가 들어서면 르펜은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동시에, 선거 차원과 거리 운동의 차원 모두에서 좌파적 대응도 분명 대규모로 존재하고 있다.
프랑스 총선 결과는 향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신민중전선이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지 않다. 국민연합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그 덕에 안정적인 기반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왼쪽으로의 새로운 동력이 있다. 신민중전선은 분명 약점이 있지만, 사람들이 투표에 나서고 거리로 나서도록 만드는 기회를 열어 주고 있다. 이런 동력은 선거 결과로 표현될 수 있다. 거리 시위로도 맞서야 하지만, 선거에서도 맞서야 한다. 요컨대 선거 전선과 거리 전선 모두에서 열심히 조직해야 한다.
마크롱의 의회 해산 결정은 중요한 문제였다. 파시스트가 유럽의회 선거에서 천만 표 이상 받은 것 자체가 아니라 마크롱의 결정이 반파시즘 대중 운동방아쇠가 됐는데,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파시스트가 정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위험을 매우 실질적으로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6월 15~16일에 80만 명 규모의 커다란 시위가 벌어지는 등의 상황을 촉발한 것이다.
프랑스 좌파의 소수는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대수롭지 않은 위험이다” 따위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며칠간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총선에서 파시스트들이 이겼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있다. 여러 도시에서 파시스트 깡패들이 이주민, 성소수자, 노조 활동가들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일이 크게 늘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거리에서 “우리는 나치다. 우리는 이슬람을 반대한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민연합이 정부를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구체화하면서 온갖 반동적인 자들과 파시스트들의 자신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합의 정부 인수 가능성에 지배계급도 영향을 받고 있다. 기업인들이 국민연합과 관계를 트려 하고 국민연합에 영향을 끼치고 또 그들과 어떤 거래가 가능한지 타진하려 하고 있다.
국민연합의 정부 인수 가능성이 지배계급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사례로, 프랑스 주요 TV 채널은 앞으로는 공공연한 극우 논평가들을 더 정기적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프랑스인들은 TV에서 하루종일 그런 자들을 보게 될 것이다.
또, 국민연합의 정부 인수 가능성은 정부가 기존 정책을 더 강경하게 추진하도록 만들고 있다. 가령 카나키 문제가 있다.(한국 언론에서는 ‘뉴칼레도니아’라고 하지만 이는 식민주의 명칭이라 프랑스 급진/혁명적 좌파는 ‘카나키’라고 부른다.) 프랑스 정부는 6월 중순 카나키 운동의 지도자 한 명을 체포했고, 재판에 회부해 감옥에 보낼 수 있도록 프랑스 본토로 끌고 왔다. 전형적인 식민주의 행태다. 그 한 달 전에만 해도 마크롱은 카나키를 방문해 그를 만나고 협상을 했는데 지금은 대응이 바뀐 것이다.
마크롱의 의회 해산 결정은 모든 갈등을 선거적·제도적 차원으로 몰아넣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거리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고 기층에서도 투쟁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조기 총선 결정은 모든 것을 선거 영역으로 밀어넣고 있다.
거리에서 반파시즘 반격이 있다. 6월 15~16일 프랑스의 여러 도시에서 열린 총계 80만 명 규모의 시위는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고, 거리로 나와야 한다”고 선언했다. 노동조합도 거의 모든 집회에서 파시즘 반대를 내세우고 있다. 6월 20일에는 여러 부문의 파업이 있었는데, 각 부문이 자신의 요구뿐 아니라 파시즘 반대 요구도 제출했다.
반파시즘 집회들은 극우에 맞서기 위해 민중전선에 투표하라고 강조한다. 파시즘을 막을 대안으로 당장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좌파의 선거 승리밖에 없다고 보는 듯하다. 선거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뿐 아니라 거리와 지역사회에서 국민연합과 대치하는 것도 중요한데, 지금으로선 거리 대치보다는 선거 강령이 중요하다는 생각인 것이다. 급진적 좌파도, 심지어 자율주의자나 아나키스트까지도 지금 오직 한 가지만 얘기하고 있는데 바로 민중전선에 투표하라는 것이다.
그에 따라 파시스트에 맞서 강령적으로 단결하라는 압력이 거대하다. ‘설령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반파시즘이라는 한 배에 모두 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더라도 지금 우리에게는 단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파시즘에 맞설 대안은 대안적 [선거] 강령밖에 없다고 보는 것을 혁명적 좌파인 우리가 이해할 수는 있어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좌파 연합[신민중전선] 상층에서부터 선거 강령(아주 온건하다)에 집중하려는 역학이 작용하며, 좌파들 사이에 차이가 있는 쟁점들은 뒤로 미뤄두려 하는데, 이런 쟁점 중 핵심 쟁점은 인종차별과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다.
사람들은 거리 시위에 나서면서도, 선거적 대안을 유일한 해법으로 여기면서 좌파(신민중전선) 지도자들이 파시즘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믿고 있다.
프랑스 총선 2차 투표 결과가 어떨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2차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 번 상상해 보자.
