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이재명 정부 극우 최일붕 글 모음 제국주의 팔레스타인·이란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수자원 강탈 — 또 다른 인종학살 수단

식수 배급소에 줄을 선 가자지구의 아이들 ⓒ출처 UNICEF / UNI845957 / Nateel

지난 2년 반 동안 계속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잔혹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폭격이 남긴 참혹한 폐허, 차가운 천막으로 내몰린 피란민들의 고난을 우리는 화면을 통해 접한다.

‘인종학살’이라고 하면 흔히 대량 학살이나 신체적 상해를 떠올린다.

하지만 인종학살은 다차원적인 과정이다. 유엔에 따르면 인종학살은 “특정 집단을 물리적으로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하기 위해 그 집단의 생활 조건을 고의로 악화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이스라엘은 모든 생명체에 필수적인 물을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체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이얄 바이츠만이 저서 《뿌리째 없애기》에서 밝혔듯,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초토화하려 한다. 한때 농장이나 집이 있던 곳을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만들려는 것이다.

“가자지구의 생존자들은 살인 드론과 폭격기가 쉴 새 없이 윙윙대는 가운데 끝없는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며 연명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극심한 물 부족은 중동 사막 지역의 자연환경 탓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물을 체계적으로 무기화한 결과다.

예루살렘의 강수량은 베를린과 비슷하다. 이스라엘 건국 이전에 팔레스타인 농민들은 올리브, 감귤류, 수박, 오이, 곡물 등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출도 할 수 있었다. 토지가 비옥했고 관개도 이뤄질 수 있었다.

강수량이 비교적 적은 팔레스타인 남부에서도 농민들은 환경에 적응했다. 가문 해에는 밀 농사를 짓지 못하더라도, 건조한 환경을 더 잘 견디는 보리를 재배했다.

하지만 인종차별적 편견에 사로잡힌 식민들은 팔레스타인 남부가 불모지이고 개명된 유럽인들에 의해 다스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사막을 기름진 땅으로 만들었다”는 관념이 대중의 의식에 스며들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물을 사용했다. 20세기 내내 시온주의 정착자들에게 가뭄은 불안의 원천이었다. 농업에 막대한 수자원을 소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스라엘은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을 이뤄 냈다. 이제 이스라엘은 수자원 관리의 세계적 선두 주자를 자처한다. 특히 해수 담수화 시설과 거대한 국가송수관망을 자랑거리로 내세운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물 위기에 시달리는 주변국들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이미지를 홍보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이스라엘은 담수 생산량이 풍부해져 주변국에 수출까지 하기 시작했다.

2014년 이스라엘 신문 〈하아레츠〉의 한 기사는 이렇게 주장했다. “생활용수든 농업용수든 필요한 물을 모두 생산하는 능력은 머지않아 우리의 생활 방식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심지어 평화를 앞당길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은 요르단에 담수를 수출하고 그 대가로 태양 에너지를 수입했다. 이는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이스라엘의 “물 기적” 운운하는 멋들어진 홍보 영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기술자들은 기후 붕괴를 기술 혁신과 금융 투자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로 이해하게 됐다. 그러나 물 공급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물 공급을 부당하게 틀어쥐고 있다는 문제를 건너뛴 채 해결될 수 없다.

언론인 샬럿 실버가 지적하듯, 우리는 이스라엘의 수자원 관리 능력이 우월하다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은 ‘수자원 문제’를 겪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서 물을 강탈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지하수원인 산악 대수층을 통제한다. 이 수원의 대부분은 서안지구 땅 밑에 있다. 이스라엘은 점령지의 자원을 갈취하면서 그곳에서 물을 과도하게 추출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걸쳐 있는 해안 지하수층의 더 많은 부분을 가져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와디 가자 강의 물길을 틀어 가자지구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한다. 이는 요르단강의 유량을 크게 줄였다.

서안지구의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 국영 수도 기업 메코로트에게서 물을 구입해야 한다. 여름이 되면 메코로트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수요 증가를 충족하기 위해 서안지구 급수량을 줄인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사막으로 내모는 판국에, 이스라엘이 사막을 기름진 땅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헛소리다.

기후 붕괴 때문에 기온이 오르면 가뭄도 심해진다. 주기적인 폭우가 이 지역을 강타하기도 할 것이다.

기상이변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타격을 주겠지만,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인들보다 이에 대처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의 물 이용을 가로막는 동안 이스라엘인들은 텔아비브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고 국립공원 오아시스에 조성된 우거진 녹지에서 일상을 탈출한다.

그러는 동안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의 90퍼센트 이상이 물 부족에 대처하고자 옥상에 물탱크를 설치해 놓았다.

