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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제트(네이버 손자회사) 노동자들, 임금 인상 요구하며 쟁의 행위 가결

8월 20일(목) 오후 12시, 네이버 본사 1층 로비는 네이버제트 임금 동결에 항의하고 통합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러 모인 노동자들로 가득 찼다. 집회를 주최한 노조의 예상을 뛰어넘어 300명 넘는 노동자들이 모였다.

사회를 맡은 이수운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사무장은 “여러 곳에서 일을 하는 전 계열사 조합원 분들이 와 주셔서, 준비한 손피켓이 모두 소진되고 지금 방석도 부족하다”는 말로 집회를 시작했다.

8월 20일 12시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 노동자 300여 명이 모여 네이버제트 임금 동결에 항의하고 통합교섭을 요구했다 ⓒ안형우

노동자들은 네이버제트 연봉 동결에 항의하며 “네이버가 책임져라” 하고 구호를 외쳤다. 노동자들은 네이버 본사와 동일한 5.3퍼센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제트 노조는 투표율 88.6퍼센트, 찬성률 98퍼센트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네이버제트는 네이버의 손자회사로, 2020년에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제페토’라는 메타버스 플랫폼 부문을 분리해 만들어졌다.

오세윤 지회장은 네이버 본사를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 “네이버 본사나 라인플러스 등에서 원치 않게 네이버제트로 이동한 분들도 있다. 분사 당시에 근로조건이 달라질 거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스노우와 다를 것 없으니 걱정 말라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8월 20일 12시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는 오세윤 네이버지회장 ⓒ안형우

네이버제트는 설립 이래 계속 적자였지만 임금이 동결된 적은 없다. 서비스 초기에 사용자들을 끌어들인 뒤 나중에 수익화를 하는 IT 서비스의 특성상 적자는 흔한 일이다.

그런데 네이버제트 사용자 측은 “메타버스 시장 침체와 실적 악화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동아일보〉). 즉, 시장 전망 악화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한 네이버제트 노동자의 메시지는 경영진의 무책임함과 노동자들의 책임감을 선명하게 대비시켰다.(오세윤 지회장 대독)

“투자와 사업의 결정은 경영진이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 판단의 비용은 구성원의 연봉으로만 막으려 합니까? ... 236만 5,200시간, 제트 구성원 270명의 1년입니다. 방향을 말해 주는 사람 하나 없이 표류하는 제페토를 우리 손으로 붙잡아 온 시간이기도 합니다.”

경영진의 무책임에 “화가 나서 [집회에] 나왔다”는 어느 노동자는 “안 그래도 화가 나 있었는데 연봉 동결 발표가 나오면서 더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다른 네이버제트 노동자는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성과급이 먼저 깎였습니다. 본사 대비 거의 절반 이하로 깎인 것 같아요. 회사는 인사고과에서 낮은 등급을 받는 직원의 비율을 더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까진 참았어요. 그런데 올해 임금까지 동결한다고 하는 겁니다.”

오세윤 지회장은 네이버 본사의 이율배반을 꼬집었다. “[스노우의 또다른 자회사인] 크림은 네이버제트와 대표도 인사팀도 다 같습니다. 네이버 본사는 크림에 1,3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제트 연봉을 스노우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은 단돈 16억 원이에요. 1,300억 원을 투자할 수 있으면서 재원이 없어서 동결한다는 건 누가 봐도 부당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네이버 전체가 함께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제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기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집회에 참석한 네이버제트 노동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네이버 자회사들 중에는 적자인 회사가 많아요. 그런 회사들이 다 임금을 동결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네이버제트 임금을 동결하려고 하는 것은 다른 회사들로 확산시키는 선례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막아야 합니다”.

통합 교섭

이날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통합 교섭을 요구했다. 이수운 사무장은 통합 교섭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분사와 조직 이동을 결정하는 것은 네이버와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허락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교섭 테이블에 앉기만 하면 개별 법인이라고 합니다.”

