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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의료 지원 삭감 조처 철회하라

6월 5일 정부가 빈곤층 의료비 지원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의료급여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은 국회 통과 절차가 필요 없고 7월 10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확정된다.

의료급여는 건강보험료도 내기 어려운,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에게 정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병원비를 전액 지원받는 이들(1종)과 의료기관에 방문할 때마다 1,000~2,000원을 내야 하는 이들(2종)로 나뉜다.

대상자 수는 150만 명이 조금 넘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의료비는 2024년 현재 11조 8000억 원가량 된다. 정부는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이 비용이 10년 뒤면 23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실제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정률제) 당사자가 부담하게 함으로써 이른바 ‘의료 쇼핑’을 막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먼저 용어 사용이 고약하다. 애당초 의료급여 대상자들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소득이 없고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노인(42.9퍼센트), 장애인(30.1퍼센트), 그들의 피부양 가족이다. 만성질환 보유 비율도 69.9퍼센트나 된다. 이들이 인구의 평균 수준에 비해 더 자주 더 많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두고 의료 ‘쇼핑’ 운운하는 것은 가난한 이들을 모욕하는 짓이다.

기생충 취급 가난한 이들은 의료 ‘쇼핑’은커녕 병원 문턱이 더 높은 게 현실이다 ⓒ출처 빈곤사회연대

정부는 이들을 국가 재정을 좀먹는 기생충 취급하지만, 과장된 표현들과 달리 실제로는 이들의 의료 이용은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10년간(2014∼2023년)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총진료비를 비교해도 그 증가율은 각각 1.99배, 2.07배로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적었다.(〈한겨레〉)

이들에게는 여전히 병원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접근성이나 부대 비용에 더해 사회적 낙인 효과까지 더해져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하는 비율은(66.2퍼센트)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2.7배나 높다. 정부 보고서에서도 진료비 부담이 치료 포기 사유인 비율이 87.1퍼센트나 된다.(무상의료운동본부) 의료비 지원 삭감이 아니라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런 조처로 연간 고작 30억 원 정도를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노리는 효과는 다른 데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 그 규모가 훨씬 크고 고령화로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통제하려는 것일 테다. 즉, 가장 열악한 이들에 대한 지원을 줄임으로써 그보다 조금 나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조건을 차례대로 공격하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자 TV토론에서 ‘의료 쇼핑’ 규제를 건강보험 재정 대책으로 거론한 바 있다. 취임 하루 만에 발표된 시행령 개정안이 단지 윤석열 정부의 적폐로만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한때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던 이재명은 어디로 갔나.

가난한 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의료 지원 삭감 정책은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 기업주·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둬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모두의 재정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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