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다시 극우화하며 지지 강화하는 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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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이 통일교 측의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을 수사하면서 당원 명부를 압수하겠다고 하자, 국힘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힘을 법적으로 해산시키려는 수순이라며 말이다.
국힘 지도부는 특검 앞 기자회견을 하고, 당대표 후보로 가장 유력한 김문수는 당사 앞 농성을 시작했다. 개신교 극우 냄새를 확 풍기는 장동혁은 김문수를 따라잡으려고 윤어게인 파에 완전히 빙의하고 있다.
극우에 반대한다던 안철수도 연일 이재명 정부를 향해 날 선 막말을 쏟아 내며 오른쪽으로 과격해지는 당심에 다가가려 한다.

15년 전 이명박 정부는 민주노동당 당원 명부를 탈취하려 했었다.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를 위반한 전교조·공무원노조 소속 당원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그때 국힘은 집권당으로서 민주노동당 공격을 환영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나서,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의원직까지 박탈해 버렸다. 이석기 전 의원은 9년이나 실형을 살았다.(다른 많은 당원도 국가보안법으로 징역형 실형의 고초를 겪었다.)
이런 국힘이 자신들을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 정당’ 운운하는 것은 정말 역겹다.
김문수 우세
그럼에도 국힘은 더욱 극우화하고 이재명 정부에 결연히 맞서는 모습을 보이며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다. 전광훈과 가까운 김문수는 당대표 선거에서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8월 15일과 16일 양일에 걸친 극우 집회들은 이들이 다시 동원력을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전광훈의 자유통일당 주도 집회는 양일간 수만 명을 동원했다. 전광훈이 서부지법 폭동 배후로 수사 받는 것은 오히려 극우 지지층 내에서 인기를 높이고 있다.
국힘의 극우화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좌파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그릇됐다.
한 달 새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민주당과 국힘의 지지율 차이도 좁혀졌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민주당 우위 상황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경제·안보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고, 이재명 정부는 쿠데타 세력 청산과 개혁 추진 의지를 별로 보여 주지 못하면서 벌써 기대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를 통한 국힘 해산은 시작도 못 해 보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공산도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관세 협상과 ‘한미동맹 현대화(대중국 포위 동맹으로의 변화)’ 등 트럼프 정부의 제국주의적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여느 민주당 정부와 큰 차이 없이 한미동맹 강화 요구에 기본적으로 충실하고, 심지어 국가기관 내 쿠데타 세력 일소에도 소극적이다.
한미동맹 ‘현대화’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이라고 부르는 등 미국은 자신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적극적인 일부가 되라는 압박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항변조차 못하고 있다. 그 징표로, 친미파이며 문재인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한 강경화가 주미 한국대사에 임명됐다.
한미일 군사 훈련이 계속되고 있고, 한미 전쟁연습인 UFS가 강행됐다. 북한 당국이 거칠게 항의했지만, 이 훈련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전쟁 연습이므로 항의는 무시됐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미국의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에 한국 조선 회사들이 적극 투자를 하겠다는 것(“MASGA”)이 지렛대가 됐다.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중공업) 모두 미 해군의 전함 수리와 생산에 접근하길 원한다. 미군의 해군력 증강에 능동적으로 동참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의 일부가 되려는 것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강제 구인을 사보타주한 서울구치소장을 전보 조치했다. 잘한 게 아니다. 징계를 하고 수사기관에 넘겼어야 했다.
김건희 비자금을 수사한 검찰이 의도적으로 증거를 없앤 것이 명백해졌는데도 법무부는 감찰 지시를 하지 않고 있다.
쿠데타 가담 의혹을 받는 현 서울경찰청장이 서울청 안보수사대를 동원해 반미자주파 단체·언론들을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하는 가운데, 서울청 산하 경찰들은 8월 15일 서울 도심 반(反)트럼프 시위대의 합법 행진을 폭력적으로 가로막았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하에서 군은커녕 경찰·검찰의 숙청 인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경제·안보 위기 속 핵심 쟁점들에서 윤석열과 명백한 차이를 보여 주지 않는다면, 오래지 않아 사람들은 이재명 정부에 기대를 걸 이유가 별로 없다고 여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미간 극우 커넥션을 강화하며 “CCP(중국공산당) OUT”을 줄기차게 외쳐 온 극우는 자신들의 힘과 정당성을 확인하며 자신감이 오르고, 국힘의 극우화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지지율 회복
2017년 박근혜 탄핵 후에도 국민의힘(의 전신들)은 선거에서 연달아 패했다. 그때도 국힘은 이제 끝났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국힘은 2019년 이후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되살아났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정권 초부터 문재인 반대 광화문 집회를 매주 열던) 전광훈과 연합해 광화문에서 수십만 명 집회를 열면서 극우화했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회복됐다. 박근혜 탄핵에 찬성해 분당했던 국힘 정치인들은 모두 반성하고 국힘(당시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했다.
물론 2020년 총선 직전 터진 코로나 팬데믹 때 국힘이 방역 봉쇄와 생계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반서민적 입장을 취하면서 총선에서는 참패했다.
그러나 그 총선에서 국힘은 이전 선거들과 비교해 지지를 크게 회복했다. 의석차는 컸지만, 민주당과의 득표율 차이는 근소했다. 계속된 문재인의 개혁 배신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국힘은 마침내 2년 후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 교체에 성공했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압승을 했다.
김문수가 당대표가 되면 극우는 더욱 사기가 오를 것이고, 이들은 함께 친미 반중 노선 강화, 개혁 반대, 좌파 단속 등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공식 정치에 대한 개입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석 달도 안 돼서 좌우 정치 충돌은 다시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