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불신과 정치 환멸 틈탄 극우의 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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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체제 방어가 아니라 대중 운동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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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가 선관위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이용해 재기하고 있다.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가 진행 중인 탓이다.
보수 언론이 국민의힘(국힘) 대표 장동혁 사퇴 압박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장동혁은 사퇴는커녕 도리어 반대파 제거를 시도하고 있다.
사실 차기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도 극우 성향이다. 김기현·나경원은 윤석열의 계엄에 찬성하고 탄핵에 반대했다. 국힘의 중심이 중도 우파가 아니라 극우임을 보여 준다.
올림픽공원 시위도 4주째 이어지며 극우의 투쟁 거점이 됐다. 또 다른 극우 청년 단체인 ‘BOSS’는 서울 홍대 일대에서 ‘재선거’ 집회와 행진을 벌인다.
극우는 선관위 사태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틈타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킨다. “선관위 사태는 진영을 떠나서 함께 분노해야 되는 일이다.”
극우는 선관위의 무능·무책임을 부정선거론의 유기적 고리로 엮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모양새다. 선관위의 부실·부패 사례가 한두 가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실선거와 부정선거를 구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시스템 불신
또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실패를 목격한 대중 속에서 ‘다른 국가기관은 문제 없어?’ 하는 불신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선거의 공정성과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
그리되면 선출된 정부의 공권력 행사에도 순응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실제로 올림픽공원 시위대는 경찰을 ‘중국 공안’이나 ‘가짜 경찰’로 몰아 조롱하며 사적인 검문·검색까지 벌인다. 경찰은 극우의 이런 무도한 행위를 자주 수수방관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극우가 과감하게 행동하도록 부추기는 핵심 수단이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투표·개표·기입 과정의 오류 배후에는 중국·북한·민주당·언론·선관위 등으로 연결된 ‘거악’(윤석열이 “종북 반국가 세력”이라고 부른)이 있다 → 이들이 국가기관을 점령해 선거를 조작하고 있다 → 따라서 실력 행사를 통해 ‘거악’을 처단해야 나라를 구할 수 있다.
부정선거론은 선거 불복을 주장하는 것이다. 극우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전복 시도를 합리화하고자 부정선거론을 동원한다.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라는 구호는 이제 극우의 주요 슬로건이 됐다.
극우는 중앙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여야 공동 국정조사특위, 검경 합동수사본부, 이재명의 선관위 개혁을 위한 개헌 제안 등 국가기관의 해결책을 ‘믿을 수 없다’며 반대한다. 극우는 “체제 전쟁”을 하고 있다.
극우의 핵심부는 선관위라는 특정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과 개혁 요구에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새 국가를 수립하고자 한다.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 가능성을 기각하지는 않으나, 이는 더 큰 전략적 목표에 종속되는 전술일 뿐이다.
현재 올림픽공원 집회는 이러한 극우 선동의 장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민주노총 등이 중국공산당 및 북한과 연결돼 있다는 음모론이 끊임없이 유포된다. 일부 참가자에게는 이곳이 극우로 진입하는 관문이 됐다.
올림픽공원 시위는 ‘부정선거, 재선거’라는 즉각적인 요구를 넘어 극우의 공통 정체성을 형성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게다가 여권의 당권 투쟁은 극우에게 절호의 기회다. 여권은 검찰개혁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들에게는 선명성 경쟁과 차기 당권 장악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는 그들만의 싸움일 뿐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극우는 절대 안 된다’라던 사람들의 일부가 이제는 ‘그놈이 그놈이네’라며 여권에 환멸을 느끼고 냉소한다.
아직은 대중 정서가 고르지 않고 불균등해서 전반적인 환멸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대중 운동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에 대한 환멸이 깊어지면 ‘극우면 어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역학이 극우가 반사이익을 얻는 토양이 된다.
좌파
따라서 좌파는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대중을 안심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대학 총학생회들의 시국선언문에서 부정선거나 재선거가 언급되지 않은 점을 들어, 극우가 청년들의 공론장에 진입하기 어려움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한겨레TV 6월 26일 자, ‘올공 시위 궁금증 해부!! 청년층에 퍼지는 극우 음모론?!)
손 의원이 거론한 이 시국선언문은 실제로 부정선거나 재선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부정선거론을 설파하는 극우에 대한 반대 입장도 명기하지 않은 채, 선관위 개혁만을 촉구한 중도적 입장이었다. 캠퍼스 극우는 이 시국선언문의 불철저함과 허점을 파고들어 공작하기도 했다.
분명 청년 전체가 극우화하고 있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큰 오류다. 그러나 선관위 규탄 시위에 대거 참가한 20~30대 중 상당수가 보수·우파 정체성을 지녔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이들 대부분은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반면 진보 성향 청년들은 극우 참가자들의 위협 행위 탓에 올림픽공원 집회 참가를 꺼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청년층 사이에서 부정선거론과 혐중 시위에 공감하는 응답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청년들의 사회적·정치적 태도는 확정적이라기보다 유동적이라는 점이 더 두드러진다.
극우가 기존 시스템의 위기를 이용해 세력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좌파가 오히려 시스템 방어(개헌 요구 등)에 급급한 것은 자승자박이 될 뿐이다. 좌파는 극우 재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동시에 대중의 구체적인 불만과 요구에 기반한 대중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현재 노동조합은 극우 대응에서 커다란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노총은 극우 재기에 맞서 조합원 행동을 조직하기는커녕 공식 입장조차 내놓지 않았다. 선관위 사태 이후 발표한 성명은 초기에 선관위 규탄 단 한 차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극우에 대한 경고·규탄은 한 마디도 없었다.
그러나 선관위 사태로 정치적 격랑이 이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원들 다수가 비정치적일 수는 없다. 좌파는 노동조합 기구들의 비(非)정치성에 결코 적응해서는 안 된다. 극우의 위험성을 알리고 설득하며 극우 반대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