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 공동 행동: 젊고 다양하고 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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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가자 학살 3년을 기해 2,000여 명이 서울 도심에 모여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벌였다. 이날 집회와 행진은 젊고 활력 있었으며, 세계 곳곳에서 저항을 벌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팔레스타인이 있음을 보여 줬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주최한 이날 집회와 행진은 10월 10~11일 세계 곳곳에서 열린 국제 행동의 일환이었다.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독일, 덴마크, 멕시코, 미국, 브라질, 스페인, 아일랜드, 에콰도르,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캐나다, 콜롬비아, 크로아티아, 프랑스 등지에서 집회가 열렸다.
한국 집회에도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팔레스타인 연대의 뜻을 모았다. 행진 도중에 합류한 한 캐나다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네요! 정말 아름다운 공동체입니다.”
젊은층의 참여가 두드러졌고, 그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이탈리아·독일·벨기에 등 유럽 대학생·청년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긴축과 군국주의에 맞서 그 나라들에서 분출하고 있는 투쟁의 활력이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도 전해진 것이다.
여러 발언자들도 현재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언급했다. 팔연사 자원 봉사단(팔봉이)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출신국 프랑스로 돌아가 저항에 참여하고 있는 삼 씨의 메시지도 전해졌다. 삼 씨는 “프랑스 반군국주의 학생 운동의 가슴 속에는 팔레스타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성신여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모로코계 프랑스인 아미라 씨도 집회에 참가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 세대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일을 매우 잘 알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해 진심으로 걱정합니다. 그런데 프랑스는 힘있는 나라이면서 팔레스타인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저는 모로코인이기도 한데, 부끄럽게도 모로코 정부는 이스라엘 대사관을 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희 세대에 큰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는 뭔가 해낼 것입니다. 지금은 시작에 불과해요. 프랑스에서는 10월 17일에 집중 행동이 열릴 예정인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기대됩니다!”
그런 국제적 분위기가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집회로 모아진 것은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팔연사 활동가들과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네트워크’(팔대넷) 학생들의 의식적 노력이 있었던 덕분이다.
팔대넷을 대표해 이화여대의 알레 씨가 연단에 올라왔을 때 팔대넷에 참여하는 여러 대학생들이 함께 무대에 나오자, 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그 규모에 놀라워했다. 국제 공동 행동을 알리려는 이들의 노력 덕분에 그동안 끈이 닿지 않던 대학들에서도 홍보물을 보고 많은 학생들이 참가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이하 “팔연교”) 소속 교사들의 대열도 눈에 띄었다. 팔연교 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 팔레스타인 깃발이 들어간 연 모양의 팻말을 들었다. 연날리기를 군사 활동이라며 아이들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제주도, 부산, 울산, 광주, 대구, 대전, 제천, 원주, 용인, 수원 등 여러 지역에서 먼길을 달려 온 사람들도 있었다. 부산, 울산 등 영남권에서는 버스를 대절해 집회에 참가했고, 특히 대구에서는 20여 명이 상경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중 한 명인 강승혁 씨는 이렇게 기자에게 소감을 전했다. “대구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상당히 소수라는 느낌을 받는데, 이렇게 올라와서 존재감을 보여 주니 그 자체로 기분이 좋습니다.”
팔연사 집회에 그동안 꾸준히 참여해 온 사람들도 모처럼 크고 활기차게 열린 집회에 큰 힘을 얻었다.
집회 참가를 공개 호소한 최헌국 예수살기 목사, 김남일 작가 등도 집회에 함께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 비용 마련을 위해 차린 기념품 가판에서는 준비된 상품이 거의 동났다. 반려견 동반 참가자들이 차린 부스도 반응이 뜨거웠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한국인, 미국인, 레바논인, 이집트인 정치 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연단에 올랐다. 영국 전쟁저지연합 소집자 린지 저먼이 보낸 연대의 인사도 소개됐다.
재한팔레스타인인이자 팔연사 공동 간사인 나리만 씨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의의를 상기시키고 투쟁을 이어가자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굳건한 저항의 상징이 되기를 선택한 적이 없습니다. ... 우리는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이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 곁에 있는 한 앞으로도 결코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자유를 열망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해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물론 수단, 예멘, 레바논, 이란, 콩고, 프랑스, 스페인에서 억압과 착취로 고통받는 세계 곳곳에서 불의가 끝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인종학살이 멈추고, 전쟁과 점령이 끝나며, 모든 민중이 자유와 존엄, 자기결정권을 누리는 그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나리만 씨의 연설에 화답했다.
김영 인하대 명예교수는 가자의 참상을 폭로하고 “살인마 네타냐후는 그동안 저지른 전쟁 범죄의 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규탄하는 연설을 했다.
김종환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이재명 정부가 “한때 네타냐후 체포 검토 운운하더니, 네타냐후 UN 연설 때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작은 일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이런 이재명 정부가 아니라 “프랑스의 고등학생과 교사들, 스페인의 세입자와 노동자들, 지중해의 항만 노동자들”의 투쟁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집회 후 이스라엘과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나며 규탄 목소리를 낸 활기찬 행진은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행진 대열이 명동 롯데호텔 앞을 지날 때는 관광객들이 길 건너편 골목을 가로막은 경찰벽과 경찰 버스를 우회해 도로변으로 나와 시위 대열과 환호성을 주고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행진 대열을 핸드폰으로 찍으며 함께 구호를 외쳤다.
행진을 마치면서 재한 팔레스타인인 주마나 씨는 이렇게 연설했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여전히 인종학살과 인종청소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실망하고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은 진정한 변화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프랑스 등지에서 벌어지는 투쟁과 한국에서 이렇게 거리에 나온 여러분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함께 손잡고 점령과 제국주의를 세계 모든 곳에서 끝내기 위해 행동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