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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2030 남성은 극우화하고 있나?

이 글은 ‘2030 남성은 극우화하고 있나?’를 주제로 한 노동자연대 공개 토론회의 발제문을 다듬은 것이다.

극우의 부상 속에서 ‘2030 남성 극우화/보수화’가 뜨거운 쟁점이 됐다.

2030 남성이 보수화했다는 주장은 전에도 나온 적이 있다. 윤석열이 당선됐던 지난 대선 직후, 그리고 배신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하락할 때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2030 남성이 보수화했다는 것을 넘어, 극우화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실제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이 글에서 나는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먼저 살펴본 뒤, 과연 정말로 2030 남성이 극우화하고 있는지, 진정한 문제는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평범한 2030 남성들의 삶

오늘날 한국의 2030 청년들은 장기 경제 불황 속에서 나고 자랐다. 유년기·청소년기에 IMF 경제 공황,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다.

이들의 생애 동안 지정학적 위기도 심화됐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긴장도 커져 왔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즉, 오늘날 청년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다중적 위기 속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있다.

물론 인생에서 청년기는 원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20대 전반부는 직업이나 진로, 계급이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사회 초년생인 30대의 경우에도 신입사원이든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자영업자든 이제 막 자리를 잡아 가는 처지다.

자본주의 체제의 복합 위기는 가뜩이나 불확실한 청년들의 미래를 더욱 막막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오늘날 청년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문제는 취업난이다. 현재 청년층 고용률은 팬데믹 이후 최저다. 청년층에서 ‘쉬었음’ 인구도 계속 늘고 있다.

취업난 속에 청년들의 정신적 고통도 심각하다. 거듭되는 취업 실패는 자존감을 추락시키고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고립·은둔 청년과 청년 자살이 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창업을 택했다가 실패하는 청년들도 있다. 20~30대 청년 폐업자 수가 늘었고, 창업 대비 폐업률도 증가하고 있다.

주거난도 빼놓을 수 없다. ‘내 집 마련’은 대다수 청년에게 불가능한 꿈이 됐다.

취업난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청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통이다. 이하에서는 2030 남성에 초점을 맞춰 보겠다.

오늘날 보통의 2030 남성들은 점점 더 이루기 어려워진 남성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압력에 짓눌려 있다. 남성들은 책임감 있고, 유능한 가장이 돼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자본주의 가족 제도로 말미암아, 일차적 돌봄의 책임자로서의 아내·엄마의 역할 또는 가장으로서의 남편·아빠의 역할 같은 보수적 성 역할 고정관념이 여전히 유지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사회가 남성과 여성에게 부과하는 성 역할은 자본주의의 가족 제도와 관련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력 재생산의 기본적 책임을 개별 가정에 떠넘긴다. 그래서 자본가 계급에게는 가족 제도가 중요하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 여성 차별의 뿌리이다. 물론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더는 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은 일터와 가정에서 이중의 굴레를 져야 한다. 유능한 노동자이기도 해야 하고, 좋은 아내이자 엄마(심지어 며느리)이기까지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한편, 남성에게 부과되는 역할에 대한 기대는 취업난과 집값 상승 등으로 인해 점점 더 성취하기 어렵게 됐다. 많은 2030 남성들은 결혼할 때 집을 준비해 갈 수도 없고, 가족을 거뜬히 부양할 만큼 돈을 잘 벌기도 어렵다.

그래서 많은 2030 남성들은 자신이 도태됐다고 자조하거나, 좌절과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남성은 힘들어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주위의 분위기 때문에, 속내를 털어 놓거나 도움을 청하기도 어렵다.

남성 역할 기대의 좌절 문제뿐 아니라, 군대 문제도 2030 남성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중요한 문제다. 강제 징집돼서 1년 반에서 2년 가까이 허송세월해야 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큰 걸림돌이다. 게다가 전역 후 복학했을 때 기존 인간관계들이 끊어져 고립감을 느끼거나, 학업 적응에 어려움을 경험하는 남성들이 꽤 있다.

군대에서 겪는 신체적·정신적 고통도 크다. 2014~2023년 군 장병 사망의 66퍼센트가 자살이었다. 사고로 다치는 것도 부지기수다.

