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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서평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김현수 지음, 클라우드나인 펴냄):
정신과 의사가 극우로 이끌리는 청년들의 마음을 분석하다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은 청(소)년 일부가 극우에 이끌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회심리학·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다루는 책이다.

저자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김현수)는 사회 문제에 참여해 온 정신과 전문의다.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 심리 지원 활동을 했고,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김현수는 서부지법 폭동을 보고 충격을 받고, 하던 다른 일들을 제쳐 두고 극우로 이끌리는 청년들을 사회심리학·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극우화하는 청년들의 심리적 경로를 분석해 극우화를 막을 방법을 찾는 데 기여하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비록 공감이나 동의는 어렵지만 그 과정, 경로, 경험의 속세계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 것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 이해가 한편으로 변화의 출발이자 실마리다.”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 김현수 지음, 클라우드나인, 220쪽, 20,000원

책의 제목은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이지만 이 책은 주로 청년 남성을 다룬다. 극우 청년 활동가 중에 여성이 적지 않지만, 현재 특별히 ‘2030 남성의 보수화’ 논의가 많은 것이 이 책에 반영된 듯하다.

저자는 단지 개인의 내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청년들이 놓여 있는 사회적·경제적 환경과 처지를 짚는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강요한 “경쟁에서 도태되는 경험”이 청(소)년들에게 끼친 해악을 거듭 지적한다.

경쟁에서 밀려난 청년들의 마음속에 불안과 울분이 자라나게 되고, 극우 세력은 그것을 적극 파고들었다.

“밀려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 더 극심한 멸절과 잘림에서 소멸로 가는 불안을 겪는다. 극우 세력들은 그 소멸에 저항하는 것이 극우 행동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여러 사회학자와 심리학자를 인용하면서, 신자유주의하에서 “지위 박탈”을 겪으며 “공허하고 나약한 자아”를 갖게 된 청년들이 극우에 이끌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환멸과 울분

그런데 왜 하필 극우로 이끌리는 걸까? 저자는 “분노의 칼끝이 보수가 아니라 진보를 향하는” 이유를 이렇게 적절히 설명한다.

“그것은 더 좋은 시대에 대해 더 많이 제안하고 더 많이 약속한 세력이 진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들은 자신들의 가족과 리그만을 풍요롭게 했을 뿐이다. 모두를 돕지 않았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대학 입시 면에서, 취업 면에서, 부동산 면에서 모두 재앙을 안겼다. 민주 정부는 큰 희망을 큰 배신으로 만들었다. 보수 정부의 거짓말과 진보 정부의 위선 중 사람들을 더 분노하게 하는 것은 진보 정부의 위선이라고 한다. 탐욕보다 위선이 더 분노를 치솟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처럼, ‘촛불 정부’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환멸이 윤석열 집권과 극우 성장의 토양이 됐다.

국제적으로도 극우는 신자유주의 중도파(좌우파 모두)에 대한 배신감과 환멸을 파고들어 지지층을 모았다. 극우는 ‘위선적인 엘리트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줄 대안 세력임을 자처한다.(그러나 실제로 대다수 극우 지도자는 부자이고 청년들의 삶을 궁지로 몰아넣은 이 체제를 수호하는 권력자들이다.)

저자는 트럼프 같은 극우 지도자들이 위선적인 엘리트를 비난하고 여성, 이민자, 좌파 등을 공격하며 청년들에게 분노를 배출할 통로를 제공하고, 극우 청년들은 거리 극우 집회 등을 통해 울분을 해소한다고 지적한다.

“우익 대중에게 자신감이란 엄청난 회복이다. 그들은 우익 선동가의 말과 집회의 열광된 분위기에서 그 무력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그들에게 우익 집회는 큰 힘의 진원지다.”

역사적으로 극우·파시스트들은 거리 시위를 조직해 왔다. 이런 거리 시위(와 거기에서 그들이 때때로 벌이는 폭력 행위)는 경제 위기로 미쳐 버릴 지경이 된 중간계급 사람들이 분노를 뿜어낼 공간이 돼 줬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무력함이 아니라 힘을 느끼게 된다. 서부지법 폭동도 그런 위험을 얼핏 보여 줬다.

