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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증보 한컴노조 첫 파업:
AI 투자 명분 임금억제에 맞서다

기사 발행 하루 뒤 열린 7월 23일 파업 집회 소식을 추가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한글과컴퓨터지회 ‘행동주의’(이하 한컴지회)가 23일(수) 판교 한컴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을 한다. 노조 결성 이후 첫 파업이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역대급 성과에도 임금인상률을 억제하려는 사용자 측을 규탄하고 있다. 한컴지회는 전체 대상 노동자 300여 명 중 약 70퍼센트를 조직하고 있다.

워드프로세서 “한글”로 유명한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지난해 매출 1,590억 원, 영업이익 497억 원(별도 재무재표)으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한컴 사용자 측은 애초 2퍼센트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는데, 최근 3년간 6.5~7.8퍼센트였던 평균 인상률에 비하면 턱없이 낮았다.

한컴은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를 명분으로 임금을 억제하고 노동자 간 경쟁을 강화하려고 한다 ⓒ출처 한컴AI 광고 영상 캡쳐

이후 사용자 측은 5.8퍼센트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컴지회는 “2021년 이후 지금까지 가장 낮은 임금 인상률이 6.5퍼센트였다”면서 임금 인상률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라는 발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들은 7.3퍼센트 인상을 요구했다.

정균하 한컴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컴은 다른 IT 회사에 비해서 연봉이 낮은 편입니다. 초봉도 몇 년째 오르지 않아 많이 낮아요.

“평균 연봉으로만 따지면 그렇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것은 평균 근속 연수가 8년으로 특별히 높기 때문입니다. 비율을 보면 10년 이상 근무한 고연차 노동자들이 55퍼센트나 돼요.

“연봉 인상률이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높았다고 해도 근속 연수를 감안하면 업계에서 연봉이 높은 편은 아니에요.

“최대 실적을 거둔 이 때 최저 인상률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한컴 자회사인 씽크프리의 임금인상률은 6.7퍼센트로 결정됐다. 씽크프리 노동자들도 한컴지회로 조직돼 있다. 한컴지회가 파업을 앞둔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해 투쟁 동력을 약화시키려 꼼수를 부린 것이다.

경쟁 강화

한편, 한컴 사용자 측은 노동자 간 경쟁을 더욱 부추기려고 한다.

한컴 사용자 측은 “AI 신사업 강화를 목표로 인사제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한다면서 기존의 성과급제에 대해 “획일적인 보상 방식에서 벗어나 직책자의 재량권을 확대하고, 연말 평가에 따른 차등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성과급제를 더욱 경쟁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성과급 제도도 추가 도입했다. 이 새로운 성과급제는 개인 평가를 통해 전체 노동자 중 단 5퍼센트에게만 지급된다.

정균하 지회장은 “예전처럼 근속 연수를 존중하는 문화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제어하려고 하는 듯해요” 하고 말했다.

개인 성과급제는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을 유도하고 분열을 촉진하는 전통적 수단이다. 평가 기준에 대한 권한을 가진 사용자 측이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미 성과급제를 시행 중인 많은 IT 기업에서 노동조합이 투명한 평가를 요구하는 것도 사용자 측의 전횡을 조금이라도 견제하기 위해서다.

잇따르는 IT 노동자 투쟁

이재명 정부 임기 초 여러 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IT·게임 업계 노동자들의 투쟁도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 네오플에 이어 이번에는 한컴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네오플 노동자들은 역대급 실적에 걸맞은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며 매주 3일 파업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 자회사 여섯 곳도 임단협이 결렬돼 투쟁에 돌입했고, 직장 내 괴롭힘 책임자인 네이버 전 최고운영책임자 최인혁의 복귀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IT 노동자들의 투쟁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것은 경쟁 심화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 때문이다.

IT 업계는 코로나 특수 이후 2022년 금리 인상으로 투자 자금이 줄어들었다. 이내 수익성이 불확실한 AI 경쟁이 시작됐다.

기업들은 약속한 보상을 적게 지급하거나, 임금 인상을 억제하거나, ‘성과 중심 인사 평가’를 강화하는 식으로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한컴 사용자 측도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를 명분으로 임금 인상 억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성실하게 일해 온 노동자들이 미래를 위해 희생하라는 기업주들의 요구를 들어 줘야 할 이유는 없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정당하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IT·게임 기업의 노동자들은 성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자신감을 갖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투쟁에 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연대 투쟁의 효과를 내며 서로를 고무한다. 〈조선일보〉는 ‘IT 심장’ 판교가 “민주노총식 파업에 몸살을 앓는다”며 우려하고 나섰다.

한컴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을 이어나가 성과를 얻길 응원한다.

한컴 파업 집회

“성과 타령 그만하고 임금 인상 시행하라”

한컴 노동자들은 7월 23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파업을 하고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조합원과 연대 단위 등 200여 명이 참가했다.

노동자들은 뙤약볕 아래 “최대 성과 어울리는 연봉 인상 진행해라,” “성과 타령 그만하고 임금 인상 시행하라” 하고 구호를 외쳤다.

같은 화섬식품노조 소속인 네이버지회, 카카오지회, 엔씨소프트지회에서 연대 발언을 하고 ASML코리아지회에서는 연대 기금을 전달했다.

“최대 성과 어울리는 연봉 인상 진행해라,” “성과 타령 그만하고 임금 인상 시행하라” 7월 23일 판교 한컴타워 앞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들 ⓒ안형우
7월 23일 화섬식품노조 한글과컴퓨터지회는 파업을 하고 판교 한컴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안형우
7월 23일 화섬식품노조 한글과컴퓨터지회는 파업을 하고 판교 한컴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안형우
발언중인 정균하 한컴지회장 7월 23일 화섬식품노조 한글과컴퓨터지회는 파업을 하고 판교 한컴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안형우
7월 23일 한컴 파업집회에서 발언하는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화섬식품노조 부위원장) ⓒ안형우
7월 23일 한컴 파업집회에서 발언하는 박성의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수석부지회장 ⓒ안형우
7월 23일 한컴 파업집회에서 발언하는 송가람 화섬식품노조 엔씨소프트지회장 ⓒ안형우
7월 23일 한컴 파업집회에서 연대 기금을 전달하는 윤춘호 화섬식품노조 ASML코리아지회장 ⓒ안형우
7월 23일 화섬식품노조 한글과컴퓨터지회는 파업을 하고 판교 한컴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안형우
“성과타령 그만하고 임금인상 시행하라” 7월 23일 화섬식품노조 한글과컴퓨터지회는 파업을 하고 판교 한컴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안형우
한컴타워 앞 사용자 측이 걸어 둔 현수막 한컴은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를 명분으로 임금을 억제하고 노동자 간 경쟁을 강화하려고 한다 ⓒ안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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