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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내란 청산과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힘의 균형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 준 미·중 정상회담

지난주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세계 1·2위 강대국 정상들이 베이징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정상 회담의 주도권을 쥔 자는 트럼프가 아니라 시진핑이었다. 시진핑은 트럼프 앞에서 공세적 발언을 쏟아내며 중국의 위상이 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음을 보여 줬다.

반면 베이징으로 향하는 트럼프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두 개의 주요 전쟁을 매듭짓지 못한 채 시진핑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행중이다. 트럼프는 베이징으로 떠나기 직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정말 임박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직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평소의 3배 규모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무엇보다 이란 전쟁이 트럼프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제압하지 못한 채 전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중동의 “끝없는 전쟁”에서 탈출하겠다던 트럼프의 공약은 무색해졌다. 이란 전쟁은 미국 패권의 쇠락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발목 잡혀 있는 것이 중국에는 좋은 기회다. 지난달 초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이 트럼프를 보며 미소 짓는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적이 실수할 때는 절대 방해하지 마라”는 격언과 함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동 분쟁에 계속 힘을 기울이면 중국이 이를 틈타 동아시아 지역 질서 재편을 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에서 이란 전쟁은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시진핑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이란 전쟁 종전을 위한 중재나 이란 핵 문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등에 대해 트럼프에게 구체적인 약속을 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과 이란의 관계는 이란 전쟁 전보다 더 밀접해지는 양상이다.

시진핑은 대만 문제를 비롯한 미·중 현안에 대한 입장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그는 미·중 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려면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이 신흥 강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시진핑은 미국과 중국이 공존하려면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그 핵심 이익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만 문제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자신에게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할 것인가”라고 물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시진핑은 대만에 걸린 중국의 이해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충돌할 수 있다고 트럼프에게 대담하게 경고한 셈이다.

트럼프는 그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금 당장 우리가 가장 원치 않는 일은 9500마일 떨어진 곳[대만]에서의 전쟁”이라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에서 중국과의 직접적인 갈등 표출을 피한 것이다.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대중 협상 카드로 활용할 의사도 내비쳤다.

트럼프의 이러한 소극적 반응은 미국의 난처한 처지를 반영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란 전쟁 장기화, 그에 따른 고유가,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트럼프의 외교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세계 양대 강국 간의 관계 변화를 보여 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미국 패권의 쇠락 속도는 빨라졌고, 이를 감지한 중국 지배자들은 전보다 더 과감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참관한 미국의 한 전문가는 〈워싱턴 포스트〉에 이렇게 말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미·중] 관계를 괴롭히는 모순은 표면 아래에서 끓어오르고 있으며 언제든 다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공공연히 언급됐다는 점은 그만큼 미·중 갈등의 골이 깊고, 동아시아가 매우 위험한 화약고임을 시사한다.

미국 지배자들은 중국에 밀려 패권이 무너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선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면 서태평양 전체는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서 미국의 패권은 결정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일 뿐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계속 놓여 있을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도 심각한 문제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5월 12일, 주한미군 장성들은 한 심포지엄에서 주한미군이 제1도련선 안쪽의 핵심 전력이며,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군수 허브가 될 것임을 다시 강조했다. 대만 유사시 한국이 연루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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