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부동산 세제 개편안:
누더기인 데다 서민·청년 주거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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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 초고가 주택(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 특혜를 일부 축소하고, 다주택에 대한 세금을 올려 주택 가격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부동산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극소수 부자들의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만 일부 강화하는 ‘보여 주기’ 수준에 그쳤다.
누더기 개편
부동산 세금 인상이 효과를 내려면 고가 주택의 시세 차익과 임대소득 등 기대수익률이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실거주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오히려 실거주 1주택에 대한 종부세와 장기 거주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깎아 줬다.
특히 1주택 실거주자의 경우, 정부는 종부세 과세 대상을 현행 공시가격 기준 12억 원 초과에서 14억 원으로 높였다. 공시 가격이 시세의 60~70퍼센트 수준으로 책정됨을 고려하면, 시가 20억 원의 고가 주택까지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2025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자료를 보면, 전체 1,558만 가구 중 시가 20억 원(공시가격 14억 원) 초과 주택은 2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6퍼센트에 불과하다. 주택 가격 상위 1.6퍼센트에 해당하는 가구에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면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정부가 제시한 사례를 보더라도 시가 30억 원 이하 고가 1주택 거주자들은 오히려 보유세가 감소한다. 시가 40억 원의 초고가 주택의 경우에도 거주 공제와 고령 공제 등을 합산해 최대 80퍼센트까지 세금을 깎아 주면 종부세 부담이 734만 원에서 약 147만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럼에도, 지지율 하락을 걱정하는 민주당 서울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보유세 인상 등 규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들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후퇴 조짐이 보인다. 예컨대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주택 비거주와 관련한 혜택이 축소되는 부분에 대한 부분들, 또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 수렴을 계속 가지고 있다”며 세금 감면 확대를 시사했다. 안 그래도 구멍이 숭숭 뚫린 누더기 세제 개편안이었는데 더 큰 구멍이 뚫리게 생긴 것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들은 이런 세제 개편조차 ‘세금 폭탄’이라며 부자들 편을 들고 있다.
부자들이 토지를 독점적으로 소유해 불로소득을 얻는 것에 과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부동산 세금 강화는 노동계급 주택 문제 대책이 되기 힘들다. 올해 초 이재명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유예를 종료했을 때 일시적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최근 강남 외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공급 확대로 가격이 내려간다는 신화
국힘과 보수언론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또다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3일 미국·남미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연달아 부동산 공급 대책 회의를 했다. 정부는 조만간 수도권에 5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주택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먼저,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제대로 진행될 공산은 크지 않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9·7 공급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연평균 27만 가구, 총 135만 가구 착공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시장의 논리에 따라 건설사의 수익성과 부동산 경제에 공급이 좌우됐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을 늘려야 한다는 국힘의 대책도 마찬가지다. 재개발·재건축 확대 방안은 주택 수 확대에 큰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집 주인들 사이의 반감과 갈등, 지역 유지들의 반발 등으로 역대 정부들도 계속 실패해 왔다.
제대로 공급이 확대된다 해도, 집 없는 서민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면 양질의 공공임대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나 국민의힘의 공급 방안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매매를 위한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도 노동계급 다수는 그 가격을 감당할 수가 없다. 결국 공급 확대 정책은 시장 원리 아래에서는 노동자들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부유층의 투기용 부동산 수요나 충족시켜 줄 것이다.
재개발 때문에 오히려 저소득 세입자들은 외곽으로 쫓겨나고, 투기에 따른 집값 상승으로 전·월세 가격도 높아져 고통만 커질 뿐이다.
악화되고 있는 청년 주거 문제
부동산 정책에 불만이 높아지면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4주 연속 하락해 43.3퍼센트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40퍼센트대 초반을 기록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특히 20~30대의 지지율 하락 폭이 매우 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지방선거 후 30대 지지율이 53퍼센트에서 39퍼센트로 14퍼센트포인트나 떨어졌고, 20대 지지율도 41퍼센트에서 33퍼센트로 8퍼센트포인트 떨어졌다.
최근에는 황희 민주당 의원이 청년 주거 대책으로 ‘폐버스 리모델링’을 제안했다가 ‘본인부터 폐버스에서 살아보라’는 조롱을 샀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청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서민 주택 대책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세금 인상과 공급 확대 정책에 치중하고 있지만, ‘똘똘한 한 채’는커녕 ‘똘똘하지 않은 한 채’도 없는 노동계급 대중 입장에서 이런 정책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의 초고가 주택 세금 인상과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강남3구 외의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져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다수가 세입자인 2030 청년층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청년층은 일자리를 위해 대부분 수도권에 살 수밖에 없지만, 월급을 수십 년 모아도 10억 원이 넘는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어렵다. 2024년 기준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을 꼬박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집을 마련하려고 해도 7년을 모아야 한다.
이 때문에 2024년 서울의 30대 무주택 가구는 52만 7,000여 가구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30대 주택 소유 가구는 18만 3,000여 가구에 그쳤고, 주택 소유율은 25.8퍼센트까지 떨어졌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를 봐도 청년층의 주택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전체 가구의 자가 점유율은 57.4퍼센트에서 58.4퍼센트로 1퍼센트포인트 높아졌지만, 청년가구(가구주 19~34세)는 14.6퍼센트에서 12.2퍼센트로, 신혼부부 가구(결혼 7년 이내)는 46.4퍼센트에서 43.9퍼센트로 낮아졌다.
주거의 질도 하락했다. 정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청년가구 비율은 6.1퍼센트에서 8.2퍼센트로 뛰었다. 고시원·컨테이너·판잣집 등 ‘주택이 아닌 거처’에 사는 청년 가구 비율도 5.3퍼센트로, 전체 평균(2.2퍼센트)을 크게 상회한다.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려면 1인 가구의 경우 고작 14제곱미터(약 4평)에 부엌, 전용 수세식 화장실과 목욕 시설을 갖춰야 한다. 방 안에 화장실이 없는 고시원에 사는 청년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해당한다.
주택 문제의 진정한 대안
노동계급의 주택 문제는 시장의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는 한 해결할 수 없다. 앞서 봤듯이 부동산 공급 확대로 집값을 낮춘다는 방안은 부유층에게만 득이 될 뿐이다. 부동산이 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상품으로 남아 있는 한 이를 이용해 한몫 잡으려는 투기를 조장하는 동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본주의는 경제 위기와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끊임없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구직자 처지로 내몬다. 그러면 애써 마련한 주택도 결국 처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부동산 투기와 주택 문제를 완화하려 해도, 공공성을 강화하고 부동산에 대한 시장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즉, 살 만한 장기·영구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서도 한참 낮다.
한국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이 8.5퍼센트(192만 가구)로 OECD 평균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임대 기간이 5년, 10년에 불과해 공공임대로 보기 어려운 분양 전환 주택과 민간 임대 주택에 대해 지원하는 전세임대 등을 제외하면 실제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은 5.5퍼센트에 불과하다.
역대 한국 정부들이 비용 회수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중 상당수를 민간에 판매하는 분양전환 정책을 펴 온 탓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억제돼 왔다.
게다가 현재의 공공임대주택 대부분은 40제곱미터 이하로, 빈곤층이 길거리에 나앉는 것을 막는 수준이라 어지간한 노동계급 가족들이 만족할 만한 주택도 아니다.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공공임대 주택이 대거 확충돼야 한다.
그러려면 후한 정부 재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막대한 초과 세수를 예측하면서도 이를 기업 지원에 쓰려 할 뿐, 서민층의 복지 지원에는 인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