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부상 속에서 공격받는 세계 성소수자들
〈노동자 연대〉 구독
심각한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극우가 부상하고 주류 정치가 우경화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늘고 있다.
일부 우파는 성소수자(LGBT+) 권리, 낙태권, 인종차별 같은 문제에서 ‘문화 전쟁’ 전략을 펼쳤다. 대중의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며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보수적 의제로 사람들을 결집시키기 위함이다.
강경 우익이 집권하고 있는 폴란드와 헝가리가 눈에 띄는 사례다.
폴란드 대통령 안제이 두다는 3년 전 대선에서 “LGBT는 공산주의보다 더 파괴적”이라고 말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집권당인 법과정의당은 100곳 이상을 ‘성소수자 없는 도시’로 선포했다.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커다란 반발과 저항으로 현재 약 40개 도시가 이를 철회했다.)
헝가리 대통령 오르반 빅토르는 “LGBT 이데올로기”에 맞서 헝가리 전통과 가족을 수호한다고 내세웠다. 그는 동성 커플의 자녀 입양 금지, 성별 정정 금지, 청소년 젠더 교육 금지 등 집권 내내 성소수자를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격이 비단 권위주의적 국가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대외적으로 ‘성소수자의 친구’를 내세우는 나라에서도 성소수자는 우파의 공격 초점이 됐다.
미국 성소수자 “비상사태”
대표적으로 미국이 그렇다. 공화당이 정부와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여러 주에서 성소수자 공격이 강화됐다.
미국 성소수자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은 올해 6월 “사상 최초로 미국 성소수자에게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만 41개 주에서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525개 법이 발의됐고, 70개 이상이 통과됐다. 역대 최다 수치다.
특히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공격의 대상이 됐다.
23개 주에서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참여가 금지됐고, 20개 주에서 청소년(일부 주는 성인까지도)의 성별 정정 치료가 금지됐다. 10개 주에서 학생들은 성별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 라커룸 등을 이용할 수 없다. 6개 주에서는 학교에서 젠더 교육이 금지됐다. 또, 6개 주에서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자신을 지칭하는 성별 인칭대명사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이런 공격의 결과는 재앙적일 수 있다. 당장 시급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 트랜스젠더들은 스스로 호르몬 치료를 하도록 내몰릴 것이다. 일부는 고향을 떠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HRC가 한 인터뷰에서 몬태나 주에 사는 트랜스젠더 부모 메건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쫓겨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난민이 된 것 같아요. 우리는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몬태나 주에서 괜찮은 직업을 갖고 있어요. 또, 몬태나 주에는 우리를 돌봐 주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죠.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은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어려운 일입니다. 완전히 뿌리가 뽑히는 느낌입니다.”
체계적 차별
성소수자 관련 법과 제도가 상당히 개선된 나라에서도 체계적 차별 속에 성소수자들은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보다 흔히 더 취약한 처지에 있다.
지난해 스웨덴에서 정부 기관 ‘청년과 시민사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16~25세의 성소수자 5명 중 1명이 자살을 고려했다. 보고서는 젊은 성소수자들이 괴롭힘, 위협, 모욕에 흔히 노출돼 있고, 일반 젊은이들보다 정신 건강이 더 안 좋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1987년부터 성소수자 차별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다.
국제 성소수자 단체 ILGA 유럽은 지난해 영국과 프랑스에서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크게 늘었다고 보고했다. 미국에서도 증오범죄가 늘었다. 특히 트랜스젠더가 표적이 됐다. 극우와 주류 우파 정치인들이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공격하면서 트랜스젠더 혐오를 부추긴 결과다.
나라마다 종교·문화적 특징, 위기의 수준, 지배계급의 지배 전략, 무엇보다 계급 세력 관계나 투쟁에 따라 차별의 정도와 양상이 다르지만, 성소수자 차별은 자본주의에 뿌리박힌 특징이다.
성소수자 차별에 맞선 투쟁이 효과적이려면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의 일부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