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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가족 건강보험 적용 축소:
이주민 유입·정주 늘리며 책임은 회피하는 윤석열 정부

지난 4월 3일부터 건강보험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부모, 형제·자매, 19세 이상의 자녀 등은 한국에 온 후 6개월간 피부양자 등록이 불가능해져, 해당 기간 동안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지난해 12월 국민건강보험법이 이런 내용으로 개악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입국 후 고액 진료를 받고 출국하는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서라며 개악을 정당화한다. 이를 통해 연간 건보 재정 약 121억 원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들은 정부의 개악을 뒷받침했다. 한국에 사는 가족의 피부양자로 등록한 70대 중국인이 한국에서 1년간 간암 치료를 받아 건강보험공단이 약 5000만 원을 부담한 사례, 한국인 사위의 피부양자로 등록한 50대 베트남인이 1년간 간 질환 등 지병 치료를 받아 건보공단이 약 9000만 원을 부담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이런 사람들이 본국에서 해당 병의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고통받거나 죽어도 된다는 것인가? 정말이지 생명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냉혈한들이다.

기업 지원이나 군비 증강에 돈을 펑펑 쓰는 것보다, 그 대상이 이주민이든 누구든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거나 병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데 돈을 쓰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또한 이주민이 성년이 될 때까지 드는 육아·가사·교육·사회서비스 등 일체의 비용은 모두 본국에서 지출됐다. 이주민 도입 자체가 한국 정부와 기업주들에게는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아낀 것이다. 본국에서 그 역할을 한 것은 이주민의 부모 등 가족이다. 그들이 병에 걸렸을 때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무임승차라고 비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결혼이민자의 본국 가족을 돌봄 노동자로 한국에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한국에 오면 6개월간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중국인이 문제?

사실 정부야말로 가장 큰 체납자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 예상 수입액의 20퍼센트를 지원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미지급금이 14조 원을 넘는다.

반면, 외국인은 2015~2022년 건보 재정에 연평균 3670억 원이 넘는 흑자를 안겨 줬다. 2020년부터는 매년 5000억 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법정 건보 지원금도 체납하고 있는 반면, 이주민은 건보 재정에 흑자를 안기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을 축소하려 할 때마다 이런 사실이 회자되자, 지난해부터 보수 언론들은 중국인의 경우 적자라는 점을 부각해 왔다. 중국인에 대한 편견과 반감을 이용해 전체 이주민에 대한 개악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의 건강보험 재정 수지가 적자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중국인의 다수는 조선족(중국 동포)일 것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 국적자 중 조선족은 조선족이 아닌 중국인보다 2배 많다.

이들을 대거 유입시킨 건 한국 정부다. 한국 정부는 2010년대를 지나면서 다른 나라 출신 이주민과 달리 조선족에 대한 이주 규제를 상당 부분 완화했다.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노동력으로써 유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선족은 가족 단위로 장기 체류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외국인에 비해 50대 이상의 비중이 높다. 다른 국적의 이주민들이 젊을 때 일하고 귀국하는 경우가 많고 언어 장벽으로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국적자의 의료비 지출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한국인도 갈수록 고령화돼 의료 지출이 늘고 있고, 정부는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점차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재정 지원 책임을 회피하고 장차 보험료 인상의 명분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피부양자 자격이 까다로워지면 전체 보험료 중 기업주들이 부담해야 할 몫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단지 중국 국적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개악 반대하지 않은 좌파 정당들

정부는 고령화와 일부 업종의 노동력 부족에 대응해 이주민 유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정착·정주 유도”를 1~3차 기본계획과의 차별성으로 제시했다.

한국에 정착·정주한 이주민의 입장에서 본국보다 유리한 제도가 있다면 본국의 가족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본국의 가족을 부양하는 처지라면 생계비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럴 것이다.

또한 장기 체류나 정주하는 이주민이 느는 것은 이주민과 그들이 부양하는 본국의 가족 모두 고령화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의료 지출도 늘 것이다.

건강보험 외국인 피부양자 보장성 축소는 이처럼 이주민 유입을 늘리는 데 따르는 비용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이런 조처들을 더 확대하려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주민의 정치적 자유도 더 억압하려 한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은 난민이 정치적 운동을 하는 것을 억압하는 난민법 개악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또, 최근 외국인보호소 구금 기간에 상한을 두는 법률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정치 활동을 하다 구금된 이주민을 더 가혹하게 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장기 체류나 정주하며 한국을 평생 살 곳으로 여기게 된 이주민이 늘면 처우 개선을 위해 자체 조직화와 정치적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주민도 늘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억누르기 위한 수단도 마련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좌파들과 노동조합들은 이주노동자 확대에 반대하거나 흔쾌히 환영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보다 한국인 고용을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이주민의 열악한 처우 개선은 요구할지라도, 정부가 이주민의 장기 체류와 정주 확대에 대비해 내놓는 조처들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거나 문제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건강보험 외국인 피부양자 축소 개악안이 지난해 12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 개탄스럽게도 이를 반대한 좌파 정당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고, 정의당 강은미, 류호정, 이은주, 장혜영 의원은 기권했다.(심상정 의원은 불출석)

지난 대선 때 윤석열이 SNS에 이주민이 건강보험을 부도덕하게 이용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글을 올리자 이재명은 이를 비판했었다. 그런데 이번 개악안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출석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은 찬성했다.

정부의 공격에 맞서 이주민의 권리를 일관되게 방어하려면 이주민 유입을 무조건 환영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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