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홍:
이재명과 반명파 어느 한쪽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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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투쟁이 극우에 맞설 진정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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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홍이 걷잡히지 않고 있다. 표면적인 대립 쟁점은 검찰개혁이다. 최초 갈등은 수사권·기소권 분리, 특히 검찰 수사 보완(요구)권 관련 입법 문제였다. 지금은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 문제로 번졌다.
이번 내홍의 특이점은 같은 진영 안에서 대통령까지 참전해 공개적으로 난타전을 벌인다는 점이다. ‘적 앞에서의 내부 총질’은 단순한 의견 대립이 아니라 상호 불신과 심리적인 연대 붕괴를 보여 준다.
유시민은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했다”고 직격했다. 김어준, 추미애, 김용민, 조국혁신당이 이 편에 서 있다.
이재명은 이들이 “개혁의 이름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무극파”(“무책임 극단주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표 김민석도 “노무현 탄핵의 전조”를 말하며 ‘검찰 개혁 선명파’를 압박했다.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보면, 검찰개혁은 착취·억압의 완화를 가져오지 않으므로 부차적이고 사소한 문제다. 그래서 검찰권 축소를 지지도 반대도 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검찰 권한을 경찰로 이전하는 것으로는 민주적 권리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국 운영 주도권과 차기 공천권 등 권력 투쟁을 벌이는 여권 정치인들에게는 검찰개혁이 ‘너 죽고 나 사는’ 쟁점이 됐다.
본지는 몇 달 전에 이렇게 전망했다. “10월 2일 시행 예정인 검찰개혁은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하는 안으로,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데다 인력 공백과 현장 혼선 우려가 크다. 초기 혼란이 발생하면 지지율 하락으로 직결된다.”(최일붕, ‘이재명 정부 행적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 본다’, 591호, 6월 28일 자)
여권 내홍의 근본 원인은 이재명의 정치적 위기다. 이것이 현재 정치 상황의 핵심이다.
이재명의 지지율 하락이 멈추지 않는 것은 대중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뜻이다. 개혁 약속을 거의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재명은 노동계와 여성계, 진보 정당들이 요구해 온 몇몇 의제들(임신중지약 도입, 결선투표제, 사회적 대화 등)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사회 개혁 추진으로의 정책 방향 선회라기보다 일종의 위기 타개용 ‘미끼’들이었다.
실제로 이재명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은 사회 개혁을 향해 있지 않다. 이란 전쟁 파병 추진, 경찰의 보안법 탄압 수수방관, 메가특구특별법, 성과급 요구를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기, 중도보수 지향 개각 등등. 그리고 급기야 여권 내부에서 ‘친윤 검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김지용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로 보냈다.
그렇다고 해서 ‘반명파’가 철저한 진보적 개혁론자인 것은 아니다. 유시민 등은 검찰개혁을 두고 이재명과 대립각을 세우지만 이란 전쟁 파병, 보안법 탄압, 노동자들의 교섭권·파업권 제약 등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추미애도 경기도에서 긴축재정을 추진해 출자출연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이 체불될 위기에 있다.(조국혁신당은 당론으로 파병을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그들의 주요 관심사도 검찰개혁이다.)
〈한겨레〉에서도 여권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이정애 논설위원은 이렇게 비판했다. “이런 모습을 아무리 ‘개혁 방향을 둘러싼 노선 투쟁’이라는 말로 포장해 본들 국민들에게는 정국 운영 주도권 다툼, 차기 공천권 나아가 미래 권력을 다투는 권력 싸움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긴들 국민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대통령의 ‘반성’ 기자회견 이후에도 국정수행 지지도가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민주당 지지율마저 하락한 것은 국민적 피로감과 냉소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런 판국에 진보당은 공소청·기소청 출범을 두고 “주권자 국민이 이뤄낸 결실!”이라고 평했다. 진보당은 그전부터 이재명 vs. 검찰개혁 선명파 대립에서 이재명을 편들었다. 이재명과 동맹하면서부터 진보당이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틀 안에서 점진적 개혁을 추구하면서 체제에 순응해 왔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배신
국민의힘(국힘)은 이재명 정부의 개혁 배신으로 인한 환멸을 세력 만회의 재료로 삼고 있다. 국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국힘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의 반사이익이다.
국힘이 여느 우파 정당이 아니라 극우 정당으로서 재기했다는 사실을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힘 안에서 장동혁 사퇴 요구는 완전히 사라졌다.
주진우, 이진숙, 김태규 등 극우 정치인들은 도그 휘슬(극우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은밀한 표식이나 암호)을 부는 단계를 넘어서 노골적으로 극우적 주장을 하고 있다.
주진우는 영화 〈암살자(들)〉의 주연 배우 유해진을 “북한상”이라고 좌표 찍기 공격을 했다. 그러자 비제도권(장외) 극우들이 유해진 배우의 집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이진숙은 국회의사당 경내에서 5·18 역사 부정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태규는 전두환·윤석열 내란을 부정했다.(더 자세한 내용은 이번 호에 실린 ‘대북 강경론에서 영화 검열까지 ... 거침없는 극우 공세 — 이재명의 중도 보수 노선과 반우파 투쟁의 공백’를 보시오.)
이런 상황은 이재명 정부의 배신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위기가 극우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은 필연적이지는 않다.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파시스트 정당을 “반혁명적 절망”의 정당이라고 썼다. 국힘이 파시스트 정당은 아니지만 대중의 절망을 먹고 자라기는 마찬가지인 극우 정당이다. 중도 정치 세력이 변화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편 마땅한 대안이 없는 듯할 때,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은 극우의 주장에 이끌릴 수도 있다.
극우에 맞서려면 진정한 희망이 중요하다. 희망의 원천은 노동계급의 대중운동이다.
우리는 독일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1915년에 경고했던 바 “사회주의냐 야만이냐”의 선택이 놓여 있는 복합 위기 시기에 살고 있다. 이런 시기에 대중 운동을 그저 의회 책략을 위한 압력 수단으로 삼아 위로부터의 개혁을 추진하려는 개혁주의자들은 진정한 희망을 제공할 수 없다.
개혁주의를 반대하는 좌파는 대중 운동 건설에 베팅해야 한다.