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잠시 숨만 고르는 합의, 패권 경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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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편에 서 봤자 노동자에게 득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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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부산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만났다.
트럼프 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을 벌여 왔기에 이번 회담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은 갈등이 더 커지지 않게 일단 타협했다. 미국은 펜타닐 유입을 문제 삼아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를 약간 낮추고, 중국은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재개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중국의 제조업과 무역 성장을 견제하려고 했다.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군사적·기술적 우위에 도전하는 것을 꺾고자 한 것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에 중국도 맞대응해, 한때 양국 모두 상대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100퍼센트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후 양국은 초고율 관세 부과를 잠시 유예하며 협상을 거듭해 왔다.
이 외에도 트럼프 정부는 엔비디아 반도체 칩 수출을 통제하고 중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했다. 또한 미국산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까지 제한하는 조처를 하려고 했다.
트럼프의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인 피터 나바로 같은 자는 관세 전쟁으로 미국과 중국 경제가 디커플링되고 미국의 경쟁력이 회복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물론 관세 전쟁은 부동산 침체, 부채 문제 등 이미 곪은 데가 많은 중국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재였다.
하지만 중국도 트럼프를 괴롭힐 맞대응 수단이 있었다. 중국은 보복 조처로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그리고 시진핑 정부는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희토류는 반도체·전기차·스마트폰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이고 당연히 첨단 무기 생산에도 필요한데, 미국 등 전 세계가 중국의 희토류 공급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본격화되면 미국 기업들뿐 아니라 미국 군대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으로 트럼프와 시진핑은 한 발짝씩 물러서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일단 미·중 통상 갈등의 주요 쟁점이 다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 가령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해서 분명한 합의가 안 된 듯하다. 그동안 유예된 초고율 관세 부과에 대해서도 명확한 언급이 없다. 또한 지정학적으로 가장 첨예한 문제인 대만 문제는 이번 회담 의제에서 아예 빠졌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벌여 온 핵심 문제들이 여전히 다 살아 있기에, 양국의 제국주의적 갈등이 머지않아 다시 격화될 공산이 크다.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는 말레이시아와 일본을 잇달아 방문하며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세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중국 견제에 필요한 포석을 깔아 놓았다.
먼저 트럼프는 태국·말레이시아·캄보디아 정상들과 상호 무역 협정에 서명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에 협력하는 대가로 관세 문제에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 중 말레이시아에는 1,600만 톤 이상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고, 중국도 이 희토류에 눈독을 들이며 말레이시아에 접근하는 중이었다.
또한 동남아시아 지역은 역내 재해권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도전에 맞서 미국의 군사력도 전진 배치되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일본에서 일본 총리와 함께 요코스카 해군 기지를 방문하며 미·일 밀착을 과시했다. 또한 중국·북한을 견제할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동의해 줬다.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중국 견제 노력에 협력을 약속한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 직전에 트럼프는 33년 만에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핵무기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미국의 핵무기 전력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트럼프가 귀국하면 트럼프 정부는 의회에 베네수엘라 지상 작전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벌이는 대대적인 군사적 위협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축출하려는 시도의 일환이기도 하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6년 만에 만나 환하게 미소 짓고 악수했지만, 외교 대화로는 양국 지배자들의 상호 불신과 적대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양국의 갈등이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커다란 균열과 위험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