강제로 끌려가서 생고생하며 시간을 허비했음에도 이렇다 할 보상은 없다. 그래서 2030 남성들은 큰 박탈감을 느낀다. 숨 막히는 취업 경쟁 속에 강제 복무로 말미암은 박탈감은 더욱 증폭된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

이처럼 오늘날 2030 남성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기성 정치는 2030 남성의 고통을 덜어 주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 2030 남성은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다. 무당층의 비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다.

특히, 변화를 약속한 민주당에 대한 불신과 환멸이 크다. 아득하게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그랬지만, 근래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기억이 짙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2030 남성 보수화론은 전에도 나온 적이 있는데, 2019~2021년 문재인 정부 지지 하락의 책임을 2030 남성에게 떠넘기려고 몇몇 친민주당 이데올로그가 유행시켰던 주장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이반은 전 세대에 걸쳐 일어났고 그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있었음에도 청년 남성들에게 책임 회피용 낙인 찍기를 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절박한 개혁 염원을 배신했다. 예를 들어,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도 안 지켰다. 그러는 사이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1995년생)와 평택항 청년 노동자 이선호 씨(1998년생)가 산재로 사망했다.

또한 입이 닳도록 공정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 조국의 “아빠 찬스” 문제는 청년들에게 큰 위화감을 안겨 줬다.

청년들의 다수는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을 전전하는데,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고 문재인 측근들은 부동산 투자로 이득을 봤다.

이런 개혁 배신과 위선에 대한 분노와 환멸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많은 2030 남성이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고 등을 돌렸던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뭐 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개혁을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은 ‘진보’ 정치인들에 대한 배신감과 환멸. 이런 ‘뭐 같은’ 현실에서 비롯한 소외와 불만이 현재 2030 남성들 사이에서 만연하다.

2030 남성을 공략하는 극우

그런데 2030 남성을 단일한 집단으로 볼 수 없다. 스무 살 새내기 대학생과 30대 후반 직장인의 삶이 다르듯, 처지와 조건이 다른 사람들을 뭉뚱그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2030 남성은 계급적으로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정치 성향에서도 그렇다. 2030 남성들 사이에는 보수층이 있는가 하면, 중도층과 진보층도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무당층의 비율이 높고, 특정 정당을 지지했다가 얼마 안 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투표 결과를 두고 특정 세대나 집단을 동일한 정치 성향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주의해야 한다. 투표에서는 한정된 선택지에서 차악을 뽑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후보나 정당에 투표한 사람이 해당 후보나 정당의 정치를 고스란히 받아들인다고 봐선 안 된다.

예컨대 이준석 본인은 그동안 종종 극우 본색을 드러냈지만, 이준석에게 투표한 사람들을 싸잡아서 극우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준석에 투표한 청년들의 핵심 특징은 주류 양당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크고, 청년들을 대변할 다른 정치 세력을 갈구했다는 것이다. 또, 그들은 여러 쟁점을 놓고 모순된 의식을 갖고 있다. 이준석에게 투표했지만 노동조합이나 돌봄 정책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청년들도 있다.

최근 〈한겨레21〉과 CBS의 유튜브 채널 ‘씨리얼’은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을 찍은 2030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은 이준석이 주류 양당을 비판하고, 특별히 청년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 것을 투표 동기로 꼽았다. 특히, 이준석이 주류 양당의 국민연금 개악을 비판한 것을 높이 샀다.

의식이 모순돼 있다는 것은 의식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왼쪽으로 변화할 수도 있지만, 오른쪽으로 이끌릴 수도 있다.

청년 일부가 이준석에게 투표한 것 자체가 아니라, 이준석이 청년 대변자를 참칭하면서 모순적 의식을 갖고 있는 청년들을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가령 이준석의 국민연금 개악 비판은 (이준석답게) 오직 세대 간 분열이 목적이었다. 그럼에도 어쨌든 이준석은 청년들을 걱정하는 행세를 하며 국민연금 개악에 대한 일부 청년들의 불만을 흡수할 수 있었다.

이준석의 안티 페미니즘도 이런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정작 문재인 정부하에서 평범한 여성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가당치 않게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던 문재인의 개혁 배신에 대한 2030 남성의 반감을 이준석은 교활하게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준석은 기성 국민의힘 정치인들 못지않게 부패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반중, 반북, 노골적 친미 같은 극우 본색을 드러냈다.

