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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책임자의 경영진 복귀를 반대하다

“직장 내 괴롭힘 방조하는 경영진을 규탄한다!”

5월 27일(화) 점심시간,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서 네이버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별칭 ‘공동성명’)는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책임자 복귀 반대 집회’를 열고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최인혁의 복귀 철회를 요구했다. 노동자 150여 명이 모였다.

“2021년 5월 25일을 기억하는, 2025년 5월 27일 공동성명 집회: 직장 내 괴롭힘 방조하는 경영진을 규탄한다” ⓒ안형우

최인혁은 2021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에 책임 있는 자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최인혁이 가해자에 대한 구성원들의 강한 문제제기를 묵살했고, 그로 인해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고 지적하며, 구성원을 죽음으로 몰고간 그가 네이버에서 다시 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2021년 당시 노조는 진상조사 후 최인혁에 책임을 물어 해임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팻말 시위, 서명 운동으로 항의했다. 노조가 주최한 추모 문화제에 노동자 1,000명이 참석할 정도로 분노가 높았다. 결국 최인혁은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고 네이버를 떠났다.

그런데 4년 만에 최인혁이 경영진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노동조합이 진행한 조합원 총투표에서 98.82퍼센트가 최인혁 복귀에 반대했다(투표율 79퍼센트). 4,500명이 넘는 숫자다.

지난주 진행한 점심시간 홍보전에는 200명 넘는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또한 며칠 만에 노동조합에 수십 명이 가입했다.

“돌아오지 못하는 피해자, 돌아오면 안 되는 최인혁” ⓒ안형우

4주기

집회 이틀 전이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4주기 되는 날이었다.

발언에 나선 노동자가 고인의 동료가 쓴 게시물을 읽자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우리와 함께 웃고 일하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조용한 모습, 따듯한 말 한마디가 지금도 선명합니다.

“이 일은 개인의 비극이 아닙니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최인혁]의 복귀는 단지 한 명의 복귀가 아닙니다. 우리는 다시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 자리, 그 기억, 그 공기까지 그 모든 것이 우리에게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올 것입니다.”

발언자는 “지난 6개월간 우리는 책임지기 싫어하는 권력자들이 세상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잘못한 사람이 자신이 한 행동을 책임지도록 해야 합니다” 하고 호소했다.

구조적 문제

다른 노동자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최인혁은 [가해자] 개인의 일탈일 뿐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가해자가 구성원을 괴롭히고 폭언을 일삼을지 정말로 몰랐나요?

“성과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한 것 아닌가요?

“구성원을 몰아세우고 억압하는 악마 같은 리더십을 방치하고 동조했던 것 아닌가요?”

그는 “최인혁의 존재 자체가 구성원에 대한 2차 가해이고 피해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하며 복귀 철회와 네이버 총수 이해진의 사과를 요구했다.

발언에 나선 또 다른 노동자 역시 네이버 총수 이해진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해진 총수가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고, 이사회는 최인혁 COO를 다시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자신을 선배라 칭하고 우리들을 후배라 칭했던 이해진 총수의 결정인 것입니다.

“가혹 행위를 조장하는 최인혁 대표의 복귀 결정은 우리들을 더 이상 동료나 후배가 아니라 단순한 피고용자로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온 이해진은 성과 중심 인사 개편과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 이는 IT 경쟁 격화에 대응해 노동자를 쥐어짜려는 시도다.

오세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 ⓒ안형우

최인혁 복귀는 이런 일들과 맞물려 있다. “그는 사람을 압박하고 눌러서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자 하는 조직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오세윤 지회장은 지적했다.

노조는 사용자 측이 복귀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6월 11일에 더 큰 집회를 열 예정이다.

5월 27일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서 열린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책임자 복귀 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들 ⓒ안형우
“책임을 외면한 자 최인혁은 사퇴하라” ⓒ제공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
네이버 본사 앞 배너 “피해자는 떠났고, 책임자는 돌아온다. 이것이 정의입니까?” ⓒ안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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