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극우, 왜 떠오르고 있고 어떻게 막아야 하나
〈노동자 연대〉 구독

극우 세력이 정치의 상층과 기층 모두에서 폭발적으로 발호하고 있다.
사실 신호탄은 윤석열의 12.3 군사 쿠데타 미수였다. 쿠데타는 평범한 대중의 저항에 부딪혀 좌절됐다. 그러나 그 뒤 상황이 첨예하게 전개됐다.
1월 5일 공수처가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자 윤석열 지지자들이 경호처와 함께 저항했다.
1월 19일에는 극우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법 경내에서 폭동을 일으켰다.
2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극우 유튜버들의 보호를 받으며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을 통과시켰다.
2월 하순부터는 극우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조율해 대학가에서 탄핵 반대 게릴라 시국선언을 벌였다.
3월 1일 극우 단체들은 수십만 명 규모로 전국 총동원 집회를 열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국힘)은 이 모든 행동들을 옹호하고 찬양·고무하고 있다.
위로부터의 극우와 아래로부터의 극우가 만나다
광화문 집회나 여의도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죄다 극우주의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 집회들의 핵심에는 극우가 있다. 한국 극우 운동은 아직 파시즘이 아니다. 하지만 우호적 환경 덕분에 파시즘으로 진화할 배아를 품고 있다.
서부지법 폭동 혐의로 구속된 63명 중 절반 이상이 자영업자와 무직자였다. 극우의 대규모 거리 시위와 폭력이 정치적으로 원자화돼 있는 개인들에게 응집력을 부여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한국 극우 운동이 파시즘은 아니지만, 그 운동의 중심에서 파시즘을 재촉하는 역학이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극우는 ‘계엄의 불가피성,’ ‘계몽령’을 주장한다. 자신들과 이견이 있는 정치 세력을 처단하기 위해 민주주의적 권리들을 유보시키고 민주주의를 억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부정선거’론, ‘중국 배후’론, ‘헌재 내 빨갱이’론을 떠들어 댄다. 정부 등 많은 국가 기관들이 국가의 적에 의해 장악돼 있다는 주장이다.
법원 공격을 “저항권”이라며 실행하는 것은 기존 중도 우파와 크게 다른 점이다.
이처럼 극우는 폭력적이고 공공연히 반민주주의적이다.
극우는 자유, 저항권, 혁명을 부르짖는다. 극우가 저항의 언어를 제멋대로 오염시킨 것은 오래됐다. 무솔리니는 파시즘 운동을 “혁명 투쟁”으로, 프랑코는 “국민 저항”이라고 불렀다. 히틀러는 파시스트 쿠데타를 “독일 민족의 정당방위권”이라고 주장했다.
극우 세력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윤석열은 위로부터의 쿠데타가 실패하자 아래로부터의 극우 운동을 고무했다. 따라서 12.3 쿠데타 기도는 윤석열 개인의 망상이 아니라 그를 정점으로 한 극우 세력의 부상을 뜻한다. 그래서 극우의 부상은 일회적 현상이 아니다. 한국의 정치 지형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극우 부상의 요인들
본지가 일찍이 경고했듯이, 극우의 부상은 세계적 현상이다. 극우의 부상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다중적 위기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적 위기가 한국의 위기를 가속시킬 수 있고, 반대로 한국의 위기가 세계적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극우 부상의 요인들로는 경제 위기와 정치적 위기가 결합돼 있다. 첫째, 2008년 세계 경제 공황 이후 지속돼 온 저성장과 장기적인 경제 침체 상황에서 주류 정당들은 노동자 등 서민들의 생계, 임금, 복지를 공격해 왔다. 부자 과세가 아니라 서민 희생 정책을 편 것이다. 그 결과 사회 전반적으로 불만이 쌓이게 됐고 극우는 이를 파고들었다.
전광훈의 기층 조직인 ‘자유마을’은 문재인 정부가 지지자들을 배신하기 시작하던 2019년 이후 급성장했다. 전광훈은 자유마을을 통해 자기가 “체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체제 전쟁”은 기존 체제에 반대하는 전쟁이 아니라 좌파 척결 전쟁이다. 여기서 좌파는 민주당과 좌파를 뭉뚱그려 뜻한다.
극우 부상의 두 번째 요인은 “극우의 주류화”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극우의 주류화”는 주류 정치에 극우가 미치는 영향이 급속히 커졌다는 뜻이다.
지금 국힘은 극우의 요구와 주장을 공식 정치의 언어로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극우의 견해가 순식간에 주류 우파의 견해로 격상됐다. 한낱 음모론에 불과한 중국의 선거 개입설이 국회 연단에서 공공연히 제기된다.
어떤 사람들은 선거에서 불리할 텐데 국힘이 왜 극우와 선 긋지 않고 극우화 흐름에 편승하는지 의아해한다.
그러나 극우가 거리에서 세를 불리는 것이 반드시 국힘에 유해한 것은 아니다. 그 반대로 극우의 동원력 덕분에 국힘 정치인들은 오히려 거리 극우를 선동하고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챙긴다.
