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삭감 시도에 맞서 싸우는 네이버 자회사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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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장” 네이버가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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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일(월) 오후 5시, 광주, 춘천, 인천, 서울, 성남에 흩어져 일하던 네이버 6개 자회사·손자회사(그린웹서비스, 스튜디오 리코, 엔아이티(NIT), 엔티에스(NTS), 인컴즈, 컴파트너스) 노동자 약 600명이 성남 네이버 본사 앞에 모였다. 일부는 부분파업을 하고 나왔다.
“여기에서 한 곳이라도 빠지면 네이버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습니다.” 집회에 모인 노동자들이 하는 일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이수운 사무장이 덧붙인 말이다.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시도와 복지 요구 무시에 맞서 ‘진짜 사용자’ 네이버에게 항의하기 위해서 모였다.
아침부터 준비해 전라도 광주에서 올라온 한 노동자는 “여기까지 온 이상 바꾸지 않고 돌아갈 수 없다 ― 인컴즈 광주사업장”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었다.

기대보다 많이 모인 인원에 노동자들은 상기됐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이 발언을 위해 무대에 서자 조합원들은 환호하며 ‘공동성명’이라고 적힌 응원봉을 흔들었다.
‘공동성명(共動成明)’은 네이버 사원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의 별칭이다. 네이버노조는 2018년 4월 설립 때부터 본사뿐 아니라 네이버 전체 계열사를 포괄하는 노조로 만들어졌다. 네이버 노동자들은 그때부터 본사와 자회사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투쟁해 왔다.
임금 삭감 시도
네이버 사용자 측은 2021년부터 매년 지급해 온 ‘특별 인센티브’를 올해나 내년부터 지급 중단하려 한다. 사실상 자회사별로 200만~600만 원씩 임금을 삭감하려는 것이다.
자회사 노동자들은 이 금액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연봉에 산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네이버는 본사는 이미 그러기로 본사 노동자들과 합의했다.
올해 사용자 측이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자회사별로 2.3~4.2퍼센트였다. 특히 스튜디오 리코 사측이 제시한 2.3퍼센트 제시안은 “네이버 계열사 통틀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연봉 인상률”이라고 한 노동자는 지적했다.
네이버지회는 본사와 자회사들의 임금과 복지 격차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 본사 직원들에게 적용된 명절 선물 금액(40만 원으로 두 배 인상)을 자회사에도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그럴 생각이 없다.
오죽했으면 이후 진행된 조정에서 한 조정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집단 안에서 손자회사가 [본사 대비] 30퍼센트 수준의 처우를 받는 곳은 없다, 너무하다.” 사용자 측 조정위원조차 “주던 돈을 안 주겠다는 건 무리수 같다” 하고 반응했다고 한다.
교섭이 결렬된 이후 6개 법인 노동자들은 평균 93퍼센트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사용자 측의 잘못된 우선순위와 하청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네이버가 2025년 2분기 딱 세 달 동안 벌어들인 돈이 5,216억 원입니다. 우리 한 사람에게 1,000만 원씩 줘도 250억 원밖에 안 됩니다. 한 분기 벌어들인 돈의 5퍼센트도 못 준다고 우리를 이렇게 모이게 해 놓고 왈라팝이라는 스페인 회사를 인수하는 데 6,000억 원을 썼습니다.
“우리는 모두 네이버 서비스를 위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며, 굳이 하청 구조로 일할 이유가 없습니다. 원청인 네이버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고착화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본사는 6개 법인에 대해 사업, 경영, 처우, 복지 등에서 실질적 지배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 네이버지회의 설명이다. 이날 발언에 나선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권한도 없는 대표님들 앞세워 옥좌 뒤에 숨어 있는 비겁한 짓은 멈춰 주시기 바랍니다.”
노란봉투법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진짜 주인은 뒤에 숨어 있고 교섭할 때는 아무런 권한도 없는 사람들 내보내면 이 사람들이 뭘 할 수 있나” 하고 꼬집으며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지금 네이버 노동자들이 하는 것처럼 기층에서 투쟁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
2021년 IT 초호황 때 지급을 시작한 특별 인센티브를 이제 회수하려고 하는 것은 세계적 IT 경쟁 심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할 것이다. 네이버는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 가고 있지만 이윤을 향한 기업의 탐욕은 끝이 없고, 자본가에게 인건비는 비용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영진은 누릴 거 다 누리며 살고 있는데, 품질 보증 테스트 한 번에, 모니터링 한 줄에, 고객 문의 한 번에 혼신의 힘을 쏟아붓는 우리는 왜 그들보다 연봉이 더 낮아야 하는 것입니까?” 하는 한 노동자의 외침처럼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네이버지회는 8월 27일(수) 오후 5시에 같은 장소에서 더 많이 모여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