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의 주도 하에 더 격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노동자 연대〉 구독
올여름 한국과 서방의 주류 언론들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과 에너지 시설을 타격한 우크라이나의 드론전을 부각했다. 우크라이나 드론의 모스크바 공습과 에너지 시설 타격으로 유례 없는 연료난이 일어나며 푸틴은 굴욕을 겪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격도 거세지면서 우크라이나 본토는 더 처절한 전장이 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7월이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래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가 가장 많았던 달이라고 발표했다(437명 사망, 2,610명 부상).
러시아는 올해 들어 더 많은 탄도 미사일을 생산하고 발사했다.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재고는 금세 바닥나 버렸다. 미사일 공격에 속수무책이 된 우크라이나군은 몇 주 전부터 러시아 미사일 격추 현황 발표를 중단했다.
러시아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 등 주요 인프라를 파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날 것으로 보인다.
드론을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비대칭전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대신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더 많이 분담하게 된 것과 관련있다. 유럽 국가들은 핵심 무기의 직접 지원 방식에서 우크라이나의 군수 생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핵심 무기 양산은 아직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데 지금 이란 전쟁 때문에 재고가 줄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드론 생산을 집중 지원했다. 올해 4월까지 드론 지원에 쓴 액수(16억 유로, 한화로 약 2.6조 원)만 해도 지난해 전체의 드론 지원 액수인 12억 유로를 훨씬 넘어섰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 제국주의의 힘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 대응하고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대적인 재무장의 계기로 삼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전을 지원하는 것도 그 과정에서 자국의 군수 생산망과 군사 기술도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유럽 지배자들은 러시아 제국주의의 진을 빼면서 자국의 군사력도 키우려 한다. 우크라이나가 제국주의 간 경쟁에 어떻게 비참하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다.
그 과정에서 가장 고통받는 것은 격화되는 전쟁으로 목숨을 잃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보통 사람들, 자국의 재무장을 위해 복지 삭감과 군사화를 강요받는 다른 나라들의 보통 사람들이다.
전쟁에 대한 누적되는 반감
전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양측 교전국에서는 전쟁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누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광범한 징집 거부로 나타나고 있는데, 올해 1월 당시 신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징집 문제로 수배 상태에 있는 사람이 200만 명에 달한다고 한탄한 바 있다.
징집관을 폭행하거나 칼로 공격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여기에는 계급 차별에 대한 분노가 있다. 8월 18일 우크라이나의 좌파 사회학자인 볼로디미르 이슈첸코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장 노동자나 농촌 출신 등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많이 징집됩니다.”
징집관들은 가난한 지역을 훨씬 집중 순찰한다. 그리고 부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는 다양한 뇌물을 통해 징집을 피한다. 우크라이나를 뜨거나, 징집자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되거나, 장애 등급 판정을 받는 등 갖가지 방식이 동원된다.
기층의 불만은 때때로 집단적으로 표현된다. 7월 초 리비우에서는 한 젊은이를 끌고가려는 징집관과 민간인 백여 명이 대치하고 징집 차량을 전복하는 사건이 있었다. 한편, 비슷한 시기 우크라이나 남서부 빈니차에서는 57세의 민영 버스 기사가 징집관에 의해 끌려간 것에 항의해 동료 기사들이 버스 운행을 거부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 또한 충원자가 전사자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 징집에 대한 반발에 부딪힌 뒤,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복무하는 계약병을 중심으로 전쟁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당국이 보수를 늘려도 병력 충원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것은 러시아 내에서도 전쟁에 대한 지지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재명 정부는 전쟁에 기여 말라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국 정부에 연이어 방공 무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8월 23일 지난 트럼프 1기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는 한국산 무기의 우회적 지원을 공개 촉구했다. 한국산 요격 미사일을 미국에 지원하면, 미국이 그것을 우크라이나, 중동, 유럽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윤석열 정부가 했던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막대한 양의 포탄을 미국과 폴란드에 제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일조한 바 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도 똑같은 일을 벌일 가능성이 적잖아 보인다.
올해 들어 이재명 정부는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해 왔다. 그리고 현재 나토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는 데 있다.
2월 말 이재명 정부가 나토의 우크라이나 군수 조달 체계(PURL)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를 구매할 돈을 제공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이에 반발하자, 이재명 정부는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변화 없다”며 줄타기를 했지만 검토 방침을 철회하지도 않았다.
