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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이재명 정부 팔레스타인과 이란전쟁 이주민·난민 긴 글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 홍해 봉쇄 위기...:
출구 잃은 미국의 이란 전쟁, 역내 패권 노리는 사우디와 이란

얼마전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한 논평은 이란과의 전쟁을 바라보는 미국 지배계급의 우려를 잘 보여 준다.

“이란 전쟁은 중국이 추구하는 장기 목표 3개를 앞당겨 달성하도록 해 주고 있다: 미국에 덜 의존하는 중동, 중국의 핵심 기술에 더 의존하는 세계, 중국이 실력 있고 신뢰할 만한 패권국이라는 명성.”

트럼프는 세계적 패권국이라는 미국의 지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전쟁을 매듭지을 방법과 수단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란을 상대로 폭격과 휴전이라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미국의 핵심 시험대는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이다. 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썼다.

“호르무즈해협 통행 문제를 누가,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미국의 전쟁 수행 및 영향력 투사 능력에 대한 신뢰를 크게 좌우할 것이다. 만약 양해각서보다도 미국에 더 나쁜 조건으로 끝나면, 세계 각국은 이를 보고 이렇게 말하지 않겠는가. ‘미국의 입지가 상당히 취약해졌군.’”

그러나 이란은 이번 전쟁으로 효과를 확인한 호르무즈해협 통제력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 파기와 두 번이나 협상 중 폭격을 당한 이란 통치자들은 미국의 침공을 억제할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 호르무즈해협 통제력 확보에 있다고 본다.

또한 그들에게 호르무즈해협 통제력은 중동 지역 강국들 간 경쟁에서도 휘두를 수 있는 무기다. 많은 걸프 국가들은 전쟁 후 이란이 걸프 연안의 지배자로 부상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미국은 이런 우려를 이용해 걸프 국가들과의 협력을 늘려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려 한다. 그러나 이 영역에서도 미국의 영향력 쇠퇴가 두드러진다.

지난주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핵프로그램 지원 협정(‘원자력 협정’)을 발표했다.

미-사우디 핵협정 논의는 미국 패권 약화로 인한 공백을 이용해 지역 강국이 핵야욕을 키우는 위험한 추세를 보여 준다 ⓒ출처 백악관

사우디는 미국의 대표적 동맹이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과 부쩍 가깝게 지내며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패배로 미국의 중동 패권이 약화된 틈을 타 중국이 파고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핵프로그램 지원 발표는 사우디의 핵 야심을 이용해 중국과의 근접을 막고 미국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것이었다. 사우디는 지역 패권을 위해 (특히 가장 큰 경쟁자인 이란을 의식해) 핵개발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동맹 간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는데 성공하지 못하면서 이 핵협정은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핵협정 발표 후 사우디에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물론 사우디 지배자들의 속내는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통해 첨단 기술 교역을 늘리고 이란에 맞설 연대를 강화하고 싶어 한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자신이 팔레스타인은 과거지사라며 그런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이후 부쩍 커진 중동과 이슬람권 대중의 팔레스타인 연대 정서 때문에 빈살만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수교 조건으로 천명해야 했다. 사우디의 지배자들이 ‘이슬람 세계의 맏형 국가’임을 내세우는 입장에서 자신들의 국제적 영향력과 중동 패권, 나아가 지배 안정성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허울뿐인 팔레스타인 국가조차 인정할 생각이 없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이스라엘의 핵심 이해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또한 중동의 유일한 핵무장 국가라는 지위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미국이 이처럼 이스라엘을 중시하는 것은 중동 패권이 흔들릴수록 더 심해진다. 다른 중동 국가들은 혁명으로 전복되거나(1979년 이란, 2011년 이집트) 사우디처럼 중국과의 관계를 이용해 미국과 흥정을 하려 들 수 있지만,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 없이는 존속할 수 없는 국가로 흔들림없는 동맹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동맹 내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못하면서 사우디와의 핵협정은 서명 불과 몇 시간만에 큰 암초를 만났다.

미국의 이런 패권 약화는 역내 강국들이 저마다 세력 확장을 시도할 틈을 열어 주고 있다.

최근 사우디와 예멘 후티의 충돌이 격화하며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봉쇄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2010년대에 아류제국주의적 야심을 갖고 예멘을 침공해 7년이나 유린했다.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부상한 후티는 사우디가 지원한 세력을 밀어내고 예멘의 주요 거점을 장악했다.

이번에 사우디와 후티의 갈등이 다시 격렬해진 배경에도 이런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사우디는 자신의 뒷마당 예멘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 하고, 반대로 이란 역시 아라비아반도 내 지정학적 영향력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후티는 해상에서 사우디 선박을 공격할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로 사우디의 공항과 석유 시설을 폭격하는 등 만만치 않은 군사력을 보이고 있다. 충돌이 장기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마저 어려워질 수도 있고 그 경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받을 타격이 특히 클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가 위험천만한 도발을 벌였다. 카스피해에서 이란 선박을 공격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반(反)러시아 전선을 강화하고 서방의 지원을 더 많이 끌어내려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이란을 지원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이 유럽뿐 아니라 중동에서 서방의 영향력에 도움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이란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여러 갈등과 결합되며 더 위험해지고 있다.

한편, 국내 언론은 미국-사우디 핵협정 합의 발표 직후, 한국도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할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의 국익”이 달려 있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핵 문제에서 지배계급과 노동계급의 이해관계는 완전히 다르다. 핵능력 강화가 한국의 지배계급(국가 기구와 자본가들)에게는 외국과의 지정학적·경제적 경쟁에서 유용할 테지만, 보통의 한국인들에게는 오히려 조건 악화만 초래할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패권 약화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핵프로그램 확산까지 검토하는 상황에서 진정한 평화의 길은 “국익”의 이름으로 핵 잠재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계급이 반(反)자본주의·반(反)제국주의 투쟁으로 제국주의 질서 자체에 도전하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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