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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노동자 1,500명이 첫 파업을 벌이다

6월 10일(수) 카카오 노동자 1,500명이 4시간 파업을 벌였다. 11시 30분부터 2시까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와 카카오지회(별칭 ‘크루 유니언’)가 함께 진행한 집회와 행진에 노동자 800명이 참석했다.

파업 참가 인원이 예상보다 많다는 사회자의 발언에 노동자들이 환호했다. 카카오 본사에서는 파업 참가가 1,000명을 넘겼다. 넷 중 한 명이 일손을 놓은 것이다.

6월 10일, 파업에 참가한 카카오 노동자들이 판교 H스퀘어 광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형우

노동자들은 “카카오 파업 승리로 공동교섭 쟁취하자,” “고용안정 쟁취! 무책임한 경영진 퇴진!”이라고 씌어진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발언자들의 소개에 노동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투쟁”이라고 화답했다.

집회 대오 한 쪽에는 연대하러 온 네이버, 네오플, 한글과컴퓨터, NHN, 엔씨, 웹젠, 넷마블 등 화섬식품노조 소속 노조들의 깃발들이 펄럭였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는 카카오 전체 계열사를 포괄하는 노동조합이다. 계열사 전체 노동자의 약 40퍼센트인 5,000명 정도를 조직하고 있다. 오늘 공동으로 첫 파업에 나선 5개 법인(카카오 본사,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은 이 중 일부다.

노동자들은 성과급·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카카오 사용자 측을 규탄했다.

“성과 보상 약속을 지켜라”

집회 발언에 나선 한 카카오 노동자는 지난해 카카오톡 개편 당시를 떠올리며, 회사가 무리한 일정을 밀어붙여 노동자들이 밤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과 건강까지 희생해야 했다고 말했다.

발언에 나선 카카오 노동자들 ⓒ안형우

그는 당시 경영진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큰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인당 1,500만 원, 심지어 3,000만 원까지 언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지급된 성과급은 연봉의 3~9퍼센트 수준에 그쳤다며, “많은 노동자들이 한 달 월급에도 못 미치는 인센티브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는 실적을 근거로 대표이사에게는 5억 원이 넘는 상여금을 지급하면서도 실제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한 노동자들에게는 성과가 부족하다며 추가 지급 여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사용자 측이 “뜬금없이 장기 보상 프로그램(RSU)을 성과급 재원에 포함시키려 한다”며, “직원들을 갈아 넣은 대가가 고작 수백만 원 수준의 인센티브와 제한적인 임금 인상뿐”이라고 규탄했다.

“헌신이 부정당하는 느낌”

카카오페이는 그동안 회사가 적자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요구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500억 원 넘게 영업이익이 나자 임원들의 보수는 32.2퍼센트나 올랐는데, 노동자들은 고작 2.9퍼센트밖에 오르지 않았다.

파업에 참가한 한 카카오페이 노동자는 “전에는 회사가 한가족처럼 굴었고, 나도 자발적 야근에 밤낮없이 일했다. 그런 헌신이 부정 당하는 느낌이다” 하고 말했다.

또 다른 카카오페이 노동자는 “한 임원이 조합 가입 여부와 파업 참여 여부를 캐물으며 파업에 나서는 노동자에게 독립 투사냐고 조롱했다”고 폭로했다. 노조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경고했다.

6월 10일, 파업하고 판교 H스퀘어 광장에 모인 카카오 노동자들 ⓒ김지태

고용불안

발언에 나선 디케이테크인 노동자는 “회사가 어렵다며 임금 2퍼센트 인상을 이야기한다. 사업은 축소되고 뒤에서는 인원 감축 계획을 보고하는 등 고용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며 “회사가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하고 말했다.

그는 현재 디케이테크인은 대표가 공석이나 다름없는 상태라며 중요한 결정은 카카오 본사에서 내려지고 있으므로 본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엑스엘게임즈 노동자는 “회사는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1차에서만 이미 80명이 넘는 동료들이 회사를 떠났다. 이제는 정리해고까지 논의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만든 상황의 책임을 왜 노동자들이 해고라는 방식으로 떠안아야 하는가” 하고 비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근 3년간 고용 불안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한 노동자는 “한때 직원 수가 1300명에 달했지만 이제는 400여 명만 남았을 것”이라며 “나도 구조조정 때문에 1년 넘게 시달렸다. 고용불안으로 다른 직원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파업에 참여했다” 하고 말했다.

원하청 연대 투쟁

카카오 노동자들은 회사는 달라도 공통의 사용자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함께 힘을 모아 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본사 소속 한 노동자는 “자회사 노동자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결국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연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사용자 측이 한 법인에서 시행한 정책을 다른 법인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노동자들도 연대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케이테크인의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카카오페이에서도 시행됐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고용 불안은 디케이테크인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평가 제도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고용 불안을 방치하고 성과는 독점하면서 실패의 책임은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카카오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 투쟁을 선택했습니다.”

행진

6월 10일, 파업에 참가한 카카오 노동자들이 판교를 가로질러 행진했다 ⓒ안형우

이날의 백미는 행진이었다. 점심시간을 맞아 건물 밖으로 나온 많은 IT 노동자들이 행진을 촬영했다. “정말 많다”고 감탄하거나 “화이팅”을 외치며 대오를 응원하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행진 방송차는 판교의 IT 노동자들에게 카카오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는 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호소했다. “회사들은 항상 어렵다고 말하지만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보상 기준 변경,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의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이런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면 우리 모두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 노동자들의 요구는 “최소한의 안정과 존중”이라며 공정한 보상과 고용 안정,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자고 호소했다.

행진 대오는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하고 있는 웹젠과 구조조정 문제를 겪고 있는 엔에이치엔(NHN)을 지나며 연대 발언을 들었다. 행진 자체가 노동자들 사이의 연대를 상징하는 듯했다.

카카오 노동자들은 다음 행동으로 6월 29일 하루 파업을 결의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우리의 공통된 경험과 투쟁의 역사는 카카오 공동체와 IT 산업의 잘못된 구조를 바꾸는 소중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중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도록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6월 10일, 파업에 참가한 카카오 노동자들이 판교역 카카오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승주
6월 10일, 파업에 참가한 카카오 노동자들이 판교역 카카오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승주
연대 발언중인 노영호 웹젠지회장 행진 대오는 웹젠 건물 옆을 경유하며 연대 발언을 경청했다 ⓒ안형우
연대 발언중인 화섬식품노조 NHN지회장 행진 대오는 NHN 건물 옆을 경유하며 연대 발언을 경청했다 ⓒ안형우
6월 10일, 파업하고 판교역 카카오 본사 앞 광장에 모인 카카오 노동자들 ⓒ안형우
발언중인 서승욱 카카오지회장 ⓒ안형우
고용안정 쟁취! 무책임한 경영진 퇴진!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카카오 노동자 ⓒ안형우
6월 10일, 파업하고 판교 H스퀘어 광장에 모인 카카오 노동자들 ⓒ안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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