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중도보수 확장'의 역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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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2주가 지나고 있지만, 후폭풍이 잦아들기는커녕 더 커지고 있다.
역설이지만, 지금 더 큰 폭풍에 시달리는 쪽은 더 우세한 선거 결과를 얻은 정부·여당이다. 서울시장을 국민의힘(국힘)에 내주는 등 “승리라고 할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한 데 이어, 국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선거관리위원회의 총체적 관리 부실에 대한 불만과 비판 여론도 역설이게도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선관위는 행정부와 형식적으로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국힘 장동혁 등 극우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전혀 합리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정선거의 근거라며 장동혁이 들이댄 ‘동수 득표’는 지난 세 차례 지방선거 중 가장 적게 나왔다(〈오마이뉴스〉).
그럼에도 선거가 국가 행정 업무의 일부이고, 일상적으로 국가와 구분되기보다 행정부의 소관처럼 보여(실제로 지방직 공무원이 선거 업무에 투입됨) 정부에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의 수가 만만찮은 듯하다.
극우는 이런 비합리적인 인식을 이용해 주로 이재명 정부를 타깃으로 한 ‘부정선거 재선거’ 요구로 지지자들을 결속시키고 외연을 넓히려 한다.
이재명 정부 1년 평가
이재명 정부 1년 기조를 한 단어로 압축하면 “정상화”였다. 윤석열의 친위 군사 쿠데타로 안정성이 크게 흔들린 정치 질서(국가 운영)를 다시 안정 궤도에 올려 놓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 방법으로 제시한 ‘실용주의’는 사실상 기성 질서에 순응하는 것을 뜻했다.
이재명식 실용주의는 “원칙이 없는 정치라기보다 원칙을 ‘국익’, ‘성장’, ‘안정’, ‘통합’으로 이미 정해 놓고 그 목표 안에서 수단만 유연하게 바꾸는 정치”이며, 그 정부는 “민주주의를 민중의 자발적 활동으로 보기보다 정상적인 국가 운영 회복의 문제로 인식한다”(최일붕, 〈노동자 연대〉 586호).
6·3 지방선거는 그 기획의 첫 중간 평가였다. 그리고 결과는 정상화가 공식 정치 영역에서조차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 줬다.
군사 쿠데타가 미수에 그치고 윤석열 탄핵과 구속, 대선을 거치며 정치적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내란 청산’은 대중적 원성이 자자한 극소수 쿠데타 주범들을 처벌하는 선에서 멈췄다. 게다가 대법원장 조희대 등 사법부 실권자들이 ‘삼권분립’을 내세워 쿠데타 숙정에 강력히 제동을 걸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 안정화를 우선시해 국가기구 곳곳에 포진한 쿠데타 동조자와 지지자들을 발본색원하거나 숙정하는 일을 피했다. 가담자들은 군사 쿠데타라는 전체 맥락에서 분리된 채 개인 수준에서의 불법 유무만 따져 징계하는 데 그쳤다.
‘중도보수 확장’을 내세워 이혜훈 등 쿠데타를 공공연히 옹호한 자들을 내각에 임명하려 했고, 그 정도는 아니어도 사실상 쿠데타를 방조한 우파 인사들을 정부 부처 곳곳에 임명하거나 내버려 뒀다. 민주주의 자체를 언제든 내팽개칠 수 있는 자들이 국가기구 곳곳에 남았다.
더구나 쿠데타 주범들과 극우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다. 국힘은 극우화했고 그 지도부는 건재하다. 그들과 거리를 두는 척하는 자들은 그들과 함께 선거를 치렀고 살아남았다.
중도보수로의 확장이 극우를 고립시켜 결국 소멸하게 만들 것이라는 전략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중도보수 확장은 극우를 고립시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여당 지도부에게 돌리며 중도보수로의 확장 노선을 더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히려 패인을 확장의 부족에서 찾는다. 네이버 CEO 출신 기술관료 한성숙을 국무총리로 임명한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명픽’ 행정관료 정원오, ‘뉴이재명’ 김용남, 기술관료 하정우, ‘진정한 보수’ 김부겸 등의 패인도 정청래 지도부의 ‘강경’ 기조 탓으로 돌리는 듯하다. 사실 정청래 지도부는 내란 청산과 사회 개혁에 대해서는 강경 기조로 선거를 치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번에 당선된 김남국은 심지어 선거 패인의 하나로 ‘내란 청산’ 구호를 꼽았다. 김남국은 코인 투기와 이해충돌, 인사청탁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측근인 덕분에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자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지난 1년 — 중도보수 확장 노선, 내란 청산 부실, 사회 개혁 실종에 대한 진보적 지지자층의 불신 — 이 선거 패인이라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정청래의 배후에 있는 친문 진영은 강성 민주당 지지자 결집을 얘기한다. 검찰 개혁의 쟁점인 “보완 수사권 전면 폐지”를 다시 꺼내어 날을 세우는 것이 그 신호다. 그런데 그것이 어딜 봐서 진정한 개혁인가.
8월 1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는 차기 총선 공천권이 걸린 지도부 선거다. 그런 만큼 여당 내 갈등과 대립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처지에서 보면 친명이든 친청이든 이 다툼은 진보성 경쟁이 아니다. ‘중도 확장’이든 ‘강성 결집’이든 우파 제압에는 효과가 없다.
극우는 검찰 ‘개혁’ 저지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개혁의 부작용이 드러나면 역공하려고 기회를 노리는 듯하다.
극우는 선관위의 어처구니없는 직무유기를 빌미로 재선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거 내내 사퇴 요구에 시달렸던 장동혁은 이 분위기에 편승해 숨통을 틔우고, ‘원조 친윤’ 정점식을 새 원내대표로 맞이하며 한숨을 돌렸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을 앞서는 등 불리한 처지가 아니다.
기류가 바뀌자 선거법 때문에 재선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던 나경원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올림픽공원의 ‘재선거’ 시위에 가세했다. 국힘 지도부는 15일 재선거 소청을 결정했다.
한때 서울시장 자리만 지켜도 선방이라고 여기던 국힘은 선거 관리 전체를 문제삼으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명분 삼았던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마저 옹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다급한 이재명 정부는 올림픽공원 농성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극우는 헌법 등 법률로 없애지 못한다. 여러 역사적 사례가 입증하고, 이론적 분석도 마찬가지 결론에 이른다. 극우는 대중(특히 노동계급 대중)의 힘, 실력으로만 찌그러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