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험료는 올리고 혜택은 줄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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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려 한다. 물가 폭등 와중에 보험료도 1.49퍼센트 인상했다.
윤석열 정부 취임 후 ‘탈원전’ 정책 폐기에 앞장 선 감사원이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감사원은 7월 28일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 건강보험 지출이 급증해 재정 건전성이 위태로워졌다고 지적했다. 초음파, MRI 등 값비싼 검사들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2021 회계연도 결산 100대 문제사업’ 보고서를 발표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건보재정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이런 지출이 불필요하거나 의료기관의 배만 불려준 지출이라며 사실상 중단하라고 한 셈이다. 현 감사원장 최재해는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소신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값비싼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 전까지 평범한 사람들은 한 번 촬영에 십여만 원씩 하는 초음파 검사비와 수십만 원에 이르는 MRI 촬영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오늘날 주요 질병을 진단하는데 꼭 필요한 수단이 된 검사 비용을 오롯이 환자들에게 전가해 온 것이다. 당연히 가난한 이들일수록 검사를 받기 어려웠고 그만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진정한 문제는 건강보험을 적용해도 개인 부담 비율이 여전히 적지 않고 적용 범위도 한정돼 있는 것이다.
설사 일부 의료기관이 수익을 노리고 불필요한 검사를 했을지라도 이를 이유로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은 정부와 병원의 잘못을 엉뚱하게 환자들에게 전가하는 파렴치한 조처다.
한국의 의료기관들이 불필요한 검사를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은 일부 사실이지만, 정부가 공공의료를 축소하고 의료를 민간에 내맡겨 온 것이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래서 실제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도 그중 상당 부분이 의료기관의 수익으로 돌아갈뿐 그만큼 보장성이 늘지 않는 일이 반복돼 온 것이다. 이른바 ‘문케어’도 이런 구조적 문제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채 보장 범위를 확대해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지출 대비 보장성 증가 비율, 즉 효율성을 잣대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축소하려는 시도에는 반대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담과 피해가 전가될 것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로부터 얻을 이익도 없다.
건강보험 혜택 축소 시도는 정부 재정 지출 전반을 줄이려는 복지 삭감 정책의 일환이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예산을 사실상 긴축 예산으로 편성하고 법인세 등 기업주들의 세금 부담은 줄여주려 한다.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개악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 보장 범위 축소 시도와 보험료 인상 모두에 반대해야 한다. 정부 재정 지출을 늘리고 필요한 비용은 부자·기업주 들의 세금으로 부담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