2024년 가자지구 데이르알발라 주민들은 태양력을 이용해 물을 긷기 시작했다. 연료 부족으로 해수 담수화 시설의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물 갈취에 맞서는 이러한 일상에서의 저항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지속성 있는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 빼앗긴 땅으로 귀환할 권리를 쟁취하고, 이스라엘의 점령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

가자지구: 수도 시설의 90퍼센트가 파괴되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발효돼 불안정하게 이어진 지난 7개월 동안, 이스라엘은 1,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을 죽였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서서히 가해지는 형태의 폭력에도 직면하고 있다. 마실 수 있는 물이 극도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유엔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가자지구 수도·정화 시설의 약 90퍼센트가 완파되거나 파손됐다. 이스라엘은 수도관을 거듭 폭격했다.

이스라엘의 통제 탓에, 파괴된 기반 시설을 보수하는 데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반입하기가 어렵다. 철강과 시멘트는 군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이 반입을 일절 금지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설정한 ‘황색선’의 동쪽, 즉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64퍼센트에 이르는 땅에 군대를 계속 주둔시키고 있다. 그 지역의 파손된 수도관은 보수할 수도 없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해수 담수화 시설에 필요한 전력 공급망까지 파괴됐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대다수가 급수차에 의존하는 처지다.

칸유니스에 사는 오마르 사아다 씨는 이렇게 전했다. “급수차 물을 받으려면 새벽 6시부터 서둘러야 해요. 이전에는 아침부터 이른 오후까지 물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두 시간밖에 기회가 없습니다.

“물이 오염돼 장염이나 복통에 시달릴 때도 있지만, 구할 수 있는 물이 그것뿐이라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해요.”

이스라엘은 국영 수도 기업 메코로트가 송수관을 통해 가자지구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수도 기술자와 급수차 운전자를 표적 공격한다.

올해 4월 유니세프(UNICEF)는 이스라엘이 트럭 운전사 두 명을 폭격해 살해하자 가자지구에서 활동을 중단했다.

그 운전사들은 가자지구 북부 알만수라 급수차 상차 시설에서 물을 채우고 있었다. 그곳은 메코로트의 가자시티 수도망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급수차 상차 시설이었다. 알만수라에서 물을 채운 급수차에 의존하는 가자시티 주민들이 수십만 명에 달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가자지구의 위생 위기는 더 악화될 것이다. 10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하수도 시설이 없는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급수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로 목을 축일지, 밥을 지을지, 몸을 씻을지 선택해야 한다. 상처를 씻지 못해 감염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여성들이 생리나 출산 후 사용할 물도 부족한 실정이다.

서안지구: 수도 시설을 공격하는 정착자들

올해 1월 서안지구 아인 사미아 정착촌 인근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수도관을 망치로 부수는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2월에는 복면을 쓴 정착민들이 아인 사미아의 급수 시설을 기습해 수도관과 계량 장비를 파손했다. 노동자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다. 그 공격으로 물 공급이 12시간 동안 중단됐다.

예루살렘수도공사의 무함마드 아부 아야시 수도 운영 책임자는 양수장을 겨냥한 이 같은 공격이 올해 1~4월에만 열 차례나 있었다고 CNN에 전했다.

2023년 이후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 정착자들의 갈수록 거세지는 공격에 시달려 왔다.

이스라엘 정착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살던 땅에서 쫓아내고 그 땅을 차지하려고 수도 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물 관련 분쟁을 조사하는 싱크탱크 퍼시픽연구소에 따르면, 이스라엘군과 정착자들은 최근 5년간 팔레스타인의 수원을 250차례나 공격했다.

1948년 ‘나크바(대재앙)’ 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온주의 정착자들이 우물에 더러운 기저귀나 죽은 닭을 던져 넣어 독을 푸는 일이 빈번했다.

팔레스타인 농민 무함마드 사와프타 씨는 요르단계곡의 팔레스타인인 마을 바르달라 출신이다. 바르달라는 지난해 이스라엘 재무장관 베잘랄 스모트리치가 합병 대상으로 지목한 광활한 지역에 포함돼 있다.

사와프타 씨는 태양광 패널로 가동하는 펌프로 우물물을 길어 경작지에 대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우물과 경작지에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 정착자들이 울타리를 쳐서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우물에 갈 수가 없어요. 우물에 가려고 하면 그들이 득달같이 달려옵니다.

“왜 제 땅에서 제가 떠나고 저들이 남아 농사를 짓는 거죠?

“30년의 꿈과 피땀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어요. 농사짓고 가축을 키우고 마시는 데 쓸 물은 목숨줄입니다. 물이 없으면 목숨도 없어요.”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법과 국제법에 저촉되는 이러한 공격을 저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이를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

이스라엘 인권 단체 베첼렘에 따르면,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물 이용을 차단하는 것은 고의적이고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정책이다.

그럼으로써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서 얼마 남지 않은 재산과 토지를 갈취하고 가능한 한 많은 영토를 차지해 정착 프로젝트와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한 강탈을 지속하려는 것이다.”

번역: 김준효
카카오톡 채널, 이메일 구독,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 설치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