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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극우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최일붕 글 모음 긴 글

극우는 어떻게 대중의 지지를 얻는가?

지금 올림픽공원은 극우 운동의 재기를 보여 주는 듯하다. 극우는 2주 넘게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흔히 ‘부정선거’론 같은 극우 이데올로기는 생각할 거리도 못 되는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일부 좌파 정당조차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 초반에 그 시위대를 주로 참정권 침해에 분노한 ‘자발적’ 시민으로 보고 감사 인사를 표한 것도 근저에는 이러한 경시가 깔려 있었던 듯하다. “부정선거, 재선거” 같은 극우의 구호가 대중의 참가와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 극우의 위장술도 한몫했다. 올림픽공원 시위에서 일부 극우는 극우 이미지가 자신들의 메시지와 전술을 망칠까 우려해 부정선거 음모론과 거리를 두는 척했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책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들은 모두 ‘윤 어게인’을 지지한다.

극우의 주장은 합리주의적으로 보면, 앞뒤가 맞지 않고 괴상하며 하찮다. 하지만 그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2주 넘게 뜨거운 정치 쟁점이 돼 있다. 이러한 파급력을 고려하면 극우 운동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현재 극우의 영향력 확산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극우 이데올로기 자체의 힘이다. 둘째, 극우 이데올로기를 보존하고 전파하는 네트워크와 제도가 있다. 셋째, 특정한 상황과 맞물리면, 아웃사이더의 모호한 이데올로기를 대중이 수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

극우 이데올로기는 단순하고 명쾌한 서사와 심리적 위안을 제공한다. 부정선거론은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 선거 패배를 단번에 납득할 수 있는 ‘사기극’으로 뒤바꿔 준다. 또한 빈부격차, 청년 실업, 부동산 정책 실패 같은 ‘진보의 실패’를 “친중·종북·반국가 외부 세력의 조작”이라며 극도로 단순화한다.(음모론에 대해서는 최일붕의 ‘[긴 글]음모론: 정당성 위기, 극우 선동,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을 보시오.)

이를 통해 대중에게 ‘당신이 힘든 것은 무능해서가 아니라, 기득권이나 좌파 정권에게 속고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지지자들에게 분노할 이유를 제공하고, ‘진실을 깨달은 선구자’라는 도덕적 우월감을 심어 준다.(이러한 현실은 본지에 실린 ‘현장 르포: 극우의 인큐베이터, 잠실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을 가다’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네트워크

제도와 네트워크는 극우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수단이다. 극우 개신교, 정당(국민의힘, 자유통일당, 자유혁신당, 우리공화당 등), 미디어, 유튜브, 뉴라이트 학자 등이 그런 구실을 한다. 이들은 반공·반북주의와 친미 노선, ‘뉴라이트’ 식 역사 수정주의, 성소수자 혐오 등 개신교 근본주의 기반의 문화 보수주의, 음모론과 제도권 불신, 안티페미니즘과 젠더 갈등을 선동한다. 이런 네트워크는 만만찮은 세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일부 재벌 총수도 극우 네트워크의 일원이다.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은 미국의 극우 네트워크인 ‘록브리지 네트워크 코리아’의 이사진이자 국내 극우 컨퍼런스인 ‘빌드업코리아’를 수년간 후원해 왔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사태를 놓고 정용진을 감싸고 돌았다.

이 네트워크가 개인들을 결속시키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실존적 공포와 강력한 피해의식이다. 올림픽공원 시위 참가자들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모였다. 단순한 이익 집단이 아닌 신념 공동체로 기능하기 때문에 극우는 결코 쉽게 와해되지 않는다. 자유주의자와 일부 좌파 정당이 올림픽공원 시위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추수한 것은 극우의 급진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과소평가한 결과다.

네트워크와 개인들을 결속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윤석열이다. 이것은 극우의 비전과 관련돼 있다. 극우의 비전은 국민의힘과 핵심 국가기관들을 장악해 자신들의 이념적·정치적 의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대통령직이다. 원래 윤석열은 우파 대통령 박근혜를 구속하고 보수 진영을 궤멸시켰던 ‘적폐청산의 칼잡이’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입당 후 대통령이 돼 추진한 미국 제국주의 친화 정책과 친기업 정책, 특히 군사 쿠데타 기도로 극우 내 위상이 크게 격상됐다. 윤석열은 극우가 자신들의 이념을 현실 정치에서 구현하려 한 최고의 상징 자산으로 자리잡았다. 극우는 아직까지 윤석열을 대체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는 극우가 선관위의 부실 관리를 이용해 자신을 민주주의자로 포장하고 있다 ⓒ이미진

사회적·정치적 조건

무엇보다, 지금은 극우 정치가 널리 확산될 수 있는 사회적·정치적 조건이 무르익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기존 이데올로기가 불만이 급등하고 있는 대중의 삶과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그 덕분에 과거에는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극우 이데올로기가 상당한 영향력을 얻기 시작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이전에 글로벌 자본주의에 안정성을 부여하던 주류 세력과 정치 시스템이 시나브로 흔들려 왔다. 전통적인 정치·경제 엘리트들이 대중의 생활수준 저하와 불평등 심화를 방치하는 무능함을 드러낸 탓이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는 정당성 위기를 겪고 있으며, 권위주의 정치가 부상했다. 영국은 지난 10년간 총리가 여섯 번 사임했고,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이 제1당으로 부상하는 등 주류 정치의 혼란이 심각하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공화당을 극우 ‘마가’ 정당으로 재편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년 반 전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기도가 있었고, 극우 세력이 주류 정치 안팎에서 세를 얻고 있다.

