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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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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남성은 극우화하고 있나?
이준석의 대학가 유세에 항의한 청년 남성이 말한다

서부지법 폭동과 21대 대선 결과를 계기로 2030 남성이 “더 보수화” “극우화” 했다는 주장이 상식처럼 됐습니다. 서부지법 난입자 중 2030 남성이 적잖이 있던 것은 사실이고, 대선 출구 조사에서도 2030 남성 60~70퍼센트가 김문수와 이준석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서부지법 폭동 등 극우 부상이 2030 남성 문제일까요? 이준석과 김문수에 투표한 2030 남성들은 극우일까요? 극우가 2030 남성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에 좌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2030 남성 극우화 논란을 둘러싼 현실과 이면을 살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노동자연대학생그룹 활동가 이재혁입니다. 저는 올해 대선 기간에 고려대 앞에서 유세하는 이준석에 항의를 했는데요. 그 영상이 TV 뉴스와 SNS에서 많이 퍼졌고 영광이게도 많은 칭찬을 받았습니다.

최근에 극우의 부상 속에서 ‘2030 남성 극우화’가 뜨거운 쟁점이 됐습니다. 저는 오늘 과연 2030 남성이 극우화하고 있는지, 진정한 문제는 무엇인지, 대안은 무엇일지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윤석열의 12.3 쿠데타 기도 이후에 극우의 주류화, 즉 극우가 주류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게 증대하는 현상이 빨라졌습니다.

그와 함께 청년층 안에서 보수층이 전보다 더욱 가시화되고 있는데요. 청년층 일부에 극우의 주장이 먹혀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는 청년들의 고통과 불만입니다. 다른 하나는 기성 정치의 실패입니다.

청년들의 고통스러운 현실 + 기성 정치의 실패

오늘날 청년들은 장기 불황 속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지정학적 갈등 심화와 코로나19 팬데믹, 기후 위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다중적 위기는 가뜩이나 불안정한 청년들의 미래를 더욱 막막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취업난과 주거난이 대표적입니다. 취업을 못 해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점점 늘고 있고 그에 따른 정신적 고통도 큽니다. 고립·은둔 청년, 청년 자살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한 꿈이 됐고 많은 청년들이 반지하, 고시원, 옥탑방을 전전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2030 남성으로 좁혀 보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오늘날 보통의 2030 남성들은 남성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압력에 짓눌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충족시키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결혼할 때 집을 마련해 갈 수도 없고 가족을 거뜬히 부양할 만큼 돈을 잘 벌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내가 도태된 것 아닌가 하고 좌절하는 남성들이 많습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력 재생산의 책임을 개별 가정에 떠넘깁니다. 그래서 돌봄을 맡은 아내·엄마의 역할,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아빠·남편의 역할 같은 보수적 성역할 고정관념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보통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구조적 여성 차별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군대 문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가뜩이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군대에 강제로 끌려가는 것은 큰 걸림돌입니다. 1년 반에서 2년 동안 생고생을 하는데 이렇다 할 보상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비롯하는 박탈감이 큽니다.

그러나 기성 정치는 청년들의 고통을 전혀 덜어 주지 못했습니다. 국민의힘 같은 우파 세력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청년들의 삶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노동시간 연장과 최저임금 억제 같은 반노동 정책들, 군사적 긴장을 키우고 군대 내 억압을 강화하는 정책들은 우파에 DNA에 새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도 실망을 안겨 줬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더 나은 삶을 약속하면서 집권했지만 청년들의 개혁 염원을 배신했습니다. 계급적 특권 문제에서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청년들에게 실망과 환멸을 안겨 줬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이런 배신감과 환멸은 아직도 청년들에게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자 몇몇 친민주당 이데올로그들은 2030 남성이 보수화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청년 남성들에게 떠넘겼습니다. 문재인 정부 지지 하락은 전 세대에 걸쳐서 일어났는데도 2030 남성들에게 책임 회피용 낙인 찍기를 했던 것입니다.