2025년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은 극우의 핵심 특징이 폭력이라는 것을 보여 줬다 ⓒ출처 유튜브 락TV

저자가 이 책에서 극우·파시즘의 물질적 토대나 극우 부상의 근본적 원인까지 분석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저자는 “내 주변에 있는 청소년과 청년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했”다고 미리 밝혔다. 이를 감안한다면, 극우에 이끌리는 청년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어 볼 가치가 있다.

극우에 어떻게 맞설까

그런데 저자가 대안을 모색하는 데서 아도르노를 많이 참고한 것은 짚어 보려 한다. 이 책의 독자들이 극우 성장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물음을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도르노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핵심 멤버였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초창기인 1920년대에는 국제적 좌파 운동과 연관을 맺고 있었지만, 1930년대 이후 순수 학술 지향을 갖게 됐다.

당시 스탈린의 반혁명과 히틀러의 집권 등 잇따른 반동의 물결 속에서 (대부분 유대인인)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학자들은 절망에 빠졌다. 그들은 사회 변혁의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봤고, 좌파 정당들과 거리를 뒀으며, 특히 노동계급의 혁명적 잠재력이라는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사상을 거부했다.

물론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예컨대 아도르노는 자신의 책 《부정변증법》에서 자본주의를 “항구적 재난”이라고 불렀고, 이는 오늘날 복합 위기에 빠져 그 자체로 재난이 된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데서도 꼭 들어맞는 통찰이다.

그러나 아도르노(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자본주의 비판은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없다는 절망적 전망을 바탕으로 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인용한 《권위주의적 성격》은 사회 변혁의 선택지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로 행해진 파시즘 연구의 산물이다. 아도르노는 파시즘의 원인을 억압적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권위에 복종하고 약자에게 공격적 태도를 지니게 된 개인들의 인성에서 찾았고, 그에 대항하는 교육의 역할을 강조했다.

저자 김현수도 교육과 사회적 돌봄망의 구축 등을 강조한다. 물론 모두 필요한 것들이다.

그런데 체제의 복합 위기 속에서 지배자들이 양보할 여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체제의 복합 위기 자체가 극우가 부상한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육과 돌봄망 구축을 제대로 마련하려고 하더라도 지배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따라서 아래로부터의 거대한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노동자 투쟁이 보편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실업, 저임금, 주거난 등 청년들이 겪는 고통은 전체 노동계급에 가해지는 공격의 일부이다. 노동계급의 투쟁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방어할 힘이 있음을 드러낸다면, 청년들을 왼쪽의 대안으로 이끌 수 있다.

저자가 언급하지 않지만, 극우가 박탈감과 울분에 찬 청년들을 끌어당기려는 시도에 맞서려면, 극우의 집단행동에 맞서는 대항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 저자도 지적했듯, 극우는 거리 시위를 통해 힘을 느끼고 지지층을 결집한다. 극우가 거리, 지역, 대학교 등에서 좌파의 도전을 받지 않는다면 점점 기세가 오를 것이다.

극우에 맞선 대항 동원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극우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고, 극우 핵심층과 단순 지지자를 분리시켜 낼 수 있다. 지난 2월 대학가 맞불 집회들과 이번 대선 국면에서 벌어진 극우 후보들에 반대하는 공동 행동들은 그 작은 사례를 보여 줬다.

이 책은 아도르노에 기대는 탓에, 이런 대안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궁극적으로는, 평범한 청년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극우와 파시즘을 낳는 근본 원인(자본주의)에 맞서는 진정한 대안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팔레스타인 출신 유대계 마르크스주의자 토니 클리프는 파시즘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쥐와 시궁창에 비유하며, 쥐를 완전히 박멸하려면 쥐가 서식하는 시궁창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극우·파시즘에 맞서는 투쟁은 궁극적으로 극우·파시즘을 배양하는 자본주의에 맞서는 투쟁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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