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기념대회:
다양한 이주민들이 차별을 폭로하고 개선을 촉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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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2026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기념대회: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 이주민에게 자유와 평등을!’이 열렸다. 집회는 10개 부문 및 지역 이주민 인권 연대체와 15개 노동·시민·사회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다양한 이주민과 한국인들이 비슷한 비율로 300여명 가까이 참가해, 서로 연대를 다지며 밝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 집회가 진행됐다.
3월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로, 196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로 69명이 희생된 것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해마다 이 날에 맞춰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행동이 열리고 있다.
한국에 이주민 유입이 시작된 지 거의 40년에 이르면서, 그 수가 꾸준히 늘었을 뿐만 아니라 출신과 유입되는 영역도 훨씬 다양해졌다. 그만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내국인과 이주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이날 집회에는 이주노동자, 원어민회화강사, 이주여성, 난민, 유학생 등 다양한 이주민들이 연단에 올랐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는 차별적 정책과 제도를 규탄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자고 호소했다. 또한 미등록 이주배경아동, 외국인보호소 구금 등 난민 포함 이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전하고 미등록 이주민 단속 중단과 합법화를 요구했다.
중국 동포는 ‘혐중’ 선동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동포는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동료이자,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라며 연대를 호소했다.
배달 라이더로 일하고 있다고 밝힌 난민은 일부 동료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를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 우리 모두의 노동에서 이익을 얻는 존재는 대기업들입니다 … 우리는 서로 싸울 게 아니라 함께 서야 합니다” 하고 호소했다.
한편, 집회장에는 최근 잇따른 산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도 차려졌다.
2월 24일부터 3월 13일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5명의 이주노동자가 가스 질식, 기계에 끼이는 등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주노동자들의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새삼 보여 줬다.
2024년 산재로 사망한 몽골인 이주노동자 강태완 씨의 어머니 엥크자르갈 님이 아직도 노동청 수사가 끝나지 않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현실을 울먹이며 말할 때는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강태완 씨는 20여 년간 미등록 이주 아동(청소년)으로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합법 신분을 취득하자마자 변을 당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을 거쳐 청와대 앞까지 행진에 나섰다.
“인종차별 중단하라,”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 자유 보장,”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하라,” “이주여성 차별 중단하라,” “난민 인정 확대하라,” “단속추방 중단하라” 등 다양한 구호를 한국어와 영어로 힘차게 외쳤고, 포근한 날씨에 거리로 나온 시민들과 관광객 등의 이목을 끌었다.
청와대 앞에 도착한 대열은 차별금지법 제정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권고 이행 등을 촉구하며 집회를 마쳤다.
김포에서 집회에 참가하러 왔다는 네팔인 노동자 서밋 씨는 월급이 적고 일이 힘들어서 사업장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며,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노 레이시즘(인종차별 반대)’을 외쳐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늘 집회는 인종차별에 맞서 힘을 모으는 것이 노동운동의 당면 과제임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