이준석과 개혁신당이 합리적 보수, 청년 대변자 행세를 하며 청년층 사이에서 극우 주장을 퍼뜨리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고 대처해야 한다. 특히, 개혁신당이 대학교에서 세력을 강화하려 할 수 있다. 지난 상반기에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경희대학교에서 학내 진보적 자치 기구에 대한 공격이 있었는데, 이런 공격을 주도한 학생회 간부들 중에는 개혁신당 지지자들로 강하게 의심되는 자들이 있다. 개혁신당은 대학교에서 이준석의 학식 먹기 행사나 강연을 꾸준히 열며 대학교에서 지지층을 확보하려 해 왔다. 대선 직후에는 여러 대학가에 정당 홍보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이는 개혁신당이 앞으로도 청년·학생들을 집중 공략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젠더 갈등 부추기기

2030 남성을 타깃으로 공략하는 건 이준석만이 아니다. 극우 전체가 2030 남성들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호도하고 엉뚱한 데로 책임을 돌리면서, 2030 남성들을 포섭하려 한다.

젠더 갈등 부추기기도 그런 맥락이다. 청년 남성들의 불만을 여성들 탓, 특히 페미니스트들 탓으로 돌리면서 체제와 지배계급의 책임을 가리는 것이다. 이는 평범한 여성들과 남성들이 단결(해 저항)하지 못하도록 이간질하는 효과를 낸다.

예컨대 극우는 ‘남성성의 위기’ 운운하며 좌절한 남성들을 파고든다. 페미니스트들 때문에 남성들이 연애도, 결혼도 못 하면서 비참해지는 것이므로 페미니즘에 맞서 ‘남성성,’ ‘남자다움’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파시스트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유력 정치인 막시밀리안 크라는 지난해 여름 틱톡에 올린 영상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 “독일 젊은 남성 3명 중 1명은 여자친구가 없습니다. 당신도 그중 한 명인가요? … 포르노 보지 말고, 녹색당에 투표하지 말고, 바깥 공기를 마시러 나가세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친절하고 부드러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진짜 남자는 극우의 편에 서야 하고, 애국자가 돼야 합니다. 그게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길입니다!”

극우 청년 조직인 자유대학의 대표 박준영도 비슷한 말을 한다. 그는 청소년 시절 자신이 모친과 누나의 페미니스트 교육 때문에 연애에 실패했었는데, 남성성을 기르고 나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연애도 하게 됐다며, “남성은 남성다움을, 여성은 여성다움을 회복해야 한다,”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을 사회가 격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우는 강제 군 복무로 인한 불만도 교활하게 이용하려 한다.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는 군 가산점제 부활을 주장했다. 강제 징집에 대한 평범한 남성들의 (정당한) 불만을 이용해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속죄양 삼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극우는 청년 남성들이 군대에서 겪는 고통을 키우는 자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군국주의 강화와 강군 육성 기조하에서 훈련병들이 훈련 중 사망하는 일이 잇달아 벌어졌다. 채 해병 사망에 책임이 있는 윤석열 정부의 장관이자, 윤석열 탄핵을 반대한 김문수가 군대 가는 청년 남성들을 위하는 척하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청년 간부층을 육성하는 극우

이렇게 극우가 청년층 사이에서 운동을 벌이고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아쉽게도 현재 2030 남성 극우화에 대한 논의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청년들 사이에서 보수층은 늘 존재해 왔다. 그러나 현재 달라진 점은 극우가 실질적으로 부상하고 있고, 청년 보수층의 핵심부에서 극우의 영향력과 주도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중장년층 극우 세력은 의식적으로 극우 청년들을 밀어 주고 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극우 학생들의 대학가 릴레이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안정권과 배인규 같은 극우 유튜버(이자 폭력배)들의 지원과 엄호를 받으며 진행됐다.(다행히 노동자연대 학생그룹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을 비롯한 친민주주의 학생들과 동문들, 학내 노동자들, 지역 주민들이 긴급하게 맞불 집회를 벌여서 극우의 대학교 내 진지 구축 시도를 일단 저지했다.)