극우는 시스템 전반의 불안정성이 증대하는 상황을 틈타 활동한다. 실업자가 늘고, 고용돼 있다 하더라도 상당수는 질 낮은 일자리에 좌절하거나 채무로 인한 금전적 불안정에 시달린다. 상황이 악화됐을 때 자기 외에는 누구도 의지할 수 없다는 고립감이 엄습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가 ‘1만피’를 향한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상승장의 파이는 상위에 집중되고 있다. 그래서 “코스피가 오른다는 뉴스는 매일 나오는데 내 계좌는 그대로”라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다.

극우는 이러한 상황에서 생겨난 불만을 파고들며 정치적 탄력을 얻고 있다. 때마침 투표용지 부실 사태가 벌어지자, 극우는 교활하게도 ‘민주주의자’ 행세를 하며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약속과 현실 사이의 거대한 간극에서 비롯된 소외와 환멸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헌법은 평등권과 교육·취업의 기회 균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특히 청년들)이 겪는 일상적 경험은 이 권리가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있음을 매일 확인해 준다. 유려한 민주주의의 이상과 터무니없는 비민주적 현실 사이의 거대한 간극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상처, 무력감, 열등감, 자괴감, 부적격성, 시기심 등의 감정을 내면 깊숙이 안고 살아간다.

극우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과 자신들의 삶이 망가진 것에 깊은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열변을 토한다. ‘선관위, 이재명 정부, 기성 언론, 빨갱이, 중국과 북한 간첩이 한통속이 돼 우리 삶을 망가뜨린다!’

그 효과는 단지 선거 행위를 냉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켜 윤석열의 계엄 합리화를 선동한다. 올림픽공원 집회장에는 “윤석열이 옳았다 간첩 OUT” 같은 구호가 적힌 종이가 곳곳에 붙어 있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는 극우가 선관위의 부실 관리를 빌미로 자신을 민주주의자로 포장하는 역겨운 상황이다.

인큐베이터

일상화된 불안정은 광범한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사회 심리학적 상황은 터무니없는 극우 이데올로기마저 번창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된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극우 이데올로기에 100퍼센트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일부만 수용해도 이미 오른쪽으로 나아가는 첫발이 될 수 있다.

극우는 동조자를 적극적 지지자로, 적극적 지지자를 간부로 만드는 기술을 터득하는 중이다. ‘자유대학’의 심재홍의 유튜브 방송은 이 과정의 역학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선거 재선거 해야 된다. 이거 선거 잘못됐다.’ 이거부터 같이 한 팀이라는 것부터 합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계엄 덕분에 우파가 돼서, 윤 대통령 계엄 덕분에 윤 대통령 탄핵 막으려고 나왔다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의 케이스처럼 요번 선거 용지 부족 사태 분노해서 나왔다가 윤 대통령의 계엄을 이해하고, 나아가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해하고, 더 나아가면 전두환·박정희·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까지 이어나갈 수 있는 씨앗이 마련이 된 거예요. 이 씨앗을 우리가 다 갖고서 잘 이쁘게 키워서 우리 우파의 새로운 그룹으로,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가 인큐베이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극우의 위험성은 비단 공공연한 폭력에만 있지 않다. 보통 사람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고 그들을 가치 있고 자격 있는 존재로 인정해, 극우에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능력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위험성이다.

본지에 실린 “현장 르포: 극우의 인큐베이터, 잠실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을 가다”는 이 과정을 잘 보여 준다. “B씨는 직장과 동네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음 주에 회사 가면 여기서 들은 얘기 좀 해 보려고요. 중국 프레임 바꿔야죠.’”

극우에 맞서기

극우를 물리치기 위한 비상한 투쟁을 하려면 몇 가지 조처가 필요하다.

첫째, 극우 이데올로기가 아무리 터무니없어 보일지라도 일축해서는 안 된다. 극우 운동은 임계점에 도달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극우는 그저 온라인 커뮤니티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둘째, 극우 반대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 선거에서 극우 후보를 낙선시키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선거에 의지해서는 결코 극우를 저지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선거 중심주의에서 대중 투쟁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민주당과의 협조 노선(민중전선)은 폐기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중도 정부로서 과거의 ‘정상 상태’를 복원하려 애쓸 뿐이다. 좌파가 이재명 정부와 협력하며 ‘과거의 정상 상태’에 ‘진보적’ 색칠을 할수록 중도파와 구별되지 않고 동일시될 뿐이다.

넷째, 노동운동과 좌파는 극우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 행동에 나서야 한다. 광범한 공동 행동으로 극우가 주류 정치 안팎에서 득세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다섯째, 극우가 민주주의자 행세를 하는 것에 맞서, 그들이 속죄양 삼는 개인과 집단을 적극 방어해야 한다. 극우의 인종차별적 이주민·난민 배제나 성소수자 혐오를 결코 놔둬서는 안 된다.

여섯째, 혁명적 좌파는 정당성 위기를 겪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사회주의적 전망을 가지고 극우와 대결해야 한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전망에 갇히면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 경찰에 극우 단속 요구하기, 선관위 개혁을 위한 개헌 등 위로부터의 해결책만 추구한다. 그런 길은 극우를 저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극우 저지에 필수적인 대중의 열정과 행동을 결코 이끌어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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