게다가 국힘 지지층 자신이 극우화하고 있다. 반윤석열 언론인 MBC 신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9퍼센트가 부정선거를 믿는다고 답했다. 쿠데타 전에는 겨우 1퍼센트였다.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국힘 지지층에서는 무려 65퍼센트가 부정선거를 믿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황교안과 극우 유튜버들이 부정선거론을 떠들어 댔을 때는 귀담아듣지 않았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이 주장하니까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기 시작한 것이다.
국힘의 극우화는 지지층의 붕괴를 막고 결속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냈다.
그리고 공식 정치의 극우와 거리 극우의 상호작용이 가속되고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을 극우화시키는 한편, 프라우드 보이스 같은 파시스트 세력과 교류하며 그들에게 수십 년 만에 가장 대담한 행동을 할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극우를 비난하며 민주당을 ‘중도·보수’로 규정했다. 이런 우클릭은 극우의 위협을 막을 전략이 아니라 극우에게 자신감을 주고 사기를 높일 뿐이다.

극우의 강령과 전략
한국 극우의 트레이드마크는 냉전주의·반공주의다. 이것은 한국 극우가 냉전의 유산, 남북 대립, 동아시아 질서 등 지정학적 요인의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에서 비롯한다.
전광훈이 창당한 자유통일당의 강령을 보면,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찬양하고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을 지향한다. 여기에 반노조·반페미니즘·반동성애·반이슬람 등을 곁들여 외연을 확장하려 한다.
극우는 최근에 반중·혐중 선동을 추가했다. 윤석열 자신도 중국을 “주권 침탈 세력”으로 묘사했다. 윤석열은 자신이 분쇄하려고 하는 ‘내부의 적’이 ‘외부의 더 큰 적’과 연계돼 있다고 선동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극우 거리 운동이 가시화된 때는 2016년 12월 태극기 집회였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규모가 극우 집회보다 8배 이상 됐다.
박근혜 탄핵 이후 극우는 와신상담하며 조직을 건설했다. 특히, 2019년 이후 극우의 저변이 크게 늘었다. 2019년은 그 전 두 해 동안 70~80퍼센트대였던 문재인의 지지율이 그의 배신에 대한 지지자들의 환멸로 40퍼센트대로 추락한 때였다. 조국 사태가 마디점이었다. 그의 법무장관 임면을 놓고 양측에서 수십만 명이 참가했다. 조국은 자녀를 위해 계급 특권을 활용한 것(이것까지는 기존 시스템 안에서 이해가 된다)을 넘어, 그것을 적극 옹호했다. 조국을 제척하라고 할 수도 없고, 그를 옹호할 수도 없는 당시 상황에서 노동계 좌파 정당들은 조국을 방어하기로 해, 문재인 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한국 극우는 서구 극우처럼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거리 운동과 기층 조직을 건설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거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전광훈은 극우 인자들을 거리로 불러모으고 정치적 결사체를 만들었다. 이 점이 일베 같은 온라인 극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극우 정치 세력화의 토대는 자유마을이었다. 자유마을은 전광훈을 비롯한 극우 개신교 세력이 정치세력화를 이룬 기반이었다.
동시에, 전광훈은 저항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을 거점으로 삼았다. 광화문으로의 거대한 대중 동원은 황교안·윤상현 등 극우 정치인들이 꾸준히 전광훈을 찾도록 만들었다.
극우는 전통 미디어(레거시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유튜브 등 독자적인 온라인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선전·선동하며 지지자들을 모아 정당 결성에도 도전했다.
전광훈은 2016년 기독자유당을 창당했다. 현재 당명은 자유통일당이다. 원내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기층 극우로서 전광훈의 정치적 영향력을 의석수만 갖고 평가할 수는 없다.
원내 진입이 실패하자 전광훈은 전략을 바꿨다. 2023년 국힘 입당 운동을 통해 국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자유통일당 당대표를 지낸 김문수가 현재 국힘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극우 진영은 현재 크게 둘로 나뉘어 있다. 전광훈이 주도하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광화문에서, 손현보 목사가 주도하는 개신교 극우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어 왔다.
대국본 집회는 전광훈이 목사여도 예사로 상스런 말을 내뱉고 장터 문화제 느낌이라면,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좀 더 세련된 언사를 사용하며 ‘영적 전쟁’에 나선다는 종교성이 느껴진다.
이런 집회 분위기와 정치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세력은 모두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를 규탄한다.
