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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트럼프의 이스라엘-이란 ‘휴전’, 그 배경은?

미국 제국주의의 취약성에 쩔쩔 매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는 이란을 폭격하고 이란의 “정권 교체”를 원한다고 했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6월 24일 화요일(한국 시간)에 트럼프는 이스라엘-이란 휴전을 발표하며 “12일 전쟁”이 끝났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선언으로 중동에서 학살이 끝나지도,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할 가능성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 시각으로 24일 화요일 오후에 이스라엘은 이란이 미사일을 쏴 휴전 협정을 어겼다며 위선을 떨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이스라엘군에 “테헤란 심장부의 정권 목표물을 집중 공격[하는] …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츠가 이렇게 위협하기 전날 밤에도 이스라엘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 고강도 폭격을 퍼부었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가 이스라엘이 추가 공격을 감행하지 않는다면 이란도 공격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발표 몇 시간 후 트럼프는 불만을 쏟아내며 미국의 취약함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협정을 맺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전례 없이 많은 포탄을 쏟아부었다.

“나는 이스라엘이 마음에 안 든다. 내가 ‘그래, 12시간 줄게’ 하고 말했는데, 1시간도 되지 않아 가진 폭탄을 모조리 상대방에 쏟아붓는 것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이란도 마음에 안 들긴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이란과의 전쟁에서 태도가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는 미국 제국주의의 강력함이 아니라 취약함의 징후다.

둘째, 트럼프 백악관과 트럼프의 극우 기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내부에 분열이 있음을 드러낸다.

트럼프 주변에는 이란을 치고 싶어하는 강경파가 있다. 그러나 많은 MAGA 지지자들은 미국이 또다시 중동 전쟁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몇몇은, 중동 전쟁에 또 빠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국가들을 중국(미국의 주요 제국주의 경쟁자)의 품으로 떠밀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 유가가 급등하면 러시아의 입지가 더 강해질 것도 우려하는데, 러시아는 지금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시큰둥한 상태다.

이란을 둘러싼 지금의 위기가 벌어지기 전에도,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해 감행한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이미 경제적 혼란과 정치적 분열이 촉발된 상황이었다.

트럼프는 이란 문제로 난처한 처지에 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네타냐후의 정치 생명은 전쟁과 인종 학살에 박차를 가하는 데에 달려 있다.

네타냐후 연정은 이스라엘 극우의 지지가 없으면 붕괴할 것이다. 이스라엘 극우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이 중동 전역에서 압도적인 지위에 오를 날을 꿈꾼다.

그러나 트럼프와 백악관 내 일부는 또 다른 “영원한 전쟁”에 휘말리기를 원치 않는다.

미국 공군이 36시간을 비행해 이란 핵시설을 자랑하듯 폭격한 일은 네타냐후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 줬다.

난처하기는 이란 정권도 마찬가지다. 이란은 그간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화염의 고리’ 전략을 써 왔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같은 동맹들을 지원하되 이스라엘과 정면 충돌은 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시리아 아사드 독재 정권의 몰락은 이란과 그 동맹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

그래서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에 반격을 해야 했지만, 그렇다고 더 파괴적인 전쟁으로 이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23일 월요일 이란은 보복을 위해 카타르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습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란이 공습을 사전에 통보했다고 의기양양하게 떠들어댔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이 두 개의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에 이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온갖 수 싸움을 보며 트럼프의 폭격이 정치적 쇼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전쟁 위협은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제국주의 살인 기계에 목숨을 잃는 것은 중동 사람들이다.

사실 이번 전쟁은 국제 정세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태인지 보여 준다. 그리고 그 불안정성은 그저 트럼프 개인 때문만도 아니다. 트럼프는 미국 제국주의가 처한 극심한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란 문제에서 태도를 바꾼 것은 미국-이스라엘 사이의 깊은 긴장을 뚜렷이 드러낸다. 이스라엘은 제국주의에 의존하는 정착민 식민지 국가로 건국됐고, 미국 제국주의의 중동 지역 경비견 구실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무기·재정 지원 없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 학살할 수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자본주의 강대국으로 발전했고, 더는 미국의 지원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며, 역내 아(亞)제국주의 강국으로 성장해 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은 미국이 쥔 리드줄을 더 강하게 당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미국의 바람을 거스르더라도 더 많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종 학살이 워낙 거대한 규모로 벌어진 것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긴장이 생겼다. 미국 지배계급 일부는 이스라엘의 공격 규모가 너무 커 역내 아랍 정권들에 맞선 저항을 자극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리고 서방 국가들은 인종 학살을 지원하느라 자신들의 정당성이 너무 큰 위기에 처해 지난달에는 체면을 구기더라도 이스라엘을 비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턱없이 미온적인 비판이나 ‘자제’ 촉구가 나올 때마다 미국을 교묘히 이용할 수 있었다.

네타냐후는 미국이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면 결국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임을 안다. 그래서 네타냐후는 서방의 지지를 다잡으려 레바논을 침공하고 시리아 땅을 더 점령하고 이란 공격을 감행했다.

네타냐후는 지난해 11월, 자기 내각의 비교적 ‘자유주의적인’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인종 학살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트럼프의 재선을 축하했다. 그리고 네타냐후는 1월에 트럼프가 내놓은 가자 인종청소 계획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트럼프는 미국 제국주의의 과잉 확장과 세계 패권 쇠락을 두고 씨름하고 있다. 트럼프는 얼마 전 중동 순방에서 걸프 연안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시리아의 새 정권과도 관계를 강화하려 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방문하지 않음으로써 네타냐후를 홀대했다.

원래 트럼프는 이란과 새 협상을 체결하려 했는데, 이는 중국을 상대로 한 더 광범한 제국주의 경쟁 때문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중국의 부상을 억지하는 데 집중하고 싶어한다. 중국은 이란과 중동에서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네타냐후는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맺을 전망에 경악했고 그래서 지난주 이란을 연거푸 폭격했다. 폭격으로 협상은 물 건너갔고, 애초에는 침묵했던 미국도 이내 태도를 바꿔 이란을 폭격했다.

무시무시한 상황이지만, 우리 편은 지난 18개월 동안 그 힘을 보여 왔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자유주의’ 서방이 ‘인권’을 수호한다는 허울을 벗겨냈다.

현재 제국주의 반대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매우 광범한 지지를 받고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상식이 됐다.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반제국주의 운동을 건설하는 것은 전쟁을 끝내는 데에 사활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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