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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브라질: 위기 심화 속 룰라의 정계 복귀

브라질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27만 명을 넘었다. 이를 능가하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물론 인구 대비 사망자 수는 영국과 다른 유럽 나라들이 더 높다.

그러나 브라질 대통령이자 극우 포퓰리스트인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팬데믹을 더 악화시켰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부정하고 백신에 반대하는 보우소나루는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기꺼이 내버려 뒀다. 그 탓에 감염력이 더 높은 코로나19 변이(P.1)가 아마조나스주(州) 마나우스시(市)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쉽사리 퍼질 수 있었다.

이제 보우소나루는 전 대통령 룰라 다 시우바의 잠재적인 정치적 도전에 직면했다. 룰라는 1980년에 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냈고 노동자당(PT) 창당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2000년에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한 룰라는 전임자들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지속했다. 그러나 빈민에게 직접 급여를 지원하는 “보우사 파밀리아”(빈민 가정 소득 보조 정책)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것으로 충분할까?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가 부패 혐의에서 풀려나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출처 Palácio do Planalto(플리커)

국회에서 다수석을 확보하지 못한 룰라는 보수 정치인들과의 협상에 기댔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뇌물이 따를 때가 많았다.

룰라는 나중에 이런 노선을 정당화하며 이렇게 말했다. “원칙을 실현 가능하게 하려면 원칙도 협상할 줄 알아야 한다. 저기 국회에 있는 자들과 협상을 한다. 그자들이 도둑놈들이라 할지라도 표결권을 쥐고 있으면 그걸 좀 달라고 부탁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는 거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속하고 정치 부패에 얽혀 들어간 탓에, 룰라 재임 당시 정무장관이었고 룰라의 후임자였던 지우마 호세프가 날아갔다.

2012년 대선에서 빈민의 지지를 얻고 당선해, 룰라 정권을 이어받은 호세프는 가혹한 긴축 정책을 폈다. 그러다 “라바 자투”(세차장) 스캔들이 터졌다. 거대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가 정치인들의 대규모 뇌물 수수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은 판사 세르지우 모루는 이 사건을 정쟁의 무기로 삼고 언론을 적극 활용했다. 《뉴 레프트 리뷰》의 페리 앤더슨은 그 작전의 논리가 노동자당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나머지 브라질 정치 엘리트들을 보호하는 것임을 세심한 분석을 통해 보여 줬다.

호세프는 2016년에 탄핵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호세프의 뒤를 이은 우파 대통령 미셰우 데메르도 세차장 스캔들에 연루된 것이 더 확실하게 드러났다.

기소

그러자 모루는 룰라를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게 했다. 처음에는 징역 9년 형, 그 다음에는 12년 형이 선고됐다. 누명을 씌운 것임이 거의 확실했지만 이 판결 때문에 룰라는 2018년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그의 엄청난 인기를 보건대 그때 출마했더라면 당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보우소나루의 팬데믹 대응에 비춰 보면, 룰라가 누명을 쓴 탓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브라질의 마르크스주의자 발레리우 아르카리는 얼마 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룰라의 투옥은 결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다. 룰라는 정치적 소양과 경험이 있는 노동계급 부문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들은 젊은 세대에 영향을 준다.

“룰라가 감옥에서 썩고 있는 것은 국가와 지배 계급의 힘을 입증하는 것으로 비칠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보우소나루가 대선에 도전할 수 있었다. 무명의 국회의원이었던 보우소나루는 1964~1988년 브라질 군사 독재를 옹호한 자로 주로 알려져 있었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사회에 깊게 뿌리 박은 인종차별에 호소하려 했지만, 부패와 강력 범죄를 향한 광범한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은 기꺼이 보우소나루를 밀어 줬다. 노동자당의 더 높은 복지 지출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우소나루는 자신의 우상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제멋대로이고 무능한 대통령이었다. 재무장관 파울루 게지스의 약속과 달리 신자유주의를 더 심화시키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제 룰라는 자유의 몸이 돼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룰라는 580일을 감옥에서 보내다가 청원 끝에 2019년에 석방됐다. 이제 한 대법관은 룰라의 유죄 판결이 무효라고 결정했다.

물론 이 결정은 대법관 전원회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룰라는 이미 정계에 복귀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룰라가 대통령직에 복귀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앤더슨은 브라질 정치학자 안드레 신제르를 인용해 노동자당이 기껏해야 “미약한 개혁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황폐화된 브라질에서 그 정도면 충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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