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정치활동 금지법 위헌소송 손지원 변호사(오픈넷 자문위원) 인터뷰:
“소수자인 외국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더욱 긴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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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 사단법인 오픈넷이 외국인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2항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를 어기면 강제 퇴거까지 당할 수 있다.
이번 헌법소원 담당 변호사 중 한 명인 손지원 오픈넷 자문위원을 만나 이 조항의 문제점에 대해 들었다. 손 변호사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방어하는 활동을 해 왔다.
이번 헌법소원에 나선 이유가 궁금합니다. 청구인으로 나선 이주민들은 어떤 불이익을 받았나요?
이번 헌법소원은 기후 위기 대응 비영리단체 소속 외국인 활동가들의 제보로 시작됐어요. 예를 들면 제주 강정마을 집회와 같이 기후, 환경, 에너지 이슈와 관련한 집회 등에 자유롭게 나가고 싶은데, 출입국관리법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픈넷이 헌법 소원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12.3 내란 후 캐나다 국적의 가수 JK 김동욱이 윤석열 옹호 발언을 해서 해당 조항으로 고발되는 일도 있었고, 극우가 중국인 혐오를 부추기면서 이 조항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그런 일들을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나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을 하는 그 나라 분들이 있잖아요. 그 분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조항이라고 생각해서 나서게 됐습니다.
청구인들 외에 어떤 사례가 더 있나요?
어떤 밴드가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공연을 올리기로 했었는데, 밴드 멤버 한 명이 외국인이어서 결국 공연을 포기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 학교 담당자가 유학생들한테 이 조항을 근거로 함부로 집회 같은 데 나가지 말라고 경고한 사례도 있었고요.
1999년에 ‘서울국제노동미디어’ 행사에 참석하려던 한 독일인 교수와 미국인 노동운동가가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는데, 해당 조항 위반 우려를 근거로 불이익을 받은 사례로 보입니다.
사실 헌법소원 청구인을 더 다양하게 모집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청구인으로 나서면 자신이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더 분명히 드러나잖아요. 특히 난민이나 이주노동자들은 추방의 위험이 크니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외국인들이 자국 문제로 정치 활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 외교 정책에 문제를 끼칠 수 있다는 식으로 제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물며 외국인들이 한국의 정책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 될 때에는 더 큰 부담을 느끼겠죠. 하지만 예컨대 선거에서 어떤 후보가 대놓고 난민이나 이주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정책을 주장한다면, 그에 반대할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재판에서 예상되는 쟁점은 무엇인가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이 쟁점이 될 것입니다.
해당 조항은 금지되는 정치 활동이 뭔지 너무 포괄적입니다. ‘모든 사회 활동은 결국 정치와 연결돼 있다’고 언급한 헌법재판소 판례가 있는데, 맞는 말이죠. 제가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것도 여론을 환기시켜 헌법소원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 활동일 수 있습니다.
이런 불명확성이 과잉금지로 이어지고, 결국 모든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해외 입법 사례를 봐도, 금지되는 행위를 제한적으로 열거하는 식이에요. 정치 활동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을 둘 필요가 없습니다.
장동혁 등은 외국인 투표권을 더 제한하자고 합니다. 특히 재한 중국인이 많아서 “국민의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거나 상호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한국에서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러 의무도 이행하고 있어요. 국민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중국인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없다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 운영될 수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투표권을 주고 정치 활동도 허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잖아요. 자신의 생존권도 지켜야 하고, 자신에 대한 혐오에 대항해야 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 긴요하게 보장받아야 합니다.
외국인의 정치 활동의 자유를 한국의 노동자·시민들이 지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째로, 한국인들도 외국에 나가면 외국인입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세계적으로 통용된다면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도 어딜 가서든 타자가 되고 배척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제3자의 시선이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나 정치 상황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는 데 외신이 도움이 되는 것처럼요.
기후 위기 문제가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잖아요. 헌법소원 청구인으로 나선 외국인 기후 활동가들은 우리나라에서 그 이슈에 관심을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죠.
지정학 등 세계적인 문제도 결국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한 시대입니다. 외국인들이 그런 문제에 대한 정보와 지식, 견해를 전해 주는 것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보장돼야 합니다.
1977년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이 신설될 당시 국회 회의록을 보면,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했던 미국인 오글 목사가 거론됩니다. 그리고 이 조항이 정치적 표현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옵니다. 그 엄혹한 시절에조차 야당 의원들이 그런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죠. 당시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는 외국인들을 추방하려는 게 이 조항을 신설한 진정한 목적이었을 거예요.
영화 ‘택시운전사’가 보여 주듯이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해외에 알리려는 외국인들의 노력이 국제적인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외국인의 정치 활동을 규제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