극우 운동의 한 축인 세이브코리아는 윤석열 탄핵 반대 시국선언 주동자들을 연단에 세워 박수를 받게 하며 기를 세워 줬다. 윤석열은 지난 3월 석방됐을 때 의도적으로 자유대학 소속 극우 청년들을 서울구치소 앞으로 초청해 그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

윤석열이 파면됐음에도 극우 청년·학생들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자유대학은 서울 도심에서 “윤 어게인” 시위를 조직하며 경험과 자신감을 쌓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 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래서 심각하게 봐야 할 일 하나는, 극우 세력이 본격적으로 청년 간부층을 육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2일 속리산의 한 연수원에서는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 제1기 캠프가 열렸다. 그 아카데미는 최근에 만들어진 극우의 청년 간부 양성소다. 뉴라이트 목사인 김진홍이 아카데미의 이사장이고 전한길이 교장이다. 아카데미 창립 기념식에는 국힘의 김문수와 윤상현 등이 참가했고 나경원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7월 12일 속리산 캠프에는 청년 150명이 참가했다. 그 아카데미는 단지 사상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전략, 전술, 선전, 선동, 조직론 등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국힘에 입당한 전한길은 자신은 국회의원 할 욕심 없고 유망한 청년들을 지방의원이나 보좌관, 당직자로 키우기 위해 입당했다고 밝혔다. ‘극우의 주류화’ 시도의 중심에 청년들을 전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층에서 극우의 새로운 지지자들과 간부들을 충원하는 것은 다른 나라 극우 파시스트들도 해 온 일이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총리 조르자 멜로니는 15세부터 ‘이탈리아사회운동’에서 정치 활동 시작해 당의 리더가 됐다. ‘이탈리아사회운동’은 무솔리니의 정당인 국가파시스트당의 직계 후예다. 현재 프랑스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의 대표인 조르당 바르델라(1995년생)는 17세부터 국민전선(국민연합의 옛 당명)의 청년 조직에서 훈련받으며 마린 르펜의 후계자로 성장했다. 과거 독일 나치도 히틀러청소년단 유겐트, 국가사회주의 독일 학생동맹 등 청년·학생 조직을 운영했다.

지난 2월 극우 학생들의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일부 캠퍼스들에서 맞불 집회에 부딪혔지만, 불과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전국 수십 개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조직해 냈다. 그들이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동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극우는 대학교에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자유대학 대표였던 한양대 학생 김준희는 윤석열 파면 직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전술과 전략을 구분할 줄도 알고 있다. 실제로 극우 청년·학생들은 장기적인 ‘체제 전쟁’을 해 나가기 위해 뛰고 있다. 김준희는 한국 청년 지도자 아카데미에 모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캠퍼스별 세미나를 열고, 추후에는 대학에서 동아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거리 시위만으로는 외연을 확장하기 어렵다며, 캠퍼스 활동을 강조하는 극우 학생 단체가 생겨났다. ‘시국에 행동하는 대학연합’(시대연)이라는 단체인데, 이곳의 리더는 한국외대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한 자다.

이렇게 극우는 청년·학생들 사이에서 조직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30 남성을 먹잇감 삼으려는 극우에 맞서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2030 남성 전체가 극우화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극우 부상 속에서 만만찮은 청년 보수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극우가 청년 보수층의 중심에서 이들을 리드하고 있고, 좌절한 청년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이전보다 청년 보수층이 가시화된 이유다.

극우의 주장을 헛소리라고 단순히 무시해선 안 된다. 좌절한 사람들에게 분노의 초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극우의 주장은 아무리 헛소리여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진정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2030 남성이 극우화하고 있다고 개탄할 게 아니라, 2030 남성을 공략하고 있는 극우를 분석하고 그에 어떻게 맞설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극우의 실체와 진짜 목적을 폭로하며, 보통의 보수적·중도적 2030 남성들과 그들을 먹잇감으로 삼으려는 극우를 분리시켜 내야 한다.

극우는 기성 정치에 맞서는 대안 세력임을 자처하지만, 사실 극우는 (청년들의 삶을 궁지로 몰아넣은) 이 체제를 수호하려는 자들이다. 특히, 한국 극우는 반중, 반북, 반공, 반노동, 반좌파를 핵심 강령으로 삼고 있다.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나 서부지법 폭동 참가자들이 이를 입증한다. 극우는 결국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고 위협하는 이 체제를 궁극으로 사수하려 한다.

