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본 입장 해설 27:
우리는 트랜스젠더 해방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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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는 섹슈얼리티나 젠더가 이분법으로 나뉘거나 칼같이 경계를 그을 수 있는 것인 양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섹슈얼리티와 젠더는 훨씬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사람들의 성별 정체성은 항상 고정돼 있거나 단선적인 것이 아니다. 성별 정체성은 언제나 복잡다단하고 유동적이었고, 역사 속에서 변해 왔다.
서구의 한 과학 교수가 트랜스젠더 혐오 주장을 옹호하며 한 말은 성별 구분에 관한 지배적 관점을 잘 요약한다.
“성별은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성별은 인체의 모든 세포에 각인돼 있습니다. 그 성별은 염색체로도 정해져 있고, 유전자로도, 호르몬으로도 정해져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본질주의적 관점으로 생물학적 차이가 남성됨과 여성됨을 결정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위 주장들의 일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또, 위 주장은 “성”이라는 것이 사실은 매우 다양한 현상을 포괄하는 말임을 보여 준다. 예컨대 성 염색체를 바꿀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호르몬 균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러고 있다.
우리는 남성됨/여성됨이 생물학으로 환원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첫째, 해부학적 생식기로 생물학적 성별을 나눈다 하더라도 이분법은 여전히 성립하지 않는다. 남성으로 분류되는 사람들 중에도 자궁이 있는 사람이 있고, 여성이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원래 높은 사람도 많다. 또, 간성(間性)의 특징을 갖는 이들이 1500명당 1명 꼴로 있다.
둘째, 당연한 사실로 인정돼야 한다고 트랜스젠더 혐오자들이 기대하는 바와 달리 인체의 생물학적 요소는 고정불변적이지 않다. 성별 외의 사례를 한번 들어 보겠다.
가령 2024년 영국에서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을 위한 성별 정체성 클리닉을 폐쇄하는 근거로 이용된 《카스 보고서》는 남성과 여성의 키 차이에 관한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그러나 사실 키는 식단 등의 사회적 요인들이 누적돼 변화하는 생물학적 특징의 한 사례다.
남성의 것과 여성의 것으로 규정되는 성기의 생물학적 차이는 실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왜 그토록 중요해졌을까? 바로 사회적 관념으로 만들어진 성차 때문이다.
인류 초기 사회
인류학적 증거를 보면, 계급이 등장하기 이전의 사회나 초기 계급 사회에서는 생물학적 생식 기관의 차이가 반드시 성별에 따른 사회적 지위의 차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한 많은 인류 초기 사회에서는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았다. 북아메리카 선주민을 연구한 인류학자 윌 라스코에 따르면 150개 이상의 부족이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인정했다. 어떤 부족들은 성별이 서너 개나 그 이상 있다고 여겼다.
약 1만 년 전 사회가 계급으로 나뉘기 전까지는 사회가 더 평등한 방식으로 조직됐고, 여성 차별이나 성소수자 차별이 없었다.
그러나 계급 사회가 등장하고 계급 사회에서 가족이 하는 구실 때문에 생물학적 차이는 특별한 중요성을 갖게 됐다. 본지 지난호의 ‘우리의 기본 입장 해설26: 자본주의, 가족, 성소수자 해방’에서 지적하듯이 계급 사회에서 가족은 노동할 새 세대를 길러 내고 사회화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것이 엄격한 성별 개념과 섹슈얼리티 개념의 토대를 이룬다.
성별에 대한 우리의 관념, 예컨대 남성은 어떠해야 하고 여성은 어떠해야 한다는 관념은 진공 속에서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런 개념들은 계급 사회와 자본주의 사회의 사회적 관계들에 뿌리내린 여러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변화한다.
그 사회적 관계들 중에는 지배계급의 필요도 있지만 차별에 맞서는 투쟁도 있다. 아래로부터의 투쟁은 성별 규범에 도전하고 성별 개념을 확장하고 재정의해 왔다. 오늘날 성별 개념은 시스젠더 여성과 트랜스젠더 여성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우리는 “트랜스 여성도 여성이다,” “트랜스 남성도 남성이다,” “논바이너리도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시스젠더 여성을 위협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차별과 억압을 낳는 이 사회를 변화시킴으로써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를 만들 기초를 놓을 수 있다.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공격받으면 우리는 그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 동시에 해방을 쟁취하려면 체제 전체에도 도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