(1) 어쩌면 신민중전선이 이길 수 있다. 그러길 바라자. 만약 신민중전선이 이긴다면 그들은 자본가들과 채권단의 불채찍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2) 국민연합이 승리해서 파시스트 조르당 바르델라가 총리가 될지도 모른다.
(3) 가장 가능성이 큰 일로, 어느 쪽도 과반 확보에 실패해 마크롱이 프랑수아 올랑드나 민중전선 내 우파적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총리를 고를 수 있다.
(4) 마크롱이 조기 대선 실시라는 도박에 나설 수도 있다는 풍문도 있다.
(5) 마크롱이 프랑스 헌법 16조를 발동해 의회를 건너뛰고 포고령으로 통치하려 들 수 있다는 풍문도 있다.
(4)나 (5)와 같은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얘기들이 오간다는 것 자체가 지금이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 만큼 본지는 세계와 한국의 좌파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바이다.
중도 좌/우 정당들이 몰락한 공백을 메우며 파시스트와 좌파 모두 득표가 늘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국민연합이 천만 표를 득표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독일에서 그랬듯이 거리 시위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독일에서는 올해 초 수백만 명이 시위에 나서자 AfD가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았던) 23퍼센트가 아니라 16퍼센트를 득표했다. 그 차이는 시위의 효과였다.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연합은 적어도 천만 표를 얻겠지만 거기서 얼마를 더 얻느냐 하는 문제에서는 거리 동원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총선 후 상황은 매우 휘발성이 크고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물론 현재 반파시즘 운동이 고조돼 있지만, 전면적 수준으로까지 고조되지는 못했다.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온 대규모 운동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거리로 나온 운동은 아니다. 그러나 이 운동은 매우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더 많은 프랑스인들이 신민중전선에 투표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조직하는 것이다. 거리에 나서는 것, 지역사회에서 파시스트에 맞서는 것, 직장에서 조직을 만드는 것, 파업하는 것 등을 조직하는 것이다. 프랑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파업을 말하고 있지 않지만 그들이 파업을 명령할 가능성은 있다. 대규모 파업은 파시즘을 막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더구나 아직 어디를 찍을지 마음을 못 정한 수백만 대중에게 확신을 심어 줄 수 있다. 2차 투표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후에 대비할 유일한 방법은 기층에서 조직하고 싸우는 것이다.
현실의 복잡다단함을 간과하지 않기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세계 정세에서 국면 변화를 나타낸다.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정부 등의 경우처럼 극우의 부상은 국제적 현상이지만 당장 최전선이 그어진 곳은 유럽이다.
지금 거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타리크 알리가 말한) “극단적 중도,” 즉 신자유주의적 주류 정당들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내부적으로 그들은 ‘멜트다운’ 상태다. 오랫동안 유럽의 주요 중도우파 정당이었던 두 곳 — 드골의 후신인 프랑스 공화당과 영국 보수당 — 은 지금 완전히 산산조각난 상태다. 영국 보수당은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스스로 와해되고 있다.
유럽의 파시스트들은 미국 제국주의와의 관계 문제를 놓고는 상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예컨대 멜로니는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지지한다. 르펜은 그런 입장이 아니지만, 존경받을 만한 정치인으로 보이고 대기업의 지원을 받길 원해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영국의 퍼라지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 탓이라고 말했다.
AfD가 많이 득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 세력을 자처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었다. 이 점은 자라 바겐크네히트도 마찬가지다. AfD의 그런 입장은 그들이 극도로 군국주의적인 세력임을 고려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러나 좌파가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에서 약점을 보이면서 다른 세력이 파고들 여지를 제공했다.
이렇듯 극우가 모두 미국 제국주의를 일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들의 세력이 더 커지면 이 문제를 놓고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할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제국주의 문제와 극우 부상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모종의 시금석 구실을 하는 쟁점이 됐거니와, 그 쟁점으로 엄청난 대중 동원이 일어나고 있고, 좌파(급진 좌파와 혁명적 좌파)가 거기에 힘을 일정 부분 제공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인종차별 반대, 제국주의 반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좌파가 파시스트에 맞서 거리로 나설 자신감을 주고 있다.
이 문제는 프랑스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지금 프랑스 선거를 보면, 마크롱과 많은 자본가들(단지 프랑스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이 신민중전선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신민중전선을 분열시키려 한다. 그들은 장뤽 멜랑숑을 골칫거리라고 보는데 멜랑숑은 최근 선거에서 가자지구 문제에 집중하며 노동계급과 도시민들 사이에서 커다란 지지를 받았다. 저들은 멜랑숑을 데마고그라고 비난하지만, 멜랑숑은 (부분적으로는 자신의 선거적 이익을 위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앞세워 자신의 정당 기반을 만들려 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프랑스와 유럽 지배계급은 그를 증오한다. 그들에게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멜랑숑의 당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투쟁과 관련해 신민중전선 내 우파에게 양보하며 타협했다. 이렇듯 팔레스타인 문제는 프랑스 선거 역학의 중요한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