민주당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환멸이 극우 성장의 토양이 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멸에서 극우가 반사 이익을 얻는 것이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주요 진보 세력은 거대한 대중 저항을 일으키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배신을 적나라하게 폭로하지도 않아 청년들에게 왼쪽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탄핵 운동의 염원인 쿠데타 세력 척결과 ‘사회대개혁’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극우 성장의 토양이 비옥해질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을 다시 구속시키고 특검을 출범해 쿠데타를 조사하고 있지만, 이재명의 측근이자 법무부 장관인 정성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란 전모를 밝히되 단죄를 최소화하고 여야 간 대타협으로 앙금을 해소하자고 했다.

또, 최근 이재명은 취업난과 군대 등 2030 남성이 겪는 어려움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일도 있다. 예컨대 이재명 정부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턱없이 낮다. 많은 2030 남성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데도 말이다.

이재명 정부하에서도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반미 자주파 탄압이 계속되는 것(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자, 급진 좌파를 향한 사상 차별)도 반중, 반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외치는 극우의 기를 살려 준다.

극우가 속죄양으로 삼는 사람들을 방어해야 한다. 중국 동포,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무슬림, 이주민 등을 극우의 공격에 맞서 방어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개혁을 선사하기를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된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킬 힘은 아래로부터의 집단적 투쟁에 있다.

아래로부터의 대규모 집단적 투쟁이 중요하다

극우 부상에 대해 많이 얘기했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다른 그림도 있다. 왼쪽에서의 저항과 투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3일 밤 평범한 시민들 수천 명이 국회의사당 앞으로 뛰쳐나가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기도를 저지했고, 4개월간 계속된 윤석열 탄핵 운동이 윤석열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말 동덕여대 학생들의 학내 민주주의 투쟁은 오늘날에도 점거 투쟁 같은 전투적 학생 운동이 가능함을 보여 줬다.

국제적으로도 반동에 맞선 저항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극우 트럼프 재집권 직후부터 반트럼프 투쟁이 분출했다. 수십만 규모의 반트럼프 시위가 수차례 열렸다. LA에서는 트럼프의 이민자 공격에 맞선 대규모 항쟁이 벌어졌다.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21개월째 유례없는 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청년들을 급진화시키고 있다.

극우·파시스트에 맞서는 투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영국에서 파시스트들이 난민들이 머무는 숙소에 불을 질렀다. 정말로 난민들을 태워 죽이려 한, 과거 제정 러시아의 유대인 학살(포그롬)을 떠올리게 하는 짓이었다. 그러나 불과 사흘 만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영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극우와 파시스트들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의 규모와 기세에 눌려 감히 설치지 못했다.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적 대중 투쟁이 더 커지고 많아져야 한다. 특히, 극우와 맞서는 운동이 건설돼야 한다.

그런데 많은 좌파들이 극우에 맞대결하기를 회피한다. 맞대결이 괜히 극우를 키워 준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극우가 좌파의 도전을 받지 않고 활개를 치면 칠수록, 극우 세력은 자신감을 얻으며 더욱 성장할 것이다.

사실 오래 전부터 많은 좌파가 선거와 의회 진출을 점점 중시하면서, 기층에서의 조직과 투쟁이 약화돼 온 문제가 있다. 반면 극우는 기층을 파고들며 운동을 건설하고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걸출한 역사가 고 하워드 진은 이렇게 말했다. “운동이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입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정치인을 가지는 것은 매우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른 투쟁 방식을 훼손시켜 가면서 하는 것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청년들의 불만을 진정 해결하려면 대학에서, 지역사회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일터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적 저항을 고무하고 조직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극우에 맞선 투쟁은 체제에 맞서는 투쟁과 연결돼야 한다. 팔레스타인 유대인 출신 마르크스주의자 토니 클리프는 극우 파시스트와 자본주의 체제의 관계를 쥐와 시궁창에 비유했다. 쥐가 나타날 때마다 때려잡아야 하겠지만, 쥐를 완전히 박멸하려면 쥐가 서식하는 시궁창도 제거해야 한다. 극우와 파시스트가 성장할 토양인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일을 해야 하고, 해낼 수 있다. 그러면 좌절한 청년들을 절망의 정치가 아닌 희망의 정치로 이끌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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