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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가난한 사람들이 대지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다

수많은 네팔인들이 4월 25일 발생한 지진에서 목숨은 구했지만 집을 잃고 지금 절박한 처지로 내몰렸다.

유엔은 지진으로 8백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추산한다. 4월 28일 기준으로 적어도 4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사망자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의료 체계는 마비됐다. 병원에 의약품과 병상이 부족하다. 깨끗한 물과 기초 위생 물품이 급속히 바닥나고 있어서 지진 피해에 이어 유행병이 창궐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거리에서 잠을 자야 하는 가족들이 무수히 많다. 천막이 있거나, 플라스틱 널빤지로 나무 사이에 가림막을 만들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논평가들은 재빨리 이번 지진을 ‘자연재해’로 분류했다. 이 규정의 함의는 이렇다. ‘지진을 일으키는 지각판 이동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사전에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이런 주장은 홍수, 허리케인, 쓰나미 등이 닥칠 때마다 되풀이됐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체제의 책임을 면제해 주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자연재해?

지질학자들은 적어도 2013년부터 네팔에서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네팔에는 활성 단층[지질구조상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 92개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건축물 보강 공사 같은 가장 기초적인 대비책마저도 대체로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재난의 피해가 빈민에게 집중된 것은 전혀 ‘자연’ 때문이 아니다.

수도 카트만두의 피해 상황을 전하는 보도를 보면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낡은 벽돌이 오밀조밀하게 모인 빈민가의 주민은 강철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주택에 사는 주민보다 목숨을 잃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는 것이다.

무인기로 카트만두를 찍은 항공사진을 보면 집들이 무너진 붉은색 잔해 바로 옆에 현대식 흰 주택이 끄떡없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릴라

수많은 네팔 청년들은 가난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난다. 지난해 네팔을 떠난 사람은 하루 평균 1천5백 명에 달한다.

네팔은 국토 대부분이 농촌이다. 외진 곳에 있는 많은 마을들은 도로도 연결돼 있지 않고 구호품을 나르는 헬리콥터도 접근하기 어렵다.

이번 지진의 피해가 전체적으로 정확히 얼마나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약 10년 전 농촌 마을의 많은 주민들은 마오쩌둥주의 성향의 게릴라에 가담해 갸넨드라 왕조와 그 군대에 맞서 투쟁했었다.

네팔 지배계급은 농촌 지역 주민들을 경멸한다. 그래서 이 지역 주민들을 구호하는 데 적극 나서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2006년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왕정의 몰락을 기뻐했다. 2년 후 공산당이 이끄는 좌파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많은 사람들은 빈곤이 줄고 네팔이 근대화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한때 게릴라 전사였던 공산당원들은 국가기구에 들어가자 쫓겨난 옛 부패 정치인들과 구별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고 희망은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처럼 네팔 좌파 본연의 과제, 즉 아시아 전역 빈민들의 혁명이 더 절실했던 적도 없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4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