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1차 투표:
노동자당 룰라의 패배, 극우의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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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5,600만 표를 얻어 1위를 했다. 1988년 군부 독재 종식 이래 최다 1차 투표 득표다.
반면 노동자당(PT)의 룰라는 득표가 지난 대선보다 350만 표 넘게 줄어 2위를 했다. PT가 여당인 상황에서 대선 1차 투표 1위를 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동시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보우소나루의 극우 자유당이 대승했다. 자유당은 상하원 모두에서 단독 제1당이 됐다. 상원에서는 군부 독재 종식 이후 단일 정당으로서 최대 의석(81석 중 28석)을 확보했다.
자유당의 총선 득표도 약 770만 표 늘었다. 오른쪽으로의 급진화를 결집시킨 결과다. 민주운동당(MDB), 브라질통합당 등 PT와 연정한 기성 보수 정당들의 득표 감소분(780만 표)이 거의 그대로 자유당에 돌아갔다.
PT는 총선 전체 득표는 소폭 늘었지만 상파울루 등 몇몇 주요 대도시에서는 득표가 줄었다. 특히, 중진들이 대거 낙선했다.
중도 우파를 포섭해 극우를 저지한다는 PT의 전략은 실패했다(관련 기사: 본지 600호 ’‘진보’(중도좌파) 개혁 정부가 극우 저지에 실패함을 보여 주는 브라질 대선’). 이 점에서 이재명과 판박이다.
룰라 정부가 대중의 염원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룰라는 민주주의 수호를 통치 안정성(좌-우 협치)에 종속시켰고 우파의 압력에 타협했다. 쿠데타 세력 청산은 좌초됐다.
룰라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농축산 대기업과 금융 자본은 막대한 이득을 챙겼지만, 서민 생활고는 계속 깊어졌다. 가계 부채가 역대 최대로 치솟고 불평등이 극심해졌다.
환멸이 커졌다. 쿠데타를 일으킨 극우의 정권 탈환이 가시화된 선거임에도 기권율이 역대 최대인 21.08퍼센트(3,347만 명)를 기록했다.(투표가 의무인 브라질에서 기권은 꽤 강한 거부 의사다.)
보우소나루는 긴축 등 친기업 정책을 약속하며 대자본에 구애하고 보수적 사회 정책과 범죄 엄단을 공약해 그리스도교 우파의 환심을 샀다. 그리고 PT에 실망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남부의 빈농들을 공허한 반체제 언사로 유인했다.
보우소나루의 선거 승리는 근래 중남미 우파 정부 집권 물결(‘블루 타이드’)의 정점이다. 보우소나루는 다른 중남미 우파 정부들처럼 라틴아메리카 친미 정부 모임 ‘미주의 방패’ 가입을 약속하고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제국주의에도 호재다.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대륙 진출 교두보이자 세계 2위 희토류 생산국인 브라질에 들어선 친미 우파 정부는 미중 무역 전쟁에서 트럼프의 숨통을 틔워 줄 것이고 대륙의 자원에 대한 중국의 접근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만에 하나 결선 투표에서 룰라가 역전에 성공하더라도, 새 ‘진보’(중도좌파) 정부는 여소야대가 더 심해진 의회에서 우파와의 협치 압력에 더한층 시달릴 것이다. 우파는 여기서 반사 이익을 더 얻을 수 있다.
희망은 보우소나루에 반대해 투표한 수천만 브라질인들이 참여하는 아래로부터의 거대한 투쟁이 부활하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