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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 발표

4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이번 조사에 성소수자들이 대규모로 참여했다(만 19세 이상 성인 2,495명, 만 16~18세 청소년 457명).

현재 국내에는 성소수자에 관한 국가 통계가 거의 없다.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성별이 같은 가구원을 배우자나 비혼동거로 응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하다. 국가 통계에 성소수자 항목을 넣으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국가 통계의 부재는 국가적 차원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없는 셈 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대규모 실태조사는 의미 있는 일이다.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처음 인식한 시기는 평균 14.5세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좀 더 이른 12.8세다. 자신의 정체성을 수용하는 시기는 평균 17.5세다. 인식과 수용 사이의 격차는 성소수자 차별 현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응답자 집단의 경우 성인 집단보다 정체성을 인식하고(평균 13.1세) 수용하는 시기(평균 14.5세)가 더 이르다. 성소수자의 존재가 더 많이 드러나고, 대중적 인식이 개선된 것이 그 시기를 앞당겼을 듯하다.

실제로 성소수자 대부분(91.9퍼센트)이 커밍아웃을 해 본 것으로 드러났다(청소년의 경우 86.2퍼센트). 커밍아웃한 대상은 주로 친구나 동료였다.

성소수자들은 더 많이 드러나고 있지만, 동시에 여전한 구조적 차별 속에서 살아간다 ⓒ이미진

그럼에도 성소수자들은 학교, 직장, 관공서, 의료기관, 일상생활 전반에서 여전히 심각한 차별과 혐오에 부딪치고 있었다.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인식·수용하게 되는 시기인 10대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는 성소수자 우호적 공간이 아니다(83.4퍼센트). 성별 이분법에 따라 짜인 학교 시설과 제도는 성소수자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관련 교육도 매우 부족할 뿐 아니라, 있더라도 내용이 부실하거나 오히려 편견을 강화하는 문제적인 경우도 있었다.

또, 청소년의 71.1퍼센트가 교사로부터, 87퍼센트가 또래 학생으로부터 편견이나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사를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고 밝힌 청소년도 절반에 가깝다(48.6퍼센트).

청소년 성소수자 5명 중 1명은 학교를 떠난 경험이 있다(17.4퍼센트). 이는 전체 청소년(2024년 학업 중단율)의 17배나 되는 수치다. 그들 중 75.9퍼센트는 은둔 경험이 있다.

성소수자 대부분은 직장에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숨기며 살아간다(90.8퍼센트). 이를 위한 가장 빈번한 행동 하나는 연인이나 배우자에 대한 대화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이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화장실 사용을 피하거나, 옷차림에 신경 쓰거나, 목소리나 태도를 조절하는 일이 두드러졌다.

직장을 다니는 성소수자의 65.4퍼센트가 직장 내에서 성소수자 정체성과 관련한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트랜스젠더인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았다(78.9퍼센트).

구직을 할 때에도 절반에 가까운 47.1퍼센트의 성소수자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이력이나 개인적 배경을 숨겼다. 직업의 폭을 스스로 제한한 경우도 30퍼센트나 됐다.

이런 현실은 정신건강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성소수자의 우울 의심 증상은 일반 인구에 비해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성인 45.8퍼센트). 자살 생각 경험률(39.1퍼센트)도 성인 일반 인구(4.6퍼센트)의 8.5배나 된다. 청소년의 경우 우울 증상 의심 비율이 성인보다 훨씬 높았다(69.0퍼센트).

성소수자들은 주류 양대 정당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퇴보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민주당이 성소수자에 비우호적이라고 답한 비율이(70.5퍼센트) 11년 전(53.4퍼센트)에 비해 크게 늘었다. 향후 5년간 정치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다른 분야에 비해 적었다(29.5 퍼센트). 학교는 개선 기대가 적은 또 다른 곳이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 일상 속 사람들의 태도, 언론·대중매체 등 사회 전반의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보다 높았다.

이번 실태조사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더 많이 드러나고 있지만, 동시에 여전히 견고한 구조적 차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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