극우의 2030 남성 공략

이렇게 분통 터지는 현실에서 비롯한 소외와 불만을 이용해서 극우가 청년들을 파고들고 있는데요. 어떤 분들은 이렇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은 청년 모두에게 공통인데 왜 유독 남성 사이에서 극우 지지가 두드러지는 것일까?’

우선 2030 남성을 단일한 집단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2030 남성은 계급적으로 단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무살 대학생의 삶과 30대 후반 직장인의 삶은 다릅니다. 이렇게 처지와 조건이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뭉뚱그리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정치 성향도 마찬가지입니다. 2030 남성 사이에는 보수층이 있는가 하면 중도층과 진보층도 있습니다. 그리고 2030 남성은 다른 세대에 비해 무당층의 비율이 높습니다. 지지 정당이 금세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특정 후보에 투표를 했다고 해서 그 후보의 정치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도 아닙니다. 투표에서는 한정된 선택지에서 차악을 골라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올해 대선에서 이준석에 투표한 청년 남성들을 심층 인터뷰한 것을 보면, 그들의 핵심 특징은 첫째 주류 양당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고, 둘째 청년들을 대변할 다른 정치 세력들을 갈구했다는 것입니다. 이준석에게 투표했지만 노동조합이나 돌봄 정책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여러 쟁점을 놓고 모순된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의식이 모순돼 있다는 것은 의식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왼쪽으로도 변화할 수 있고 오른쪽으로도 이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상이나 이데올로기가 자기 스스로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체계적으로 설파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극우가 2030 남성을 주된 타깃으로 삼아 공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이준석은 대선 기간에 주류 양당의 국민연금 개악을 비판하면서 청년들의 불만을 일부 흡수했습니다. 개혁신당을 적극 지지하는 대학생들이 국민연금 세미나를 하면서 향후 활동을 구상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합의한 국민연금 개악은 세대를 불문하고 노동계급 전체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공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건 정당하고 당연합니다.

사실 이준석의 국민연금 정책은 노인들을 국민연금 제도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입니다. 노인 부양의 부담을 개인들에게 온전히 떠넘기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청년들에게 부모 부양 부담이 훨씬 더 커지게 됩니다. 그러니 이준석의 국민연금 개악 비판은 실은 세대 간 분열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TV 대선 토론회에서 주류 양당의 국민연금 개악이 옳은 방향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좌파 정당의 후보도 주류 양당의 국민연금 개악이 노동계급 전체에 피해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대선 후보 가운데 국민연금 개악을 비판한 후보가 이준석이 유일하게 된, 얄궂은 상황이 됐습니다.

안티 페미니즘, 젠더 갈등 부추기기

극우의 안티 페미니즘과 젠더 갈등 부추기기도 2030 남성 공략을 위한 핵심 무기입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2030 남성의 반감을 극우가 교활하게 이용하는 것입니다. 정작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평범한 여성들의 삶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극우는 청년 남성들의 쓰라린 심정을 자극하고 고통의 원인을 여성들 탓, 특히 페미니즘 탓으로 돌립니다.

예컨대 극우는 ‘남성성의 위기’ 운운하면서 좌절한 남성들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때문에 남성들이 연애도 결혼도 못하는 것이므로, 페미니즘에 맞서서 남성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극우 청년 조직인 자유대학의 대표 박준영이 비슷한 주장을 합니다. 박준영은 자신이 모친과 누나의 페미니스트 교육 때문에 연애에 실패했었다면서 남성성을 기르고 나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성은 남성다움을 여성은 여성다움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김문수는 대선에서 군 가산점제 부활을 주장하며 강제 징집으로 인한 불만을 이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 자는 그저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속죄양 삼아서 강제 징집에 대한 평범한 남성들의 불만을 교활하게 이용하려 했을 뿐입니다.

게다가 김문수는 채 해병 사망에 책임이 있는 윤석열 정부의 장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윤석열의 탄핵을 반대한 김문수가 군대 가는 보통 남성들을 걱정하는 척하는 것은 역겨운 위선입니다.