네이버 노조는 네이버 전체 계열사를 포괄하는 통합 노조이고, 현재 16개 법인의 교섭을 담당한다. 그런데 16개 법인별로 교섭이 따로 진행되는 것이다. 노조는 여기에 드는 시간만 연간 1,000시간에 달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하나, 법인은 달라도 교섭은 하나! 통합교섭 쟁취하자! 네이버가 책임져라!” 8월 20일 12시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 노동자 300여 명이 모여 네이버제트 임금 동결에 항의하고 통합교섭을 요구했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제공

발언에 나선 네이버 노조 한미나 부지회장도 “계열사 사측은 네이버[본사]가 합의하기 전까지 입도 뻥긋 못하다가, 네이버가 합의해야 비로소 움직입니다” 하고 네이버가 진짜 사용자라는 점을 짚었다.

노조에 따르면, 네이버는 매년 연말 전략워크숍에서 계열사 임원진의 법인별 성과 발표를 듣고, 네이버 이사회가 각 법인의 인센티브 규모를 최종 결정한다.

네이버는 지분과 사람을 통해 자회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예컨대 네이버제트의 최대 주주는 스노우고, 스노우의 지분 약 90퍼센트를 네이버가 갖고 있다. 스노우 대표 김창욱이 네이버제트 대표를 겸직한다.

아예 모회사에 필요한 한 부서를 떼다 만든 듯한 전속 용역 자회사도 있다(엔테크서비스, 그린웹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엔아이티서비스). 예컨대 컴파트너스는 네이버 고객 응대와 네이버 계열사 사옥의 총무, 자산 관리를 한다. 엔아이티서비스 노동자들은 네이버 데이터센터를 관리한다. 이런 자회사들은 매출 전체가 네이버와 그 계열사에서 나온다.

노조는 통합 교섭을 통해 자회사 차별을 해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미나 부지회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올해 네이버랩스와 크림은 [본사 대비] 절반 넘는 하향 조건을 요구해 반 년 넘게 싸워야 했습니다. 손자회사들은 더합니다. 개별 교섭이라는 이름 아래 임금과 복지 조건이 제각각인 것입니다.

“교섭력이 있는 곳은 뒤늦게라도 따라가지만 교섭력이 없는 곳은 한없이 방치된 채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사관계 전담 국가기관인 노동위원회조차도 계열사 교섭에 네이버가 나와야 된다고 공식 요청을 했지만 네이버는 무시하고 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인컴즈 조정에서 강원지방노동위원회가 네이버에 출석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외에도 2022년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3개 자회사 법인의 조정 사건을 통합 처리한 바 있는데, 최종 결정권자가 네이버로 동일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2024년에도 네이버웹툰과 자회사인 스튜디오리코의 조정 사건을 병합해 진행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한미나 부지회장은 “이제 근로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모회사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법이 개정됐다” 하고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활용해 통합 교섭을 이뤄 자회사들의 조건을 개선하자고 밝혔다.

예상을 뛰어넘게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집회에 참가한 것은 차별을 개선하고자 하는 염원일 것이다. 노란봉투법을 활용하고, 또 사용자들이 그 법의 구멍을 이용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강제하려면 노동자들의 이런 투쟁이 필요하다.

오세윤 지회장은 “통합 교섭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오늘 이렇게 많이 모여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강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사측도 여기에 응답하게 만듭시다” 하고 말했다.

노조는 통합 교섭 요구사항으로 1) 전사적 공개 간담회나 비전 공유에서 제외되는 계열사가 없도록 할 것(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 개선) 2) 근무 시간과 장소 선택의 자율성 강화와 출퇴근길·사무실 인프라 개선(근무 환경 개선) 3) 통합적인 산업안전보건 관리와 조직문화·직장 내 괴롭힘 관리 체계 도입 4) 주거 안정 지원 확대,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비 지원(복지 제도 개선) 5)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발표했다.

IT 기업들은 그동안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인건비 등 비용을 절약하고 책임을 회피해 왔다. 네이버 노조의 통합 교섭 요구는 자회사를 포함해 사실상 같은 사용자에 고용된 네이버 노동자들의 조건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려는 시도다.

이런 투쟁이 성공을 거두려면 이날 집회처럼 단결을 추구하고, 더 나아가 파업 같은 노동자들의 힘으로 사용자들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제트는 9월 9일을 행동의 날로 예정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모든 행동을 열어 두고 있으며, 조합원들과 상의해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사후 경영실패 책임은 직원에게. 이것이 팀네이버?” 8월 20일 12시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 노동자 300여 명이 모여 네이버제트 임금 동결에 항의하고 통합교섭을 요구했다 ⓒ안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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