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군사 쿠데타의 숨은 주역 김태효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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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윤석열 외교·안보라인의 실세’로 불리던 김태효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구속됐다. 12·3 쿠데타 기도 후 1년 7개월 만이다. 김태효는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다.
김태효가 쿠데타에 가담한 의혹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이번 구속은 뒤늦은 사필귀정이다. 본지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그의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관련 기사: 윤석열 친위 쿠데타 기도의 숨은 주역, 김태효를 구속하라)
2차 종합특검에 따르면, 김태효는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을 통해 우방국에 계엄, 즉 친위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메시지 수신 대상은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등이었다. 당시 메시지에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조치’, ‘국회의 행정부 마비에 대응한 헌법 테두리 내의 정치적 시위’, ‘종북좌파, 반미주의에 대항하고자 하는 입장 견지’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해제 이후에도 메시지 전파는 계속됐다. 안보실 관계자들이 이미 계엄이 해제됐다고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김태효는 “그래도 하라”며 밀어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효 자신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직후인 12월 4일 새벽 2~3시경에 주한 미국대사 필립 골드버그와 통화하며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1월 폭로된 바 있다.
김태효는 쿠데타 실패 이후에 최소 세 차례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그런데도 1차 내란특검에서 김태효는 기소는커녕 소환 조사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 후 김태효는 유유히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복직했다. 국가안보실 자체가 1차 내란특검의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던 탓이다.
김태효는 자신이 골드버그 대사에게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백한 허위”라며 부인했다. 그랬던 자가 2차 종합특검의 강제 수사가 시작되자 말을 바꿨다. 김태효는 2차 종합특검에게 윤석열의 대외 메시지 전달 지시가 있었고, 하급자들이 주도했다고 진술했다(그래서 안보실 관계자와 대질조사까지 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이 미친 줄 알았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JTBC 보도).
그러나 김태효의 쿠데타 관여 의혹은 대외 메시지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
2023년 6월 김태효는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정보사령부 산하 북파공작부대인 HID를 방문해 훈련을 참관했다. 그 뒤 HID 출신 현역 장교가 이례적으로 안보실에 투입돼 비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같은 층 직원들조차 모르는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이 임무는 소속 부서장이 아니라 김태효와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HID는 쿠데타 비선 노상원이 계엄 공작에 동원하려 한 부대다.
2차 종합특검은 정보사가 2024년 HID 요원들을 동원해 벌인 북파 훈련이 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한 사전 준비였는지를 수사하며 김태효를 참고인으로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수사의 진척 상황은 더 공개되지 않았고, 김태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 혐의에도 이런 의혹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번 구속을 계기로 이 점 역시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김태효가 쿠데타 준비 의혹에 연루된 것과, 쿠데타 기도 직후 우방국 설득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김태효는 뼛속까지 친미·친일주의자로,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의 하나인 한미일 삼각동맹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는 2008년 41세의 나이에 이명박 청와대의 대외전략비서관으로 발탁됐다. 북한 붕괴에 베팅한 대북 압박 기조(‘비핵개방 3000’, 그랜드 바겐)의 설계자였고,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밀실에서 처리하려다 들통나 물러났다.
김태효는 청와대를 떠나면서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군사 2급 비밀 문건을 무단 반출했다. 이로 인해 2022년 10월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윤석열은 이런 자를 2심 유죄 상태에서 안보실 1차장에 임명했다. 이어 유죄가 확정되자 두 달 만인 2022년 12월 신년 특별사면으로 구제해 줬다. 당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직책과 직무상 잘못된 관행에 따라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뿐]”이라며 사면을 정당화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김태효는 정부 출범부터 계엄까지 안보실 1차장 자리를 지키며 특히 한미일 동맹 강화 노선을 총괄했다.
2023년 4월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실을 도청한 정황이 담긴 기밀문건이 폭로되자 김태효는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이 없다”며 미국을 감쌌다. 국힘 윤상현조차 “선의를 가지고 도청하느냐”고 반문했을 정도다.
2024년 8월에는 KBS 방송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를 두고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해 ‘중일마’라는 유행어까지 낳았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의 사과와 배상 없는 ‘제3자 변제안’을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매달렸다. 김태효의 ‘중일마’ 발언은 그런 윤 정부의 대일 정책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뒤늦었지만 이번 구속을 계기로 계엄 정당화 메시지의 작성과 전달 과정뿐 아니라, 김태효의 HID 방문과 국가안보실 비밀 TF, 북파 훈련 의혹, 1차 특검의 수사 누락까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그것은 거북이걸음으로 가고 있는 ‘내란 청산’을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