청년 남성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덜어주고 여성 해방을 지향하면서 남녀 노동계급의 단결을 추구하는 대안적 정치가 강력하다면 사태 전개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극우 부상의 원인을 ‘남성성’에서 찾는 일각의 주장은 이런 단결과 연대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청년 남성들을 극우에게 떠미는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기층에서 청년 간부층 육성하려는 극우

최근에 극우 세력은 본격적으로 청년 간부층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2일 속리산의 한 연수원에서는 극우 활동가 지망생 150명이 모인 가운데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캠프가 열렸습니다.

이 아카데미는 최근에 생긴, 극우의 청년 간부 양성소입니다. 뉴라이트 목사인 김진홍이 이사장이고 전한길이 원장입니다. 김문수, 윤상현, 나경원이 이 아카데미의 창립을 직접 축하했습니다. 이 아카데미는 단지 사상 교육만 하지 않습니다. 선전, 선동, 조직론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청년층에서 극우의 새로운 지지층과 간부층을 충원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극우와 파시스트들도 해 온 일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의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는 청소년 때부터 당의 청년 조직에서 훈련받으면서 마린 르펜의 후계자로 성장했습니다. 과거 독일 나치도 유겐트나 독일학생동맹 같은 청년·학생 조직을 운영했습니다.

극우는 청년·학생들 사이에서 조직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유대학의 전 대표인 한양대 학생 김준희는 대학들에서 [극우] 동아리를 건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캠퍼스 활동을 강조하는 ‘시국에 행동하는 대학연합’이라는 극우 학생 단체가 새로 생겨났습니다.

기층에서, 대학 캠퍼스와 거리에서 극우를 저지할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대안은 무엇인가?

진정 필요한 것은 극우가 2030 남성들을 어떻게 공략하는지 분석하고 그에 어떻게 맞설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보통의 보수적·중도적 2030 남성들과, 그들을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극우를 분리시켜 내야 합니다.

극우는 기성 정치에 맞서는 대안 세력임을 자처합니다. 그러나 사실 극우는 청년들의 삶을 궁지로 몰아넣은 자본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자들입니다. 한국의 극우가 반좌파, 반노동을 강령으로 삼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극우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 기성 체제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민주당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환멸이 극우 성장의 토양이 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물론 그런 환멸에서 극우가 반사 이익을 얻는 것이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좌파 세력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크게 일으키지도 않았고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을 적나라하게 폭로하지도 않았습니다. 청년들에게 왼쪽의 대안이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탄핵 운동의 염원인 사회 대개혁과 쿠데타 세력 척결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극우 성장의 토양이 더욱더 비옥해질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개혁을 선사하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킬 진정한 힘은 아래로부터의 집단적 투쟁에 있기 때문입니다.

극우의 부상에 대해 많이 얘기했지만 왼쪽에서의 저항과 투쟁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평범한 시민 수천 명이 국회의사당 앞으로 달려 나가서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를 저지했습니다. 4개월간 계속된 운동은 윤석열을 끌어내렸습니다.

지난해 말에 있었던 동덕여대 학생들의 학내 민주주의 투쟁은 오늘날에도 점거 투쟁 같은 전투적 학생 운동이 가능함을 보여 줬습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직후부터 반(反)트럼프 운동이 일어났고 트럼프의 이민자 공격에 맞서 LA항쟁도 분출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청년들을 왼쪽으로 급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적 대중 투쟁이 더 커지고 많아져야 합니다.

특히 극우에 맞서는 운동이 기층에서 건설돼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좌파들이 극우와 맞대결하기를 회피합니다. 괜스레 극우를 키워 준다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극우가 좌파의 도전을 받지 않고 활개 칠수록 극우의 자신감은 더욱 커지고 극우가 점점 더 성장할 것입니다. 이는 역사에서 입증된 패턴이기도 합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많은 좌파가 선거와 의회 진출을 점점 중시하면서 기층에서의 운동과 조직이 약화돼 온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극우는 선거도 중시하지만 기층에서 운동과 조직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불만을 진정 해결하려면 대학에서, 거리에서, 지역사회에서, 그리고 일터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적 저항을 고무하고 조직해야 합니다. 그래야 청년들을 극우의 절망의 정치가 아니라 희망의 정치로 이끌 길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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