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기후 불평등과 이윤 추구가 키운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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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네팔 대홍수로 지금까지 1,375명이 목숨을 잃었고 실종자는 한국인 아홉 명을 포함해 5,000명이 넘는다(추산). 사망자들의 명복과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빈다.
이번 대홍수을 낳은 세부적 메커니즘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전문가들도,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 위기가 작용했다는 데서는 이견이 없다.
히말라야 고지대의 빙모는 수십 년에 걸쳐 불안정해져 왔다.(관련 기사 본지 597호 ‘네팔 대홍수 — 기후 변화가 가져올 결과에 관한 경고’)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산업 중심지에서 태운 화석 연료의 그을음이 히말라야 꼭대기의 얼음 표면을 덮어 얼음의 온도가 오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녹은 얼음 가장자리에서 영구 동토층이 드러나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됐고, 지하수가 녹으면서 빙모가 얹힌 산비탈 전체가 불안정해졌다.
위험을 사전에 감지할 증거들이 있었지만, 무시됐다. 지난 30년 간 네팔 빙모 3분의 1이 사라졌는데, 최근 10년 사이에는 녹는 속도가 그전 10년보다 65퍼센트나 빨라졌다.
수해가 더 잦아졌다. 지난해 7월에도 인근 빙하호가 범람해 최소 20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트리슐리강의 지형이 상당히 바뀌었고, 한국 노동자들이 작업하던 ‘트리슐리강 상류-1 수력발전소’(UT-1) 등 건설 현장 3곳이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UT-1은 2024년에도 홍수로 공사가 일시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아시아개발은행이 파견한 전문가들은 환경 평가를 다시 하라고 권고했지만, UT-1 사업 주체인 네팔수력에너지개발회사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2010년대 초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후 영향 적음”이라는 평가를 수정하지도 않았다. 그 평가가 변하면 개발이 중단·지연될까 봐 걱정했을 것이다.
네팔수력에너지개발회사의 최대 주주는 한국남동발전이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홍수 이후 UT-1의 대피·감시 체계를 보강했다고 했지만, 구체적 보강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히말라야 고지대 전반의 감시 체계도 턱없이 부족하다. 유럽 알프스 산맥에는 AI와 광학 감시 장치로 빙하 꼭지점 수백 개를 실시간 관측하며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면 조기 경보를 발령하는 체계가 있다. 그래서 8월 말 네팔에서 홍수가 나는 동안 스위스 소도시 란다는 바이스호른 빙하 붕괴 가능성을 통보받고 비상 경계를 할 수 있었다.
네팔에는 그런 경보 체계가 없다. 부국과 빈국 사이의 전형적인 기후 불평등을 보여 준다.
개발과 기후 재앙의 대가는 세계에서 가난하기로 손꼽히는 네팔의 보통 사람들이 치르고 있다. 네팔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배출량의 0.1퍼센트도 안 되는데 말이다. 인구 23퍼센트가 빈곤선 이하로 살고, 노동 가능 인구의 3분의 1인 약 600만 명이 타국에서 이주 노동자로 일하는 네팔 사람들에게는 재해에 대처할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지적됐고, 선진국들은 십수 년 전에 ‘파리 협약’을 통해 빈국에 기후 적응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공문구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티베트 식민 지배와 중국-네팔 국경 갈등도 광역적 재난 예방·대응에 대한 양국 공조를 어렵게 한다.
IMF
IMF가 네팔에 들이민 히말라야 개발 프로그램도 재앙에 한몫했다. IMF는 이번에 참사가 난 곳을 포함한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에 91개의 수력발전소와 강바닥 아래를 가로지르는 도로망 건설을 주문했다. 전력 수요가 많은 인도에 전기를 팔아 외채를 갚으라는 것이다.
안전은 뒷전이었다. 그런 개발 시설들은 지반을 약화시키고 토사가 유입될 지저 공간을 넓힌다. 토사에 휩쓸린 실종자들이 그런 공간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UT-1 사업도 IMF 패키지의 혜택을 입었다. 남동발전 등 한국 기업들은 여러 해 전에 개발 계획을 완성해 뒀지만 네팔 정부가 IMF 패키지를 받아들여 자금을 마련한 직후인 2022년에야 공사를 시작했다.
불평등은 네팔 안에도 있다. 히말라야 고지대에 사는 가난한 농민·노동자들은 재난으로 생계와 목숨을 잃었지만, 네팔 국영·민간 기업들은 재해 복구 과정에서 토지를 헐값에 매입하고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수법으로 수익을 올려 왔다. 1
네팔 부유층은 IMF의 개발 프로그램으로 유치된 외국 기업들의 투자에 협력하며 부를 늘렸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2022년 네팔에 공장을 세우며 네팔 기업 힘일렉트로닉스와 손잡았는데, 그 후 4년 동안 힘일렉트로닉스의 사업 규모는 약 25퍼센트 늘었다.
힘일렉트로닉스의 모기업은 네팔의 재벌이라고 할 수 있는 골차그룹이다. 골차그룹은 네팔 대중이 부패와 권력층 부패에 항의해 2025년 일으킨 항쟁(관련 기사 본지 559호 ‘네팔 ─ 항쟁의 불길이 치솟다’)의 표적 중 하나였다. 분노한 사람들은 골차그룹 사옥을 공격했다.
요컨대 재난의 발생과 감지, 대처 모두에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체제의 논리가 깃들어 있고, 그 대가는 보통 사람들이 치르고 있다.
후주
- Ayusha Bajracharya, Countering Local Disaster Capitalism: Lessons from Nepal's Indigenous People, Ecology, Economy and Society,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