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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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건강보험료 인상이 아니라 기업주 · 부유층 증세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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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지옥’, ‘간병 파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간병비가 사회적 문제가 된 지는 오래다.
보통 하루 간병비가 10만~17만 원인 데다가, 중증도나 질환 종류에 따라 추가되는 비용도 많아서 한 달 간병비는 300만~500만 원에 이른다
장기 입원의 경우 평범한 노동계급 사람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간병을 위해 생업을 포기하거나 대출을 받기도 한다.
간병은 가족 간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다. 이는 그나마 다른 가족 구성원이 간병
더 비참한 일은, 치료가 덜 끝났는데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치료가 불가능한 요양병원으로 옮겨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에서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간병비가 따라붙는다.
가족 중 누군가가 중환자가 되는 것도 슬픈 일인데 이로 인해 다른 가족들이 고통의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것이다.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왜 발생하는 걸까?
첫째, 병원에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의 90퍼센트 이상이 민간 병원이고 이들은 수익의 원천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런데 병원은 대표적 노동집약 산업이라서 인력 비용을 줄이는 데 사활적이다. 간호 인력 충원이 뒷전인 것도 그래서다.
만성적으로 부족한 간호 인력과 그로 인한 ‘갈아 넣기’식 노동 강도 때문에 간호사의 이직률은 타 산업군보다 3배 이상 높다. 숙련된 간호 인력도 부족하기 일쑤다. 그래서 간호사의 82.4퍼센트가 20~30대다. 4~5년차에 숙련기로 접어드는데, 야간 3교대 근무자 중 1~5년차가 84.7퍼센트다
이렇게 부족한 간호 인력으로 간병까지 하는 건 불가능하다.
2015년 메르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간호 인력 배치 기준이 일반 병동보다 나아서 환자·보호자와 간호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간호간병통합 병상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30만여 개 병상 중 7만 363개에 불과하다
거동이 어려운 중환자도 입원할 수 있도록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둘째, 입원에 드는 비용의 대부분이 간병비이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고령 인구 증가로 장기 입원이 많은 요양병원 입원이 증가하고 있는데, 요양병원 간병비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월 60만~180만 원이 들어간다. 민간 간병·치매보험 가입자가 800만 명에 이르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은 ‘2027년 요양병원부터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을 총선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도 12월 21일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중증환자 전담병실 도입 등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2027년부터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요양병원 환자의 5퍼센트를 최대 180일 지원하는 수준에 그쳤다.
복지부는 요양병원 시설 규정을 느슨하게 해 병상 폭증
무엇보다 정부·여당은 재원 마련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시행 시점도 둘다 2027년으로 멀찍이 미뤄 놓아 간병비 급여화가 현실화될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그러나 모든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요양병원 간병비 보장에만 연간 최대 15조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복지부 추산이다.
간병은 병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간병비는 국가와 병원이 치러야 할 비용을 노동계급 가족에게 떠넘긴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건강보험료를 인상해 재원을 마련하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
기업주들과 부유층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대폭 올려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