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끝없는 전쟁” 종식 실패는 미국 헤게모니 쇠락의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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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저지르고 말았다. 트럼프가 보낸 B-2 폭격기가 이란 핵시설에 떨어뜨린 벙커버스터는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하지만, 트럼프의 선택이 보여 주는 것은 미국의 취약함이지, 강력함이 아니다.
사태를 주도하는 것은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이지, 트럼프가 아니다. 2023년 10월 7일 이래로 네타냐후는 미국이 일련의 폭력적 공세에 동조하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할 게 없도록 만들었다. 그런 공세 중 가장 첫째는 무엇보다도 가자에서 벌이고 있는 인종 학살이다. 그다음으로는 레바논을 침공해 저항 운동 헤즈볼라를 박살냈다. 그리고 이제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매번 네타냐후는 “집단적 서방”을 향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을 테면 어디 한번 그래 보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매번 서방은 네타냐후에게 떠밀려 그의 공격에 공모했다. 첫 두 경우에는 조 바이든이 네타냐후를 결정적으로 지원했다. 이번에는 트럼프다.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갔다. 무기, 첩보, 방공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공격에 동참한 것이다.
나는 트럼프가 이 전쟁에 더 많이 공모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유럽 열강이 제네바에서 이란과 핵협상을 하는 동안 마치 모두가 한 배에 탔던 것처럼 굴며 자신을 속였다고 이란 정권이 불평해도 유럽 열강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 탓에 이스라엘군과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격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트럼프는 사전에 귀뜸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이 핵개발을 단념하리라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란인들이 굴하지 않자 그 자신이 직접 폭격했다. 2주 데드라인을 운운한 것이나, “내가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실속 없는 빈말로 영국 노동당 총리 키어 스타머는 속였을지 몰라도 이란 정권은 핵물질(십중팔구 농축 우라늄 등)을 포르도 등지의 핵시설에서 미리 빼냈다.
트럼프 정부 안에서는 한 달 넘도록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동참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공화당의 “네오콘” 일파(조지 W 부시의 재앙적인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지지자들)는 이란을 치고 싶어 한다. 이 세력은 두 달 전 마이크 왈츠가 안보보좌관에서 해임되면서 패배한 듯 보였다.
분명한 것은 세력 균형이 다시 네오콘 쪽에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십중팔구 이는 ‘저항의 축’을 하나씩 제거한다는 네타냐후의 전략의 산물인 듯하다. 처음에는 하마스, 다음에는 헤즈볼라, 그리고 이제 이란의 차례인 것이다.
이스라엘이 안보를 보장받겠다며 이처럼 폭력적 사냥에 나서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지금의 야만적 공격은 이스라엘에 대한 더 깊고 광범한 증오를 낳아 향후 새로운 저항의 물결을 낳을 것이다.
한편, 트럼프는 미국을 중동의 “끝없는 전쟁”에서 빠져나오게 하겠다던 대선 공약을 대놓고 어겼다. 그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은 분열했다. 트럼프 동맹 내 파시스트 세력의 지도자인 스티브 배넌은 이렇게 말한다. “압도 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것에 연루되기를 일절 원하지 않는다.”
전략 면에서 봤을 때, 네타냐후의 군사적 도박을 지원하는 것이 미국 제국주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는다. 만약 이란이 페르시아만 전체로 확전하는 것으로 대응한다면 트럼프는 그 지역 초갑부 산유국들의 원망을 살 것이다. 몇 주 전에만 해도 트럼프는 그들과 더 돈독해지려 애쓰고 있었다. 또한 걸프 지역 에너지의 최대 소비자인 중국도 마찬가지로 그러려고 애쓰고 있다.
원래 트럼프는 전임자들인 버락 오바마나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다른 과제들을 제쳐두고 중국이 미국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중동에서 늪에 빠지면서 이 문제에서 실패하고 있다.
오리아나 스카이라 매스트로가 미국외교협회에서 한 최근 연설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그녀는 미국 국방부에서 중국 ‘위협’ 대응 전문가로 활동했었다. 그녀는 중국이 보여 주는 “전략적 자제력”을 강조하고, 미국은 중국을 각종 지역 분쟁 등의 함정으로 끌어들이려 하지만 중국은 말려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매스트로에 따르면, 중국 국가는 “대외 군사적 개입이 권력의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중국은 아시아에서는 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싶어 하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정치적·경제적 수단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동시에 100가지를 하려고 하고, 이는 패권국이 쇠락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헤게모니 국가는 불가피하게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활동해야 한다. 하지만 일개 의존국 때문에 스스로 위험한 전쟁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그 헤게모니의 끝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고? 트럼프는 그 반대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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