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갈등:
친명의 ‘중도보수 확장’ 실망을 파고드는 친문 : 둘 다 내로남불
〈노동자 연대〉 구독
올해 10월 2일 검찰청이 해체된다. 지난해 통과된 법에 따라 기소를 맡는 공소청과 수사를 맡는 중수청이 들어선다.
그런데 검사에게 ‘보완수사권’ 한 조각을 남길지 말지를 두고 정부 여당 사이에, 또 여당 내 차기 당권 주자들 사이에 정치적 갈등이 첨예하다.
차기 당권 주자로 보완수사권 폐지에 부정적이던 김민석 총리가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는 정부안은 내지 않겠다고 밝히며 일시 봉합된 듯하지만, 앞으로도 이 문제는 계속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권 축소를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지만, 검찰 ‘개혁’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의 두 억압 기구인 검찰과 경찰 사이의 업무 분담에 관한 것일 뿐이다. 즉, 그것은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진정한 개혁이라 할 만한 것이 아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노동계급 등 서민층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더 믿을 만하다고 여길 이유가 없는 국가 기관들이다. 정부 여당과 친정부 언론은 검찰의 ‘조작 기소’, ‘먼지털기’, ‘뭉개기’를 비판하지만, 정작 같은 일들이 경찰에서도 벌어질 뿐 아니라 계급 편향성으로 보자면 검찰 못지 않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예컨대 윤석열의 ‘내란’에서도 경찰은 군과 함께 국회 봉쇄에서 주요 구실을 했다. 불과 얼마 전에는 화물연대 노동자 투쟁을 가로막다가 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반면 경찰은 지금 올림픽공원에서 벌어지는 극우 시위에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파 정권 하에서 형성된 검찰 네트워크가 민주당 인사들을 괴롭히고 민주당 정권에 저항한다는 사실이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작지 않은 문제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경찰에게 권한을 더 준다는 것이 더 민주주의적이라거나 진보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정부 여당 자신이 애초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요구 자체에 모순이 있다.
범죄 수사와 기소는 서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분리될 수 없는 과정이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누군가 전체 수사 과정을 책임지고 관리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국가의 핵심적 억압 기능과 그 정당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권을 빼앗겨도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파워가 질적으로 약화될 리도 없다.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진정한 개혁은, 경찰과 검찰 같은 국가 기구들이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같은 민주적 권리를 억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저항을 억압하고 지배계급의 권력과 이익을 지키는)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을 고려하면 단지 법률 개정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큰 착각이다.
알맹이 없는 선명성 경쟁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볼 때 이토록 무의미한 의제에 민주당 당권주자들이 열을 올리는 이유는, 그것이 민주당 내 양대 세력을 구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돼 버렸기 때문이다.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뽑힌 대표가 2년 뒤 총선 공천권을 쥔다. 그 이듬해가 대선이므로 사실 차기 대권까지 이어지는 과정이다.
공천권을 누가 행사할지 이외에도 청와대와 내각에 누구를 기용할지, 차기 대선을 노리는 조국을 계속 민주당 밖에 둬야 하는지 등도 쟁점이다.
친문 유시민이 ‘증축 하랬더니 재건축 한다’며 이재명을 대놓고 성토한 것은 증축이든 재건축이든 ‘집주인’ 허락 받고 하라는 뜻이다. 여전히 당내 세력은 자신들이 우위라는 말이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민주당 당권을 빼앗긴 친명 강경파는 친문을 온갖 멸칭으로 부르며 문재인을 배신자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측이 과거 정권을 잡고 민주당 지지자들을 배신해서 윤석열이 정권을 잡게 됐던 것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 출신의 보수적 인물을 거듭 민정수석에 임명하는 것을 두고 친문이 (보완수사권 부여를 통한) 청와대의 검찰 포섭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다.
친문이 지지하는 정청래는 마침내 SNS에 “민주당 개혁의 상징이자 깃발인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고 적었다.
이재명의 청와대는 반년 넘게 보완수사권을 예외적으로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해 왔지만, 당대표 선거에 나서려는 김민석 총리는 결국 독자적인 정부 법안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내 선거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고수가 (선명성 부족으로) 불리하다고 여겨서일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검사의 수사권을 아예 삭제하는 형소법 개정안을 먼저 내놓고 ‘제헌절 처리’를 외치며 이 대립의 한 축이 되려 한다.
환멸 키우는 그들만의 리그
민주당 내 정쟁은 그 제한적이고 위선적인 성격 때문에 가뜩이나 불길한 지방선거 결과에 이어 진보적 지지층의 환멸만 키우고 있다.
한국갤럽 6월 4주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51퍼센트로 취임 후 최저를 찍었고, 부정 평가는 처음으로 40퍼센트대에 올라섰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부정 평가가 긍정을 앞질렀다.
친문 측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두고 민주당 ‘코어’ 지지층의 이탈이라며 비판하지만, 조국 같은 ‘아빠 찬스’ 사용자를 차기 주자로 내세우는 것은 특히 청년층에서 더 큰 환멸만 낳을 것이다.
갈수록 커지는 소득 격차와 일자리 부족으로 불만스러운 청년들의 눈으로 보면, ‘내란 청산’을 최고 목표로 밝히고도 윤석열과 한패였던 자들에게까지 공직을 맡기는 등 ‘중도보수 확장’과 ‘도로 문재인’ 둘 다 위선적이고 짜증나는 ‘그들만의 리그’다.
문제는 좌파가 가시적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취약성 때문에 민주당 지지 이탈로 오른쪽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주류 보수 언론조차 수 개월 간 위기에 빠졌다고 묘사한 장동혁은 지금 사퇴는커녕 당내 반발자들을 징계하겠다며 기세등등하게 복귀했다.
물론 좌파의 취약성이 곧 노동계급의 취약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는커녕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지를 어느 정도 방어해 왔고, 또 지킬 자신감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보여 주듯이 경제 상황을 이용해 일부 성과를 얻은 곳들이 있고, 이를 준거점으로 보며 더 많은 노동자들이 싸운다면 노동계급의 분위기는 좀 더 달라질 수도 있다.
좌파가 성과급 등 임금 문제를 놓고 엉뚱한 설교를 늘어놓기보다 이를 지지하며 연대 구축에 나서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더 큰 위기에 빠질지 몰라도) 지금처럼 정치 지형 전체가 극우에 끌려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런 방향 속에서만 좌파가 다시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