극우를 추적하고 기록하는 트위터리안 ‘카운터스(극우 추적단)’의 추정에 따르면, 전광훈 쪽은 김문수를 지지하는 듯하고 손현보 쪽은 오세훈을 지지하는 듯하다. 이 차이는 원칙적이지 않아, 국힘은 양측에 다 손을 내밀며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
본지 편집팀원 하나에 따르면, 손현보는 소속 교파(예장 고신) 내부의 종교적 반발에 부딪혀 자기 집회가 종교적 예식을 따라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극우에 맞서야 한다
윤석열 탄핵 운동의 주도자들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하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
헌재가 윤석열을 파면한다면 분명 그것은 친민주주의 진보 운동의 승리일 것이다. 그러나 헌재가 파면 결정을 내리더라도 극우 운동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탄핵 운동의 두 주요 국면을 돌아보면 이를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자, 윤석열 쿠데타 미수 사건은 법률적 절차에 따라 처리될 거라는 전망이 대체적이었다. 당시 민주노총이 발표한 성명의 제목은 ‘윤 탄핵 국회 통과, 사회대개혁 이제 시작이다’였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1월 15일 윤석열이 체포되자 상황이 진정될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지금은 헌재가 윤석열을 파면하면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거라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극우는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서부지법 폭동과 비슷한 것을 획책함과 동시에 3.1절 동원보다 더 큰 규모로 대중 동원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 압력의 반영으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서울중앙지법 판사 지귀연은 윤석열 구속 취소를 결정하고 검찰총장 심우정은 이에 맞장구치며 윤석열 석방을 인정했다.
이 사례들은 국가를 믿거나 엄격한 법 집행으로 극우를 통제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사실 윤석열은 직무정지 되기 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을 오히려 옥중 정치를 통해 이뤘다. 윤석열은 구속 뒤에 지지율이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구속 전 지지율이 10퍼센트대였는데 지금 탄핵 반대 여론은 30퍼센트대다.
국힘은 지난해 4월 총선 패배 뒤 한동훈이 당권을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친윤계 두 권씨로 당권이 넘어갔다. 적잖은 친한계 의원들이 친윤계로 돌아섰다. 계엄을 반대하고 탄핵을 지지했던 김상욱 의원은 친한계 단톡방에서 퇴장 당했다.
의회민주주의적 해결책은 극우를 저지할 효과적 방안이 못 됨을 힐끗 보여 준다.
어떤 사람들은 양당제를 다당제로 바꿔 극우가 원내에 입성하면 순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당제 의회인 프랑스·이탈리아 등지에서도 국민연합과 이탈리아형제당 같은 극우가 전진하고 있다. 극우는 의회 안에서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거적 성공을 이용해 극우 간부층을 양성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그래서 선거의 시간은 궁극으로 극우를 약화시키지 못한다. 그랬다면 서구에서 극우 정당들이 어떻게 더 세를 불렸겠는가.
만약 헌재가 윤석열을 파면하고(지금으로서는 확실하지 않다) 두 달 뒤에 대선이 치러지는 정치 일정이 전개되면 일차 수혜자는 민주당이 될 공산이 크다. 윤석열의 쿠데타와 극우 본색 국힘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는 사회대개혁을 전혀 실행하지 못해 정치 위기에 빠질 것이다. 그런 상황은 극우가 성장할 토양이다.
그러니 민주당과 좌파 정당(들)이 동맹을 맺는 민중전선 전략으로는 극우를 저지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도 민중전선은 단 한 번도 파시즘이나 극우를 막은 적이 없다.

따라서 사회의 다중적 위기에 맞서는 기층 대중 운동이 크게 일어나야 한다. 제도적 해결책의 최대 문제점은 대중 행동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에 국가와 정당 정치가 민주주의를 궁극적으로 지켜 줄 것이라는 생각을 부추겨 대중을 단순한 응원 부대로 만들기 때문이다.
일부 좌파는 “또다시 민주-반민주 구도에 갇혔다”며 씁쓸해한다. 그러나 군대가 동원되고 고문 도구가 등장하는 현실에서, 민주적 권리들이 전반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런 주장은 도피일 뿐이다.
일부 좌파는 극우에 맞대응하면 극우 세력을 키울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극우는 이미 컸다. 스스로 컸고, 상층권 정치 덕분에 컸다. 극우에 맞선 대항 동원 전술이 필요하다. 최근 벌어진 캠퍼스 맞불 집회는 이 전술의 효율성을 작은 규모로 예시했다.
극우의 캠퍼스 기반은 아직은 취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전국적인 조율을 통해 40여 개 대학에서 매우 신속하게 행동했다. 그들이 구축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잠재적 위험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더구나 극우 대학생들은 캠퍼스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하며 극우가 지성인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극우 이미지를 세탁하려고 했다. 전광훈 같은 거리 극우의 상스럽고 거친 이미지를 분식하려고 하는 것이다.
극우에 맞선 맞불 집회는 대부분 극우의 교내 진입을 저지했다. 그 과정에서 극우의 폭력적 실체도 들춰냈다. 이화여대에서 극우가 맞불 시위를 벌이는 여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극우 폭력의 위험성을 눈으로 입증했다.
진정한 교훈은 팔짱끼고 점잖은 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토록 작은 것이야말로 안타깝다. 힘을 보태 줘야겠다”여야 한다.
앞으로 훨씬 더 거대한 시험들이 다가올 것이다. 파시즘의 배아들이 시나브로 자라나고 있다. 그들을 저지할 담대한 방패를 만들어야 한다. 무솔리니 부상기에 조직된 아르디티 델 포폴로(‘국민의 대담한 사람들’이라는 뜻) 같은 극우 반대 그룹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