6월에 이재명 정부는 유럽연합과 공동 성명서를 발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북·러 협력을 비판하고 유럽연합과의 안보 협력 확대를 천명했다. 7월에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해 ‘방산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살상 무기 지원은 제외”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이 또한 본질적으로 전쟁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이 지원한 만큼의 재원을 살상 무기 확보로 돌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말로는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면서 실제로는 포탄과 무기를 우회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 사실이 드러나자 윤석열 정부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아예 무기 직접 지원을 공식화하려 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통해 한국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그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또한 국가 전략 산업의 하나로 떠오른 무기 산업을 한국 자본주의의 위상을 높이고 이익을 확보하는 중요한 매개로 삼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지정학적 압력이 더 첨예한 상황이다. 특히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은 한국 지배자들 사이에서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 우려는 단지 북한군이 실전 경험을 축적한다는 걱정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북한 국가가 전쟁에서 전과를 올려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치하를 받으며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것, 즉 남북 국가 간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따라잡히면 안 된다는 필요가 근본 문제인 것이다.
그런 만큼 한국 지배자들은 한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군사적 기여’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그런 맥락 속에서 최근 이재명 정부는 이란 전쟁에 대해서도 군사적 기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 등 모든 주요 외교·안보 문제에서 점점 줄타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미국의 압력이나 위성락 등 일부 ‘숭미’ 관료의 탓으로 축소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 자신이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국가 간 경쟁이라는 동학에 따른 선택을 내리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짚어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본지는 거의 즉시 이 전쟁이 제국주의 간 전쟁임을 강조했다.
많은 주류 언론들은 이 전쟁을 우크라이나의 국민 방위전으로 조명했다. 서구의 많은 좌파들도 그런 관점을 받아들인다. 한국에서는 사회진보연대가 그런 관점을 취하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사실상 지지했다.
그런 견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선제 침공했다는 점을 가장 중시한다. 그러나 이것은 전쟁을 그것이 벌어진 맥락과 떼어놓고 보는 것이다. 전쟁은 어떤 고립된 행동이 아니라 클라우제비츠가 강조했듯이 정치의 연속이다.
우크라이나는 2000년대 이후 갈수록 서방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의 충돌 지대 한복판이 돼 왔다.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러시아 주변 지역으로 나토를 확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푸틴 하에서 국력을 회복한 러시아는 주변국에 대한 패권을 재각인시키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 왔다. 그러다 2014년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 확 기울자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했다. 2015년 평화 협정이 체결됐지만 러시아와 서방의 힘겨루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나토의 협력이 심화되고, 2019~2021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의 동맹국들에서 일어난 반란으로 서방이 득을 볼 듯하자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것이다.
미국은 이 전쟁을 이용해 그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은 굴욕을 만회하고 서방을 결집하고 러시아를 약화시켜 궁극적으로는 중국에 본보기를 보이려 했다.
그래서 미국 등 서방은 전쟁 초기에 휴전이 합의될 수도 있었던 때에 이를 사보타주하고 전쟁을 장기화시켰다. 러시아에 금융 제재를 가하고 무기 지원을 통해 전쟁 수위를 관리하며 러시아의 힘을 빼 놓으려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의 금융 제재를 버텨냈고 중국과 더 가까워졌다. 그러는 동안 미국 패권의 위기는 더 깊어졌다.
그리고 전쟁 자체의 논리 때문에 서방은 갈수록 러시아 더 깊숙한 곳을 타격하는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야 했다. 그리고 이는 확전의 위험을 키웠다.
그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은 오로지 서방의 지원에 의해 수행됐다. 종전은 서방과 러시아가 서로 언제까지 얼마나 힘겨루기를 지속할 것인지에 크게 달려 있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이 전쟁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제는 유수의 서방 언론들조차 이 전쟁이 대리전임을 인정한다.
한편, 자민통계 등 한국의 적잖은 좌파는 미국만을 제국주의로 보면서 러시아의 전쟁을 비호한다. 그러나 러시아 또한 주변국에 패권을 재각인시키기 위해 이 전쟁을 벌이는 것이고 여기에는 어떠한 진보적 성격도 없다. 북한의 개입 또한 (한국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파병과 똑같이) 제국주의에 협력해 세계를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드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 간 연대에서 제국주의에 맞설 대안을 찾는 것의 난점을 잘 보여 준다. 한편, 러시아 제국주의를 더 큰 악으로 보고 서방의 제국주의를 규탄하지 않고 한국 정부의 대(對)나토 협력에 침묵하는 것도 러시아 비호 좌파들이 펴는 진영론의 거울상일 뿐이다.
아래로부터의 반제국주의 저항을 건설해야 한다. 특히 자국 정부의 제국주의 전쟁 지원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