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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난민 더욱 옥죄려는 이재명 정부
재신청 제한·자의적 인정 거부 난민법 개악 추진

이재명 정부가 난민 유입을 더욱 옥죄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12월 19일 ‘법무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법무부는 “난민 불인정 결정 또는 판결을 받은 경우, 중대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반복적인 난민 인정 신청을 제한하는” 난민법 개악안을 내년 상반기 중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일인이 3회 이상 신청 시 서면 심사로 대체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도 한다. 제대로 심사도 하지 않고 신속하게 불인정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현재 난민 신청 횟수에 제한이 없어 재신청이 “국내 체류의 방편으로 남용”되고 있다고 과장한다. 그러나 법무부가 올해 2월 발표한 통계를 보면, 1994년 난민 제도 도입 이래 총 12만 2,095건의 난민 신청 가운데 재신청은 1만 1,409건으로 약 9.4퍼센트 수준이다.

정부는 난민 재신청이 엄청난 혜택이라도 되는 양 말하지만, 정부는 지금도 난민 재신청자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주고 있다. 현행 난민법에도 “중대한 사정의 변경 없이 다시 난민 인정을 신청한 경우” 심사 절차의 일부를 생략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게다가 출입국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중대한 사정 변경 없는” 재신청으로 간주되면, 체류 자격을 박탈하고 난민 심사 기간 동안 강제 추방만 하지 않는 법무부 내부 지침이 시행되고 있다. 난민 신청자는 취업을 통해서만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신분이 불안정한 탓에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데, 체류 자격이 박탈되면 취업마저 금지된다. 생계를 옥죄어 한국을 떠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난민들이 평균 4년 7개월이 걸리는 난민 심사 절차를 재신청하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연간 난민 신청 건수는 2013년 1,574건에서 지난해 18,336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전 세계 난민 수에 비하면 한국에 오는 난민은 극소수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난민은 5,120만 명에서 1억 2,170만 명으로 늘었다.

한국 정부는 2013년 난민법을 제정해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 국가”라고 자화자찬하며 국가 위상을 높이는 선전 도구로 이용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난민 인정률은 연평균 2.73퍼센트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는 1.75퍼센트로 더 낮았다.(난민인권센터)

고국에서의 고난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살고자 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조승진

또, 법무부는 난민 불인정 구실을 찾으려고 혈안이다. 이집트에서 군사 정권에 맞서 싸우다 궐석 재판에서 25년 형을 선고받아 망명한 난민에게, 사법기관에서 방어권을 적극 행사하지 않은 게 석연치 않다는 이유로 불인정한 경우도 있다.

게다가 난민법에 따른 자격 요건을 갖춘 난민심사관은 전국에 단 4명뿐이다(2022년 기준). 그러다 보니 중요한 1차 심사를 자격을 갖추지 못한 난민전담공무원들이 대부분 담당하는데, 그들도 90명뿐이다. 2022~2024년 연평균 1만 6,000여 건에 달하는 난민 신청이 제대로 심사됐을 리 만무하다.

법무부는 난민 심사가 쌓이기만 한다는 점도 재신청을 제한하는 근거로 대는데, 이는 오로지 정부가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은 탓인 것이다. 법무부는 담당 인력을 75명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이것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니 많은 난민 신청자가 법무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납득하지 못하고 재신청하는 것이다.

이제 법무부는 난민 재신청마저 더 제한하려 한다.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고 재신청조차 막히면 미등록 체류자가 돼 출국 압박을 더 크게 받는다. 그렇게 해서 난민들을 밀어내고 난민 유입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전쟁이든, 박해든, 가난이든 이유가 무엇이 됐든 고통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난민 신청과 재신청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바늘구멍 막기

한편, 법무부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난민법 개악을 이어서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국가안보나 공공질서를 해쳤거나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 난민 인정을 제한하거나, 인정한 난민 자격을 도로 박탈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모호한 조항은 정부가 난민 인정을 자의적으로 거부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법무부는 이를 뒷받침하려고 지난 “10년간 난민 신청자 등에 의한 살인·강간 등 중대 범죄 119건, 테러가담범죄 2건 발생”했다는 통계를 들먹인다. 살인·강간 외에 무엇을 중대 범죄로 치는지 알 수 없는 검증 불가능한 악의적 주장이다.

정부와 지배계급은 난민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려고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테러리스트’라는 편견을 부추기곤 한다. 하지만 외국인 범죄율이 내국인보다 낮다는 사실은 정부 자신의 통계로도 확인된다. 자칫 체류 자격을 잃을지 모르는 이주민·난민들은 오히려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고 매사에 몸을 사리는 게 현실이다.

지난 10월 경찰은 우즈베키스탄인 난민 신청자를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 하마스에 송금한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과 국정원은 그것이 “테러 자금 지원”이며, 그 난민이 난민 신청자 비자를 11차례 연장했다고 요란을 떨었다.

그러나 그 난민이 하마스에 송금했다는 근거는 이스라엘의 주장밖에 없는 데다, 한국의 테러방지법상으로도 하마스는 테러 단체가 아니다. 취약한 처지의 난민을 공격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위축시키려는 수작이다. 난민법 개악안이 통과되면 이런 일이 더욱 비일비재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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