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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파동에 즈음해 읽는 고전:
엥겔스의 《주택 문제에 대하여》

문재인 정부 하에서 벌어진 집값 폭등은 과거 노무현 정부 하에서 벌어진 것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2006년에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엥겔스의 《주택 문제에 대하여》를 서평한 기사를 추천한다. 엥겔스의 주택 문제 분석은 오늘날 부동산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참고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주택문제에 대한 글들을 모은 《마르크스 엥겔스 주택문제와 토지국유화》(마르크스·엥겔스 지음, 김대웅 옮김, 노마드, 276쪽, 22000원)이 2019년에 출판됐다. 이 책에서는 아래 기사에서 추천한 《주택 문제에 대하여》와 함께 다른 글들도 접할 수 있다.

지난 최근 몇 년간 집값이 엄청나게 올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어려워지면서 주택 문제의 대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때 엥겔스의 《주택 문제에 대하여》를 읽어 볼 만하다. 1872∼73년에 쓰여져 역사적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당시 독일 대도시의 주택난도 매우 심각했다. 90퍼센트에 이르는 사람들이 주택이 없었고, 싼 임대료를 찾아 악취 나는 지하방에 살거나 비좁은 방에 여러 가구가 함께 살기도 했다.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주택 문제도] 다른 모든 사회 문제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해결된다. 수요와 공급의 점진적인 경제적 조정을 통해, 즉 항상 되풀이해 문제 자체를 새롭게 산출하므로 전혀 해결이 아닌 해결을 통해” 해결된다.

특히, “건축업이 비싼 주택을 훨씬 더 유리한 투기 대상으로 보고 노동자들의 주택은 오직 예외적으로만 건축”한다. 이는 대형 주택 건설을 선호하는 오늘날의 건설회사들과 꼭 같다. 1997년 경제 위기로 건축 경기가 악화하자 김대중 정부는 그나마 남아 있던 ‘소형 주택 건설 의무 비율’을 대폭 완화했다.

투기 대상

1870년대 당시 독일의 주택난에 대해 프루동주의자인 뮐베르그와 박애주의적 자본가 에밀 작스는 모든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주택을 소유하게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주택 문제’에 대한 대부르주아와 소부르주아의 해결의 핵심은 노동자가 자기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다.”

엄청나게 발전하는 산업 생산력을 거슬러 사회를 소생산자들의 연합체로 만들려 한 프루동주의자는 기존의 임대료를 일종의 주택할부금으로 바꾸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또, ‘노동자 없는 자본가’를 꿈꾸는 박애주의적 자본가는 ‘노동자 자조’로 돈을 모아 노동자들이 주택을 구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주택을 소유하게 되면 자본주의의 온갖 폐단들이 극복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엥겔스는 주택 문제가 자본주의의 근원적 문제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현대 대도시 노동자들과 일부 소부르주아들의 주택난은, 오늘날의 자본주의 생산 방식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비교적 작은 이차적 폐단들 가운데 하나다. 주택난은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노동자들로서 착취하는 데 따른 직접적 귀결이 결코 아니다.”(강조는 엥겔스)

게다가 프루동주의자의 요구는 복고적이었다. 당시에는 집을 가진 노동자들이 채마밭이 딸린 집에 살며 수직기 등을 이용해 개별적 생산을 했기 때문이다. 소생산자 사회를 꿈꾸는 프루동주의자의 이런 주장은 대규모 기계제 공업을 포기하라는 주장인 셈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핵심 문제인 노동자 착취를 해결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돈을 모으는 ‘대안’들은 사실상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고 엥겔스는 주장한다.

신기술 도입과 산업 격변이 끊임없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길거리로 내몰고, “따라서 그야말로 더러운 돼지우리 같은 집도 언제나 빌리려는 사람이 나타나며, 끝으로 가옥 소유자가 자본가로서 자기 소유의 가옥에서 최고의 집세를 무자비하게 짜낼 권리뿐 아니라 또한 경쟁으로 말미암아 어느 정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회가 존속하는 한 주택난을 겪지 않을 수 없다.”

주택난

오늘의 한국도 주택보급률이 1백 퍼센트를 넘었지만 쪽방이나 지하‍·‍옥탑방, 판잣집에 거주하는 사람이 1백60만 명에 이르고, 서울의 경우 전체 3백31만 가구 중 10.7퍼센트인 35만 5천 가구가 지하에서 거주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대안은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지만, 엥겔스는 당시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의 예를 들면서 국가 개입을 기다리는 것도 무망하다고 지적한다.

“영국의 모든 자유주의 정부의 원칙은 오직 극도의 필요성에 못 이겨서만 사회적 개혁 법안을 제출하며 이미 존재하는 법령들도 전혀 집행하지 않는 것 … 최상의 경우에도 국가는 관례로 된 표면적 미봉책이 어디서나 균일하게 실행되도록 배려할 뿐이다.”(강조는 엥겔스)

엥겔스가 비판한 자유주의자들은 집값이 폭등한 지난 몇 년 간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다가 대선이 가까워서야 표를 얻기 위해 대책을 내놓는 한나라당이나 열우당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또, 한나라당 홍준표의 ‘토지 임대부 주택’이나 열우당 이계안의 ‘환매조건부 주택’도 모두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는 열우당 법안을 비판하며 “법안 13조에서는 아파트 구입 10년 후엔 공공에 팔지 않아도 되게 해놓아서 사실상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준표의 방안도 10년 후에는 전매를 허용하고 있다.

열우당 이계안은 “당장 집값을 내리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자신의 방안의 한계를 실토했다.

게다가 열우당이 추진하는 공공택지의 전면 공영 개발, 분양원가 공개 등의 대책들도 당정 협의 과정에서 변질되고 있다.

물론 노동자의 대중 행동으로 국가가 주택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필요하기도 하다. 독일과 영국,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제1차세계대전 종전시 일어난 혁명이나 준(準)혁명 후 노동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국가가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시작했고, 1950∼60년대 호황기에는 주택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경제 위기 이후 전반적인 복지 감축 흐름 속에서 이런 성취들도 공격받고 있다. 1980년 당시 공공 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의 32퍼센트에 이르렀던 영국은 2000년에 공공 임대주택 비율이 22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오늘날 공공 소유에 기초한 스웨덴의 주거정책 역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많은 지방정부들이 공공 주거정책을 포기하고 있다.”(《스웨덴 사회복지의 유형과 발전상》)

따라서 엥겔스의 주장에 귀 기울여 봄직하다. “주택난을 끝장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오직 하나의 수단이 있을 뿐이다. 지배계급에 의한 노동계급의 착취와 억압을 전반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지금 대도시에는 합리적으로 이용할 경우 현실의 ‘주택’을 모두 즉각 시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주택용 건물이 있다. 그런 일은 물론 오늘날의 소유자들로부터의 몰수를 통해서만, 즉 숙소가 없는 사람들이나 이제까지의 주택에 과도하게 밀집해 있는 노동자들을 그들의 가옥에 수용함으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는데, 공공의 복지가 필요로 하는 그러한 조처는 프롤레타리아트가 정치 권력을 전취하자마자, 마치 오늘날의 국가에 의한 다른 몰수와 수용이 그렇듯이 쉽게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강조는 엥겔스)

《주택 문제에 대하여》는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4》(박종철출판사)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