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행적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 본다
〈노동자 연대〉 구독
윤석열의 친위 군사 쿠데타 미수와 탄핵 위기 속에서, 2025년 6월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지난 1년간 양호한 지표를 바탕으로 ‘민생’ 개선과 “진짜 성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정부의 국정 행보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는 한 단어로 ‘정상화’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단순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회복으로만 좁게 인식한 탓에, 실제로는 기성 질서에 순응하는 한계를 보였다. 그 결과 공식 정치 영역에서조차 ‘정상화’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6·3 지방선거는 이러한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첫 중간평가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확보하며 형식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나, ‘이기고도 진 선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에게 패해 사상 첫 5선 시장 탄생을 허용했고,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 중 민주당은 4석을 잃었다. 부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동훈이 당선되며 우파 진영의 차기 주자로 부활했다. 정부가 공들인 ‘중도 보수(이하 우파) 외연 확장’이 결과적으로는 고사 위기에 몰렸던 국힘을 회생시킨 꼴이 됐다.
국정 지지율도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6월 9~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57퍼센트를 기록해,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60퍼센트 선이 무너졌다. 반면 지방선거 결과 공표 직후 국힘 지지율은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인 29퍼센트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운영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확산되면서, 이후 국힘 지지율은 민주당과 박빙을 이룰 정도로 급등했다.
이재명 정부의 정당성은 내란 청산에 근거를 둔다. 조은석 특검은 윤석열과 김용현 등 24명을 기소하며, 이들이 2024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모의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미 있는 진전이었으나 한계도 명확했다. 군과 검찰, 사법부, 대기업, 극우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카르텔을 뿌리 뽑지 못한 채, 대중적 공분을 산 극소수 주범을 처벌하는 선에 머물렀다. 조희대 사법부는 ‘삼권분립’을 명분으로 내란 청산에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국가기구 곳곳에 포진한 쿠데타 동조자들은 발본색원되기는커녕, 개인적 불법 여부만 따지는 방식으로 면죄부를 받았다.
군사 쿠데타 세력에 대한 이러한 미온적 정화는 이재명의 ‘중도 우파 확장’ 노선과 무관하지 않은데, 이 노선은 극우를 고립시키기는커녕 패배 위기에 몰린 국힘을 되살렸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패인을 ‘확장 부족’에서 찾으며 테크노크라트이자 네이버 대표 출신 수백억대 자산가 한성숙을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민정수석에는 검찰 출신이자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임명했다.
국힘 장동혁은 재선거론을 주도하며 숨통을 틔웠고, 원조 친윤 정점식을 새 원내대표로 맞이하며 한숨을 돌렸다. 국힘 지도부는 재선거 소청까지 결정했다. 물론 재선거는 국힘 당론이 아닐뿐더러 오세훈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극우 세력은 이를 세력 결집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선관위 부실과 극우의 준동
6월 3일 지방선거는 전국 140곳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가 발송됐고 26곳에서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혼란을 초래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의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남는 용지를 줄이겠다며 인쇄 하한선을 낮춘 행정편의주의가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불렀다. 대학가에서는 시국선언이 발표됐고, 올림픽공원 연좌 집회가 이어지는 등 반발이 거세다.
물론 이번 사태는 ‘부정선거’가 아니라 ‘부실선거’이다. 둘을 가르는 핵심 기준은 고의성과 조직적 공모 여부이다.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며, 여당에 유리하도록 결과를 조작할 동기도 확인되지 않았다. 중복 투표나 용지 바꿔치기 같은 부정행위도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업무상 과실에 따른 투표권 침해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와 국가배상 청구 등 책임 추궁은 가능하나, 이를 조직적 선거 조작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 체제의 신뢰도 저하와 대중의 불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부실과 부정은 큰 차이가 없다. 이에 극우 세력은 음모론을 내세워 부실 문제를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바꿔치기한다. 잠실 올림픽공원 연좌 농성은 그 운동의 초점이 됐다. 집회는 겉으로 참가자들의 자발성에 기대는 듯하나, 실제로는 극우 유튜버와 조직들이 구호와 행동을 통제한다. 이들은 ‘재선거’ 요구를 앞세워 아직 조직되지 않은 청년층과 시민을 극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음모론은 선관위 비판에서 출발해 이재명 정부와 언론, ‘간첩’ 담론으로까지 확장된다. 여기에 혐중 정서와 좌파 적대, 이민자 혐오가 결합된다. 교복 입은 청소년부터 대학생, 교회 조직까지 가세해 극우 네트워크가 사회 전반으로 소리 소문 없이 스며들고 있다. 극우는 자신을 극단주의자가 아닌 ‘권리를 빼앗긴 시민’으로 포장해 대중성을 확보하려 한다. 그들의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거 불복은 미국의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운동을 연상케 한다. 혐중·반이민·반좌파의 결합도 독일 대안당(AfD)이나 페기다(PEGIDA) 등 유럽식 극우 정당의 의제 설정과 닮았다.
2019년 조국 사태가 ‘공정’ 담론을 통해 극우 성장의 발판이 됐듯, 이번 사태도 선거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는 특정 정부의 책임에 그치지 않고 정치 체제 전반에 대한 불신과 지배 질서의 위기가 맞물린 결과다. 사회적 혼란이 깊어질수록 극우 세력의 입지는 더욱 넓어진다.
정부가 불법 행위에 강경 대응을 천명했으나 극우 세력은 공권력만으로 근절되지 않는다. 극우의 실체와 음모론을 폭로하는 한편 일터와 대학, 거리 등 삶의 현장에서 아래로부터 반극우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대학가에서는 훌륭하게도 우리 학생 회원들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이용한 극우의 세력 결집 시도에 맞서 행동하고 있다.
노동계급 처지에서 바라본 이재명 정부
지난 6월 9~11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0~50대에서 70퍼센트 안팎으로 높았으나 20대에서는 41퍼센트로 가장 낮았다. 이어 진행한 6월 15~19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청년층 이탈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청년층 이탈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대응 과정에서 야권에 주도권을 빼앗긴 탓도 있으나, 서울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 심화에 따른 주거 불안이 결정적 원인이라고 한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문제의 해법을 공급 확대, 대출 규제, 주식시장 활성화에서 찾았다. ‘함께 잘 사는 사회’라는 구호도 주식시장을 부양해 그 결실을 나누겠다는 발상에 그친다. 자산이 부족한 평범한 청년들에게 주식시장 활황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자극해 아무런 호재가 없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안긴다. 눈에 보이고 상상할 수 있으며 욕망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특히 노동계급 청년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26년 최저임금은 1만 320원으로, 인상률은 2.9퍼센트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첫해 인상률은 16.4퍼센트였고, ‘노동 적대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윤석열 정부 첫해조차 5.0퍼센트였다. ‘노동과 함께하는 공정 성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정부의 첫 인상률이 직전 우파 정부보다도 낮은 수준인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사건은 삼성전자 파업 미수 사태이다. 이재명은 “모든 조정의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다”라며 조정자를 자처했다. 하지만 동시에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두고 “이해되지 않는다”,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깎아내렸다. 이어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국무총리 김민석은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로 노조를 압박했다. 정부가 5월 17일 긴급조정권 검토를 발표하자 협상은 막판 합의로 내몰렸다. 앞서 이재명이 “노동부 장관은 노동자 편, 산업부 장관은 기업 편을 들어 내각 안에서 싸우라”라고 지시한 것도 사실 계급 갈등을 정부가 흡수해 노동자의 직접 행동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응도 모순적이다.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노동조합법(노조법) 제2·3조 개정은 분명한 성과이다. 그러나 정부는 시행령에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을 끼워 넣었다. 사용자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법을 제정하고도, 정작 시행 단계에서는 사용자를 배려하는 장치를 슬그머니 추가한 셈이다.
군비, 가장 망설임 없는 지점
계급 문제에서 보이던 좌고우면이 완전히 사라진 영역은 군비 분야다. 2026년 국방예산은 66조 원으로 8.2퍼센트 늘어나 2019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정부는 5월 26일 진해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첫 핵추진잠수함 사업을 ‘장보고 N사업’으로 공식화했다. 이재명은 이를 자주국방의 상징으로 규정했다. 최근 3주 사이 핵잠수함과 원자력 협력을 다루는 한미 후속 협의가 서울에서 시작됐다. ‘자주국방’이라는 포장지를 벗기면, 이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지배계급의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기획에 불과하다. 군비에 투입하는 막대한 재정은 공공의료와 돌봄, 주거 예산을 잠식하고 노동자에게는 세금 부담과 전쟁 위험으로 돌아온다.
이재명 정부의 앞날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 방어선이 무너졌다. 취임 1년 만에 지지율 60퍼센트 선이 붕괴한 반면, 국힘 지지율은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로 반등했다. 고물가와 생활비 위기 등 민생고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지율 하락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며칠 뒤 7월 세제 개편안 발표가 예정돼 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은 완화 폭이 좁으면 정책 효과가 없고, 넓으면 세수 결손과 실수요자 반발이라는 역풍을 맞는다.
현대차 노동쟁의도 큰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에는 단순 임금과 성과급 문제뿐 아니라 AI 및 자동화 문제도 맞물려 있다. 현대차 노동쟁의는 한국 제조업 노동운동의 상징이다. 임금, 성과급, 정년, 노동시간 문제 등 다른 대기업 노조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교섭은 늘 ‘하투(夏鬪)’의 기준점이 된다. 다만 삼성전자 파업 위기처럼 전국적인 정치 위기 수준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 과거 패턴을 보면 현대차 노사는 강경 대치와 부분 파업을 거쳐 막판 타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10월 2일 시행 예정인 검찰개혁은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하는 안으로,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데다 인력 공백과 현장 혼선 우려가 크다. 초기 혼란이 발생하면 지지율 하락으로 직결된다. 이재명이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 인사를 기용한 행보는 소위 ‘검찰 개혁’의 본질이 검찰의 ‘관리와 활용’에 있음을 보여 준다.(그의 군대나 경찰 같은 다른 강압 기관에 대한 ‘개혁’도 마찬가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고용 유연성 및 정년 연장 논의도 노동계에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한계는 이재명 정부의 개혁이 ‘자본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직전 우파 정부보다 낮게 억제하고 노동자 파업을 ‘선 넘기’로 규정했다. 부동산 문제를 자산시장 활성화로 해결하려 한 점과 군비를 증강한 지난 1년의 행보는 이러한 한계를 명확히 보여 준다.
이재명의 개혁이 허구라는 주장은 아니다. 노란봉투법 도입, 임금 체불 대책 마련, 법인세 복원 등은 윤석열 정부와 비교해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은 부분적이고 계급적으로 제한적이다.
진정한 개혁 조치는 지지하되 한계와 모순, 기만은 들춰 내야 한다.
극우 세력의 반동에 직면해 정부의 국정 정상화 전략과는 달리 독자적인 반극우 맞불 동원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까닭은 그 줄이 자본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줄을 끊어낼 주체는 노동자다. 반정부·반극우·반자본 정치 선동과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